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한 '대를린(대전+베를린)' … "투표함 열어봐야"
"견제·황당공약 막기 위해 허태정"
"정권안정·지역발전 위해 이장우"
'대를린'이라는 별칭이 처음 등장한 때는 2012년 대선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득표율은 각각 49.95%와 49.70%였다. 2014년 지방선거 때도 마찬가지다. 양당의 초접전 결과로 서구와 대덕구 등 일부 구청장 선거는 수백표 차로 승부가 갈렸다. 2016년 총선에서도 양당은 동과 서로 나란히 의석을 분할했다.
이 같은 흐름은 2018년 이후 민주당으로 기울어지는 듯 했지만 올해 3월 대선에서 '대를린' 현상은 다시 나타났다. 윤석열 후보(49.55%)와 진보진영(이재명 46.55%+심상정 2.71%=49.26%)이 10년 만에 나란히 득표율 49%를 기록했다.
◆10년 만에 49% 재등장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선거 이틀을 앞둔 30일 대전 서구에 집중했다. 서구는 대전 인구 1/3을 차지하며 시청과 교육청, 정부세종청사가 밀집한 중심지다. 그동안 7번의 대전시장 선거를 보면 서구에서 이긴 후보는 예외 없이 대전시장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오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둔산갤러리아지점 앞에서 이준석 대표 등 당 지도부가 참석한 가운데 합동유세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서구 괴정동 전통시장인 한민시장에서 전날까지 국회의장을 맡았던 박병석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집중유세를 펼쳤다.
양 진영으로 갈라진 민심은 이들 유세장 주변에서도 드러났다. 국민의힘 유세장 길 건너편 갤러리아백화점 주변에서 만난 김 모(50)씨는 "현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허태정 민주당 후보를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백화점 정류장에서 만난 송 모(60)씨는 "정권 안정을 위해 이장우 국민의힘 후보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당이 주장하는 지역발전 정책공약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예산폭탄을 대전에 쏟아 붓겠다"고 주장했다. 한민시장 입구에서 만난 이 모(70)씨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 이장우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반면 둔산동에서 만난 윤 모(55)씨는 "이장우 후보의 지하철 3∼5호선 동시추진 공약을 보고 너무 황당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이미 찍을 후보를 결정한 주민과 달리 아직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도 여전히 많다. 한민시장에서 만난 임 모(60)씨는 "투표는 할 생각인데 후보를 결정하지 못했다"며 "다만 깨끗한 사람을 뽑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충청권은 전통적으로 막판까지 부동층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전시장 선거결과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둔산동 갤러리아백화점 주변에서 만난 김 모(47)씨는 "사전투표를 했다"면서 "대전시장 선거는 결국 투표함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은 각 후보측도 마찬가지다. 허태정 후보측 관계자는 "초접전 양상"이라면서도 "선거가 진행되면서 흐름이 긍정적이라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장우 후보측 관계자 역시 "깜깜이 선거 아니냐"며 "다만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 올라가는 추세인 만큼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세종도 초접전 = 충남도지사 선거도 양승조 민주당 후보와 김태흠 국민의힘 후보의 초박빙 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양승조 후보는 29일부터 '사즉생 사흘 대장정'에 돌입했고 김태흠 후보 역시 1박2일간 15개 시·군을 모두 순회하는 일정을 시작했다.
무엇보다 천안∼아산∼당진∼서산으로 이어지는 북부권 표심이 관건이다. 전통적 민주당 강세지역이고 천안은 양승조 후보의 근거지다. 2022년 4월 말 충남 인구 212만명 가운데 이들 4개 시 인구는 133만명으로 절반을 훌쩍 넘는다. 김태흠 후보가 이들 지역에서 얼마나 선전하느냐에 전체 선거결과가 달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 후보와 김 후보 모두 31일 일정을 천안과 아산에서 마무리한다.
세종시장 선거도 접전 양상이다. 세종시는 지난 3월 대선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충청권 4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7.77%p 격차로 승리한 지역이다. 이 때문에 당초 민주당에선 우세지역으로 분류했지만 이춘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최민호 국민의힘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충북도지사 선거는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영환 국민의힘 후보의 양자대결이다. 이곳 역시 160만명 인구 가운데 85만명을 차지하는 청주시 표심이 관심이다. 노 후보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청주에서 얼마나 지지층을 결집시키느냐에 따라 전체 선거결과가 결정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