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전역 4급수 지표생물 '바글바글'

2022-07-20 11:44:59 게재

대구환경연합 "녹조에 시궁창 생물, 보 수문 열어야"

낙동강에 최악의 녹조 사태가 진행중인 가운데 수돗물 붉은깔따구 유충 사태까지 겹쳐 상수원수 안전에 초비상이 걸렸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0일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 전역에서 4급수 지표생물들이 들끓고 있다"며 "시궁창에서 사는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상수원 전역에서 나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강정보 상류 매곡취수장 건너편 낙동강에서 퍼올린 수질 4급수 지표생물인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 사진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4대강사업 전 2급수를 유지했던 낙동강이 4급수로 전락했음을 이들 지표생물들이 증명한다"며 "낙동강이 시궁창이 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인데 환경부 장관은 4대강 보 활용만 이야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주보에서 하류 본포교까지 전역에서 = 대구환경연합은 6월 20일부터 7월 18일까지 낙동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저서생물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상주보에서부터 하류 본포취수장까지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한 지점은 △상주보 선착장 △칠곡보 생태공원 △강정고령보 매곡취수장 위와 건너편 △달성보 선착장 △함안보 선착장 △본포취수장 본포교 아래 낙동강이다. 이 모든 지점 강바닥에서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채집됐다.

이들은 환경부가 '4급수 지표생물'로 지정한 종이다. 환경부 규정에 따르면 '4급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래 접촉하면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이다. 1300만 영남 사람들은 이런 4급수 강물을 상수원수로 취수해 수돗물을 만들어 먹는다.

정 국장은 "상주에서 창원까지 낙동강 거의 전역에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니 최근 창원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타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라며 "비단 창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낙동강물을 먹고 마시는 모든 지자체가 똑같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8개 보로 막은 후 강바닥에 유기물 쌓여" = 대구환경련은 20일 성명을 내고 "낙동강에 4급수 지표생물들이 들끓게 된 이유는 보로 막혀 강물이 정체되었기 때문"이라며 "흐르지 않는 강은 강물 속의 유기물들을 강바닥에 차곡차곡 퇴적되게 했고 그것이 쌓인 뻘이 썩으면서 그 속에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다량 서식하게 된 것"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정 국장은 "4대강사업 이전 낙동강이 모래강이었을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낙동강에 설치한 8개 보 수문을 열어 낙동강을 흐르게 하면 썩은 뻘이 모두 사라지고 이들 4급수 지표생물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4대강 보를 지키겠다'고 공약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8일 업무보고에서 "수질·생태·이수·치수 등 다양한 항목을 종합·과학적으로 분석해 4대강 보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4대강 보는 고정식 보가 아니라 수문을 열 수 있는 가동보 구조다.

가동보는 필요한 경우 수문을 열고 닫을 수 있어야 그 기능이 완성된다. 보 수문을 최저수위까지 개방해도 취양수가 가능하도록 전액 국가예산으로 취양수장 시설개선을 시급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영남지역 주요 도시의 상수원수가 수년째 독성 녹조로 뒤덮이고 그 물로 재배한 농작물에서 녹조 독성이 검출되는 상황인데 이제 더이상 보 개방을 놓고 정치적 논쟁을 벌여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람이 마시는 물과 농작물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과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는 것이다.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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