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 이냐 '이변'이냐 … 민주당 당권경쟁 시작
이재명 "이기는 민주당" 대표직 도전 선언
'반명·세대교체론·사법리스크' 등 변수 직면
친명·비명 구도 최고위원 '계파 대리전' 양상
더불어민주당의 차기 당권경쟁 구도가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냐 이변이냐로 모아졌다. 17일 이재명 상임고문이 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97세대(90년대 학번·70년대생)를 중심으로 한 세대교체론과 비이재명계의 '반명연대' 등의 경쟁구도가 만들어졌다. 일각에선 이 고문과 관련된 검·경의 수사가 당권경쟁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대표와 호흡을 맞출 최고위원 경선에는 친이재명계와 비명계 인사들이 다수 참여해 계파 대리전 양상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이름만 빼고 다 바꿔" = 이재명 상임고문은 후보등록 첫날인 17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8.28 전당대회 출사표를 던졌다. 이 고문은 "민주당을 바꾸고, 정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겠다. 그 첫 시작이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것"이라며 "국민이 '그만 됐다'고 할 때까지 '민주당'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며 당권 도전을 공식화했다. 대선과 지방선거에 이어 민주당 최고 리더 자리에 도전하는 세번째 도전이다.
그는 "대통령 취임 두 달 만에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지만, 우리 민주당은 이 분노와 실망을 희망과 열정으로 바꿔 담지 못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2024년 총선의 승리도, 민주개혁 진영의 재집권도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민생실용정당'으로서 차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이기는 민주당을 만드는 임무에 실패한다면 이재명의 시대적 소명도 끝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고문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제게 있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며 "책임은 문제회피가 아니라 문제해결이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권력과 책임은 동전의 양면이다. 당 대표 도전을 권력으로 보면 욕망이고, 책임으로 여기면 헌신"이라며 "새로운 민주당, 이기는 민주당으로 만드는 것이 진정으로 책임지는 행동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당 혁신과 차기 총선 승리로 자신의 정치적 책임론을 검증 받겠다는 정공법을 택한 것이다.
이 고문은 차기 당 대표의 2024년 총선 공천권과 관련, "계파정치로 성장하지 않은 저 이재명은 계파정치를 배격하고 '통합정치'를 하겠다"면서 "선거마다 유령처럼 떠도는 '계파공천', '사천', '공천 학살'이란 단어는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당 대표가 되면 공천권을 포기할 생각도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그걸 누가 (포기)합니까 그것을"이라면서도 "당에 훌륭한 공천 시스템이 있으니 이것을 확대·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한 초선의원은 "이재명의 색깔로 민주당을 확실하게 바꿔 정치적 평가를 받겠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대세론 속 '깜짝 반전' 나오나 = 이 고문의 출마로 민주당 대표 경선은 이재명이나 아니냐 구도로 흘러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예비경선부터 대세론을 굳힐 것인지가 관심이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대표 경선에 나선 후보자를 3명으로 압축하는 예비경선을 실시한다. 선출직이 다수인 중앙위원 70% 국민여론조사 30%를 반영한다. 뉴스토마토의 민주당 대표 적합도 조사(12~13일.1015명. 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민주당 지지층에서 이 고문을 택한 비율은 70.0%였다. 이 고문이 예비경선 단계서부터 압도적인 우위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반전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단체장, 지방의원 등이 참여하는 중앙위원회가 이 고문의 지방선거 책임론이나 비명계의 견제론에 힘을 실어줄 경우 이변이 나올 수도 있다. 97그룹인 강훈식 의원은 지난 3일 출사표를 던지며 "반성의 시간을 끝내고 혁신과 미래의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박주민 의원은 8일 출마 선언에서 "개혁과 혁신으로 민주당을 재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강병원 의원은 지난 12일 당 혁신안을 발표하며 대표 당선 시 공천권을 내려놓겠다고 공약했고, 박용진 의원도 혁신과 변화를 강조한다.
여기에 86그룹인 김민석 의원이나 '이재명 견제'를 명분으로 나선 설 훈 의원의 도전도 무시할 수 없다. 설 의원은 17일 당 대표 출마 선언에서 이 고문을 겨냥, "위기의 경고음을 듣지 못하고 폭주하는 기관차를 세우기 위해 철길에 뛰어들겠다"고 말했다. 당내 비명계 인사들의 견제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 이동학 전 최고위원 등 청년정치인들의 메시지와 활동상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여당도 '사법 리스크' 키우기 = 이 고문에 대한 견제론 가운데는 '사법 리스크' 변수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고문의 당 대표 출마를 두고 대선·지방선거 패배 책임론과 더불어 '사법 리스크'가 꼬리표처럼 따라 다닌다. 현재 검경은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성남FC 불법 후원금 △변호사비 대납 △부인 김혜경 씨의 법인카드 의혹 등을 수사하고 있다.
이 고문은 17일 출마회견에서 '사법 리스크'에 대해서는 강한 어조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회견 후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국민의힘이 고발하고 그에 동조해서 검경이 수사하고 그걸 무슨 사법 리스크라고 한다. 고발당하면 사법 리스크냐"며 "3년 6개월간 수사해서 무혐의로 처리된 것을 또 수사한다고 압수수색 쇼를 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강병원 의원은 17일 이 고문의 출마선언 후 입장문을 내고 "그의 당 대표 출마는 그저 '절대 반지'에 대한 갈망일 뿐"이라며 "사방이 포위된 협곡을 향해 '사법 리스크'라는 이름의 눈사태가 밀려온다"고 비판했다. 박용진 의원도 17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동료 의원으로서 혐의도 없고 깨끗하기를 바란다"고 전제하면서도 "눈에 보이는 리스크를 '없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리스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이 고문의 사법리스크 키우기에 동참하고 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7일 이 고문의 민주당 대표 출마선언에 대해 "이제는 '방탄 배지' 너머 당 대표라는 '방탄 갑옷'을 원하고 있다"면서 "개인적 정치 야욕을 위한 아집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경선기간 중에 이 고문 수사와 관련한 상황이 추가 제기되거나 불거질 경우 경선 표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해 민주당 대선경선에서 대세론을 구가하던 이 고문은 대장동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후 치러진 마지막 선거인단(3차) 투표에서 이낙연 후보에게 패하면서 과반을 겨우 넘기는 턱걸이(50.29%)로 대선후보로 확정된 바 있다.
한편, 대표 경선과 함께 실시되는 최고위원 경선은 친명-비명 구도가 비교적 선명하게 구축될 전망이다.
3선의 정청래 서영교 의원이 친명을 표방하고, 재선의 박찬대 의원은 '러닝메이트'를 자처한다. 처럼회 소속인 장경태 이수진(서울 동작을) 의원도 친명계 지지를 기대하고 있다.
비명계에서는 재선의 송갑석 의원이 호남과 비수도권 대표를 자임해 나서고, 이낙연계인 윤영찬 의원과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의원이 도전한다.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를 이끌고 있는 고영인 의원도 비명계로 분류된다. 박영훈 전 전국대학생위원장, 김지수 당 그린벨트공동위원장, 권지웅 전 비상대책위원 등 청년 원외 인사들도 도전장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