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대규모 금융사고 또 발생
직원 긴급 체포, 수십억 피해 전망 … 고객 몰래 대출, 중앙회 "긴급 감사 착수"
70억원 50억원 6월에만 두 건의 횡령 사고가 발생한 지역 농협에서 거액의 횡령이 또 발생해 농협중앙회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1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광진경찰서는 전날 광진구 중앙농협 구의역지점 대출 담당 직원 A씨를 긴급체포하고 횡령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고객의 명의로 4500만원을 몰래 대출해 빼돌린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사실은 다른 은행에 업무를 위해 방문한 피해자가 농협에서 자신도 모르는 대출이 일어난 것을 인지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확인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해당 농협을 찾아가 A씨의 소행을 확인하고 그를 현장에서 체포했다. A씨는 체포 과정에서 혐의를 시인하고 10여명의 고객 계좌를 몰래 이용해 20억원 상당을 대출받아 횡령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있고 (횡령에 대해) 일부 확인된 내용이 있어 혐의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며 "추가 피해자와 구체적인 액수 등은 수사를 진행해 파악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오포농협 사고 후 전체 조합을 대상으로 현금 감사를 하고, 금융업무 담당자의 현금 보유가 맞는지도 조사를 했다"면서 "상시 감사를 고도화하고 사전에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건이 발생해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중앙농협측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특별히 입장이 정해진 게 없다"고만 했다. 고객 본인 모르게 어떻게 대출이 가능한지에 대한 내일신문 질문에는 "정확한 수신업무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7일에는 7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경기 파주시 지역 농협 직원 B씨가 경기북부경찰청 반부패수사대에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지점에서 농산물과 자재의 재고를 담당하면서 실제 재고보다 금액을 수십배 부풀려 장부에 기재하고 남은 차액은 본인 계좌나 차명계좌로 5년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농협측은 실제 피해액은 17억4000만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달 17일에는 경기 광주 오포농협 자금 출납 업무를 담당하는 C씨가 타인 명의 계좌로 공금을 수십차례 송금하는 방식으로 50여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다. C씨의 횡령 사실은 농협이 자체 조사를 통해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밝혀졌다.
연이어 지역 농협에서 횡령이 발생하자 상호금융조합에 대한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상호금융 단위 조합은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한 법률이 정한 내부통제 마련 의무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영세한 단위 조합에 일률적인 내부통제 강화 의무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상호금융의 경우 농협은 농림축산식품부, 새마을금고는 행정안전부, 신협은 금융위원회, 수협은 해양수산부 소관이다. 금융당국이 내부통제를 강화하려 해도 다른 법령을 따르기 때문에 합의가 쉽지 않는 구조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권 횡령 사건은 금융감독의 기능 부재와 무능을 보여주고 있다"며 "금융권역별로 실시 중인 감사 준법 감시 담당 임직원의 연수 주기를 단축하고 제대로 된 금융감독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지난달 20일 은행권 간담회에서 "최근 금융권에서 거액의 금융사고가 지속해 발생하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금융사고 검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금융위원회와 함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한편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구의역지점 감사를 1일 시작한다"며 "일단 정확한 횡령 규모를 파악한 뒤 채권 보전도 신속하게 하고 고객들에 대한 보상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A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은 추가 조사를 통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