내일의 눈

대구·경북, 보수당 몰표 보상받을까

2022-05-26 10:56:58 게재
대구경북(TK) 지방선거는 '그들만의 리그'다. 보수당 내 공천경쟁이 사실상 본선이다. 그래서 이 지역은 국민의힘 공천이 끝나면 본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파장 분위기다. 유세차의 확성기 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다. 도로변에 나붙은 현수막만이 선거시즌이라는 것을 알릴 뿐이다.

새정부가 출범한 지 22일 만에 치러지는 6.1지방선거는 더 심하다. '허니문 선거' 탓이다. 일반적으로 허니문 기간 선거는 집권여당에 유리한 법이지만 지금 국민의힘 안방 TK는 이미 '게임오버'다. 더불어민주당 바람이 살짝 불었던 4년 전과는 딴판이다. 당시에는 민주당이 경북 구미시장을 차지하는 이변(?)도 있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TK는 537명(국회의원 보선 1명 제외)의 지방일꾼을 선출한다. 시도교육감 2명은 정당공천과 무관하다. 대구는 시장 1명, 구청장과 군수 8명, 시의원 32명, 구·군의원 121명 등 162명을 선출한다. 경북은 도지사 1명, 시장·군수 23명, 도의원 61명, 시·군의원 288명 등 373명을 뽑는다.

지난 13일 후보자 등록 결과 TK에서는 기초단체장 3곳, 광역지방의원 37곳 등 40곳에서 단독 입후보했다. 무투표 당선이다. 민주당 후보는 대구의 기초단체장 4명과 시의원 4명, 경북의 기초단체장 10명과 도의원 14명뿐이다. 너무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무엇보다 당선자의 대표성과 유권자의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로 부각된다. TK에서 정치적 무관심은 '국민의힘 독주'만 부채질한다.

TK는 1981년 창당된 민주정의당에서 현재의 국민의힘에 이르기까지 40여년 동안 7번이나 당명을 바꾼 보수당에 몰표를 줬다. 하지만 보수당이 집권했다고 지역민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도 않았다.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1992년 이후 전국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당만 줄곧 짝사랑했고 중도개혁당에는 인색했고 진보당에 아예 눈길도 주지 않은 결과다.

3.9대선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몰빵'했다.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이라고 추켜세우지만 지역민의 삶이 얼마나 좋아질지 두고볼 일이다.

TK유권자들의 자업자득이라는 비판도 많다. 주권재민자인데도 무시당한다. 사실상 국민의힘 후보 임명직 지방일꾼들이 최선의 노력으로 공약을 개발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고민할 리도 만무하다.

답답하고 난감할 뿐이다. 기득권을 놓긴 싫은 정치권이 정당별 비례대표제, 대선거구제 중심 선거구 전환, 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 지역정당 활성화 등의 선거제도 개혁에 나설 리도 없다. 비슷한 처지의 호남을 탓하기에 앞서 TK유권자가 스스로 깨어날 수는 없는 건가.
최세호 기자 seh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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