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 STOCK 프로젝트
고등학교, 평생 재무 습관 만들기 딱 좋은 공간
미래에셋증권-내일신문 'Hi-STOCK 프로젝트' … 교사·교수·현업 전문가 협업으로 금융 쫌 아는 10대 위한 수업 기획
경제교과 수행평가 모델 + 연금 수업 기획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확대 예정 … 올바른 경제지식·합리적 금융이해력 높여야
지난 5월 10일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충훈고에서 특별한 수업이 시작됐다. 오후 5시가 되자 본관 3층에 위치한 다목적실로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미래에셋증권과 내일신문이 공동 기획한 '금융 쫌 아는 10대'를 위한 'Hi-STOCK 프로젝트'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일회성 특강이 아닌 주 1회, 2~3시간씩 총 4회 10시간에 걸친 수업 형식으로 이뤄진 이번 프로젝트는 뜻이 있는 학생이라면 학년 구분 없이 참여해 경제·금융을 배울 수 있었다. 대미는 '실전 모의투자'가 장식했다. 정규수업이 파한 뒤 참석한 학생들은 피곤할 법도 하건만 강사가 제공한 정보를 면밀하게 분석하며 '열정을 다해' 모의투자에 임했다. 그 뜨거웠던 수업 현장을 담아봤다.
100세 시대다. 미래학자들은 지금의 10대는 이보다 더 긴 삶을 살게 될 거라 입을 모은다. 인간은 누구나 끊임없이 경제 활동을 하며 살아간다. 경제와 금융은 삶의 기반이다. 경제·금융의 흐름과 변화를 어떻게 예측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누군가는 더 윤택한 삶을 살게 되고 누군가는 생계가 힘들어지기도 한다. 청소년 시기부터 경제·금융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이들이 '경제와 금융은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고 있다. 특히 두 분야를 학문으로 접근하게 되면 가르치기도 배우기도 어려운 과목이 된다. 이를 방증하듯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경제 교과를 선택하는 고등학생은 많지 않다.
청소년들이 경제·금융에 보다 쉽게 다가가고 올바른 경제지식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어려운 용어가 가득한 '학습'이 아닌 살아있는 경제와 금융을 알려주고자 미래에셋증권과 내일신문이 뜻을 모았다. 교수와 교사, 현직 전문가가 한 팀이 돼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주식을 개념부터 모의투자까지 체험해 볼 수 있는 'Hi-STOCK 프로젝트'를 사업을 꾸린 것이다.
◆학생들에게 경제활동 체험할 기회 주고파 = "저희 학교는 몇 년째 경제 과목 수업이 열리지 않고 있어요. 그래도 작년에는 국제경제를 주문형 강좌로 개설해 운영했는데 올해는 참여 인원이 적어 폐강됐죠. 경제·금융 분야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목마름을 해소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우리 학생들이 예비 사회인으로서 자산관리에도 관심을 갖도록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기도 했고요." 충훈고 허현주 교사의 말이다.
허현주 교사의 바람대로 경제에 흥미를 가진 학생, 주식 투자에 도전해 보고 싶은 학생, 합리적인 금융 의사 결정 능력을 키우고 싶은 학생 등, 다양한 동기를 품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4일, 10시간에 걸친 다채로운 수업 = 1일차 포문은 증권사 애널리스트 경력이 있는 영동고의 허균 교사가 열었다. 1교시, 50분간 진행된 수업에서 허 교사는 '주식의 가치는 어떤 원리로 결정되는 걸까?'를 주제로 배당성장모형을 중심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이어 2교시에는 성격 유형검사인 MBTI(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를 통한 자신의 투자 성향을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수업 종료 후 학생들은 "이 정도쯤은 1학년 때 배운 '통합사회'에서 살짝 맛본 개념"이라며 다행히(?) 첫 수업이 크게 어렵진 않았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주 뒤에 열린 2일차 수업은 한국증권학회 이사와 한국재무관리학회 회장을 역임한 홍익대 경영학과 김철중 교수가 맡았다. 김 교수는 '청소년이 알아야 할 돈의 속성'과 '노동자이면서 자본가로 가는 지름길'. '미래 글로벌 기업의 주인이 되는 꿈'이라는 각각의 주제로 1~3교시를 채웠다. 김 교수는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에서 시작된 주식의 기원과 한국과 미국의 주식 시장 비교, 재무지표상으로 본 삼성과 애플 두 글로벌 기업의 차이 등을 설명했다. 짧지 않은 수업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김 교수의 '눈높이 수업'에 고도의 집중력을 보였다. 수업 중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에는 질문도 잊지 않았다.
3일차는 현직 전문가인 미래에셋증권의 임창빈 선임매니저가 담당했다. 임 선임매니저는 활동지를 활용한 '모의투자 게임'과 '모의투자 활용방법', '주식시장 소개와 기술적 분석법'을 다루며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었다. 충훈고 학생들은 임 선임매니저의 지도하에 뉴스를 통해 시장을 읽는 법, 주식을 언제 어떻게 사고팔아야 하는지를 모의투자를 활용해 체험해 봤다. 자신이 선택한 주식의 가격이 오를 때는 환호성을, 떨어지면 탄식과 비명을 쏟아내는 학생들의 입가엔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마지막 3교시엔 실재와 같은 주식시장을 체험할 수 있는 '미래에셋 모의투자 앱'을 각자의 스마트폰에 설치해 직접 주식을 사고팔며 그 결과를 일주일 뒤에 발표하도록 했다.
최종 수업인 4일차 시에는 각자 일주일간 모의투자를 한 결과와 어떤 전략으로 수익률을 높였는지, 또 성공과 실패의 원인은 무엇인지를 발표하고 수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허균 교사는 "수익이 높았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어떤 종목을 어떤 이유로 사고팔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그 다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수상자 선정 또한 수익률이 아닌 투자 전략에 맞출 것"이라 설명했다. 시상식까지 모두 마무리 되자 학생들은 경제와 금융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떨쳐 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허현주 교사는 "이 프로그램 덕분에 학생들이 투자에 대한 안목을 넓힐 수 있었다. 한 발 더 나아가 상경계 진학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심화 수업도 마련되길 희망해본다. 또 재무습관에 초점을 맞춘 후속 강의가 있다면 좀 더 많은 아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