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단체장에 듣는다│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
'장애인도 함께 즐기는 산' 전국 표준이 되다
안산자락길서 비롯된 무장애산책로
동주민센터 기능전환 … "사람 중심"
"산이라면 가파른 경사를 오르는 등산에만 익숙하잖아요? 그때 '장애인도 산을 즐길 수 없을까' '신체조건과 무관하게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숲을 만끽할 수 없을까' 고민했어요."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물론 유모차를 동반한 주민, 지팡이를 짚은 노인까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숲과 주변 풍광을 즐기는 일이 가능해졌다. 서울 서대문구 안산 자락길에서 시작된 무장애산책로. 처음엔 낯설기만 했던 자락길이 이제는 전국 표준이 됐다.
10일 서대문구에 따르면 민선 5기부터 7기까지를 관통하는 핵심어는 '사람'이다. 문석진 구청장은 "정책을 구상할 때 어떤 관점을 갖는지가 중요하다"며 "당시는 성장과 효율성만 따지던 시기였는데 행정 편의보다는 사람을 먼저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변화, 행복 도시'를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서대문 복판에 위치한 안산을 빙 둘러 만든 순환형 산책로도 그렇게 시작했다. 시범사업으로 0.3㎞ 구간에 계단 없는 나무 덱(deck)을 설치하거나 친환경 마사토를 입히고 경사도를 낮췄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행을 했다"며 기뻐하는 주민들이 많았다.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시범사업이 2차 1.30㎞, 3차 5.31㎞까지 이어지고 순환형 산책길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메타세콰이어 잣나무 가문비나무가 그늘을 이루는 숲을 사계절 즐길 수 있고 곳곳의 전망대에서는 인왕산 북한산 청와대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연희동 천연동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서 진입할 수 있고 서대문형무소역사관과 홍제천 폭포마당 등 명소와 바로 연결된다.
한국관광공사는 4월의 걷기여행길, 영화촬영지를 찾아 떠나는 걷기여행길, 인근 전통시장과 연계한 주전부리 여행길로 잇달아 선정했다. 하루 평균 200여명이 찾던 산은 자락길 조성 이후 전국에서 6000여명이 방문하는 명소가 됐다. 홍은동 주민들 요청에 따라 북한산에도 자락길을 조성했고 무장애 산책길은 전국 지자체로 확산됐다.
복지중심 동주민센터도 그가 이뤄낸 성과 중 하나다. 작은 구청인 '동사무소'가 '동주민센터'로 이름이 바뀌었지만 기능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 문 구청장은 '민원만 처리하는 곳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주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행정기관이라는 점에 착안, 민원행정에서 복지행정 중심으로 기능을 전면 전환하고 복지서비스 전달 창구를 동주민센터로 일원화했다.
동장과 통장은 복지동장 복지통장이 됐고 행정직·사회복지직 공무원과 방문간호사가 함께 주민들을 돌봤다. 주민들이 기관마다 방문해 요구하기 전에 각종 맞춤형 서비스를 찾아가서 제공한다. 주민들도 공적 부조 사각지대를 메우는데 동참, 복지공동체가 형성되는 효과도 얻었다.
연세로가 주말마다 차없는 거리로 탈바꿈하면서 신촌 일대가 '젊음의 거리'라는 옛 명성을 되찾기 시작했고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가구를 위한 '100가정 보듬기'는 10년여만에 746가정까지 확대됐다.
그렇게 12년.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복지구청장'이라는 별칭을 얻었다. 문석진 서대문구청장은 "복지에는 여·야가 없고 실력이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구청장 3수에서 3선 구청장으로 정치적 운이 작동되도록 주민들이 선택하고 응원해주셔서 끝까지 지켜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