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비만 챙긴 지역주택 대행사 '먹튀' 논란

2022-07-11 11:15:23 게재

전농 구로 연신내조합 고소·재판 중

"토지확보 속여 피해, 관계사 유착"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낮은 성공률과 비리 문제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서울 일부 지역주택조합에서 조합원 모집대행사의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방법원과 남부지방법원에서 심리 중인 전농지역주택조합과 구로지역주택조합 전·현직 추진위원과 업무대행사 관계자의 사기·횡령 혐의 재판에 H 모집대행사 대표 A씨가 피고인에 포함되어 있다.

전농·구로지역주택 조합원들은 "H 모집대행사가 토지사용권원(토지사용승낙서) 확보율을 속이고 무리하게 조합원 모집 활동을 벌여 사업에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두 재판에는 A씨가 횡령과 사기 혐의로 기소되어 있다.

모집대행사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핵심인 조합원 모집을 위탁받아 활동하는 회사다. 보통 조합 업무를 대행하는 업무대행사와 계약을 맺고 조합 모집만을 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사업 초기 조합원 모집과 사용승낙서 확보 비율이 중요하다 보니 어떻게든 사업을 진행하려는 추진위원회와 업무대행사와의 유착이 문제가 되어 왔다.

전농지역주택조합 한 조합원은 "H 모집대행사가 이전 업무대행사가 손들고 나갔던 지역에 들어와 2015년 11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모집대행을 하면서 연관 회사를 내세워 사업이 되든 안 되든 대행비만 빼먹고 빠졌다"며 "회사 대표는 사기·횡령·배임 혐의로 지난해 6월 기소됐다"고 밝혔다.

전농지역주택조합은 H사 대표와 업무대행사 회장 등 11명이 2015년 11월부터 2020년 7월까지 사업을 추진할 토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서도 토지매입률을 부풀려 피해자 125명의 조합 가입비 6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불구속 재판 중이다.

하용영 구로지역주택조합 비대위원장도 "조합 전 추진위원장과 업무대행사 대표가 배임 사기 주택법 위반으로 구속돼 재판 중으로 H사 대표 A씨도 사기 혐의로 불구속 재판 중"이라며 "주택조합 사업이 중단된 것은 사업 진척이 되든 안 되든 관심 없고 모집 대행 수수료만 보고 사업을 부추긴 업무대행사와 모집대행사 업자들 문제가 가장 크다"고 주장했다.

구로지역주택조합 재판에 H사 대표는 실제 토지사용권원을 확보한 토지가 30% 미만인데도 60~80%에 이르는 것처럼 속여 피해자 477명으로부터 계약금 239억원을 편취한 사기 공범으로 기소되어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조합 추진위원장과 업무대행사 대표, 모집대행사 대표가 조합 토지사용승낙서 모집률이 2016년 18% 2018년 25%에 불과하고 토지 매입률도 2016년 0% 2018년 2.7%로 저조한데도 토지사용권원을 60~80% 확보한 것으로 홍보했다"고 밝혔다.

현재 지역주택조합의 설립 인가를 위해서는 80% 이상의 토지사용권원이 확보되어야 하고 사업계획 승인을 위해서는 95% 이상 토지소유권 확보가 필요하다.

하 위원장은 "2017년 6월 주택법 개정 전 사업지를 노려 유착된 사람들이 업무대행사와 모집대행사 간판만 바꿔가면서 사업을 벌여 잘 모르는 주민들을 부추겨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A씨는 서울 은평구 연신내지역주택 조합원 일부가 토지사용권원 확보율을 허위로 고지한 사기 등 혐의로 올해 1월 서부지검에 고소돼 조사받고 있기도 하다.

A씨는 9일 내일신문과 통화에서 "조합 예산 중에서 모집 업체 금액이 크다보니 사업 진척이 없을 때 모집대행사를 대표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라며 "영업 직원이 예정 사항을 부풀렸을 수는 있지만 곧 탄로 날 동의율을 허위 과장 광고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A씨는 이어 "회사는 약속된 모집을 해주고 빠져나왔을 뿐 사업을 공모할 이유가 없다"며 "성공한 사업으로는 마포구 신수동 조합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지난 4월 서울 시내 지역주택조합과 추진위원회는 총 110개가 있다고 밝혔다. 또 2016년 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최근 5년간 19곳의 지역주택조합 사업지가 새로 생겼지만 이중 착공이 시작된 곳은 2곳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6월 구로지역주택사업 사태와 관련해 구로구는 "지역주택사업은 불확실성과 위험이 상주하기 때문에 가입 시에는 주의를 해야 한다"고 당부한 바 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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