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중학생 신나는 수학여행

2022-06-29 11:39:50 게재

영등포구 늘푸름학교

"사는 동안 가장 입고 싶었던 교복을 입고 친구들과 수학여행을 오다니 꿈만 같네요."

평균 연령 70대인 학생들이 교복 차림으로 50년 늦게 떠난 수학여행을 즐겼다. 서울 영등포구는 늘푸름학교 학생들이 충남 공주로 생애 첫 수학여행을 다녀왔다고 29일 밝혔다.
평균 연령 70대인 영등포구 늘푸름학교 중학교 과정 학습자들이 충남 공주에서 교복 차림으로 수학여행을 즐기고 있다. 사진 영등포구 제공


늘푸름학교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노년층과 결혼이민자 등 비문해·저학력 성인들을 위해 운영하는 문해교육 과정이다. 학습과 함께 교과과정과 연계한 현장체험학습 소풍 수학여행 졸업여행 등을 통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지난해까지 모든 활동이 중단·축소됐는데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3년만에 수학여행을 추진했다. 노년층과 다문화 여성 등 중학교 과정 학력인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53명이 함께 했다. 늦깎이 학생들은 무령왕릉과 마곡사 공산성 등 역사 유적지들을 방문하고 장기자랑과 골든벨 등 자체적으로 준비한 놀이를 즐겼다.

공주시 반죽동 풀꽃문학관에서 열린 나태주 시인과의 만남은 특히 호응이 컸다. '풀꽃'으로 이름난 시인은 "세상의 중심인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 되길 바란다"고 학생들을 응원하며 최고령 김옥순(91) 학생에 '기 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라는 시를 적은 책을 선물했다. 김씨는 "일생동안 받은 어떤 선물보다 의미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다리 수술 후 지팡이를 짚고도 거동이 어렵거나 남편 병간호 때문에 마지막까지 망설이는 등 각자 사연도 다양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평생 아쉬움이었던 수학여행에서 어린 시절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1박 2일 일정을 진행하는 동안 곳곳에서 늦은 배움을 격려하는 박수갈채가 터지기도 했다.

영등포구 관계자는 "학업에 동기 부여가 되고 더 나아가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자신감 회복에 도움이 됐으면 한다"며 "학생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전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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