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송정은 아트온어스 대표
"상처받은 삶, 공동체 연대로 치유"
"아직도 우리 사회는 재난이나 질병이 발생했을 때 많은 부분을 개인이나 가족이 부담하고 이겨내야하는 현실이다. 공동체 속에서 좀 더 공적인 돌봄이 활성화돼 함께 어울려져 가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
23일 2시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송정은 아트온어스 대표는 자신의 '소망'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디자인을 공부할 때 그림일기를 쓰며 치유되는 느낌을 경험했다. 치료사로 활동하다가 개인뿐 아니라 커뮤니티(공동체)가 같이 성장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공동체를 같이 지원하는 심리사회적지원 활동을 하게 됐다.
송 대표는 "일대일 상담도 중요하지만 자기 안에 있는 치유적인 에너지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트라우마에 대해 도움주는 일을 하면서 공동체지원으로 방향을 잡고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아트온어스'를 2015년 12월부터 시작했다. 6명 정도 협력치료사와 연단위 프로젝트를 같이한다.
송 대표는 "아트온어스는 지구 위 모든 사람이 보편성, 예술성을 지니고 있고 글 그림 춤 등 예술이 사람들에게 치유의 힘을 준다고 생각해 이름 지었다. 지구 위 모든 이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예술활동을 하는 것을 슬로건으로 삼았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다문화 이주민, 치매노인, 화재 재난주민 등 심리지원 활동을 했다.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지원은 2016년부터 진행했다. 당시 유치원·초등학교 다니던 아이들이 벌써 초등·중학생이 됐다. 2017년 보호자의 돌봄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복지관 돌봄교실로 오게된 4살 아이의 심리지원을 한 적이 있다. 식사는 챙겼으나 상호작용이 거의 없이 유기된 상태라 아이는 우리나라말을 하나도 못했다. 복지시설하고 협력프로그램으로 말부터 배우고 지역공동체 안에서 점차 친해지고 지금은 초등학교 다니고 있다. 송대표는 "다른 아이들이랑 개인치료-집단치료를 하면서 사교성을 기르는 지원 활동을 했다. 부모 대상 교육, 이주민캠프 등 공동체와 함께 지원했던 일이 보람차다"고 말했다.
예술교육을 받은 경험 없어 서러움이 남아 있는 노인이나 치매안심센터를 이용하는 노인들은 공부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즐거워한다. 나를있게하는우리, 하남시치매안심센터, 아트온어스, 플레이31이 함께 협업해 제작한 '구름도장'은 치매안심센터 정규프로그램로 12주 단위로 구성돼 있다. 최대 6개월 정도 노인이 참여하며 새로운 관계를 형성해나갈 수 있다. 노인들의 이야기를 컬러링북으로 제작한 '고향, 그리다' 역시 다양한 기관에서 노인을 만나고 있다고 한다.
송대표는 동해시 산불 피해주민 지원을 하기도 했다. 재난 현장에서는 단순 심리치료가 아닌 불탄 집에 태워다주고 오는 활동가로서 움직이게 된다. 한 피해주민은 집이 완전히 전소됐다. 그런데 마당에서 달래를 캐 간장에 양념해 먹으라며 줬다. 평생 살면서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은 적 없다며 웃으며 말했다. 송 대표는 "현실 상황이 막막했을텐데 자기 가진 범위에서 마음을 표현하는 것을 보고 오히려 배우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재난 현장에서 일하다보면 치료사들도 소진을 경험한다. 송 대표는 "2019년 고성 산불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두세달 다닌 적이 있는데 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동료치료사라는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돌보며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올해 '어르신 위한 콘텐츠' 개발, '다문화 심리지원'을 지속할 예정이다. 특히 온랩 사회적협동조합에서 암경험자와 건강취약계층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심리치료-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외 송 대표는 △네팔지진피해지역 △군피해유가족 △성인장애인 △암경험자 △조선소노동자 등 심리지원 활동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