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전역 4급수 지표생물 '바글바글'
대구환경연합 "녹조에 시궁창 생물, 보 수문 열어야"
대구환경운동연합은 20일 "1300만 영남인의 식수원인 낙동강 전역에서 4급수 지표생물들이 들끓고 있다"며 "시궁창에서 사는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상수원 전역에서 나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은 "4대강사업 전 2급수를 유지했던 낙동강이 4급수로 전락했음을 이들 지표생물들이 증명한다"며 "낙동강이 시궁창이 된 것과 다름없는 상황인데 환경부 장관은 4대강 보 활용만 이야기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주보에서 하류 본포교까지 전역에서 = 대구환경연합은 6월 20일부터 7월 18일까지 낙동강 상류부터 하류까지 저서생물 조사를 했다. 그 결과 상주보에서부터 하류 본포취수장까지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서식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조사한 지점은 △상주보 선착장 △칠곡보 생태공원 △강정고령보 매곡취수장 위와 건너편 △달성보 선착장 △함안보 선착장 △본포취수장 본포교 아래 낙동강이다. 이 모든 지점 강바닥에서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채집됐다.
이들은 환경부가 '4급수 지표생물'로 지정한 종이다. 환경부 규정에 따르면 '4급수는 식수로 사용할 수 없고, 오래 접촉하면 피부병을 유발할 수 있는 물'이다. 1300만 영남 사람들은 이런 4급수 강물을 상수원수로 취수해 수돗물을 만들어 먹는다.
정 국장은 "상주에서 창원까지 낙동강 거의 전역에 붉은깔따구와 실지렁이가 광범위하게 퍼져있으니 최근 창원 수돗물에서 깔따구 유충이 나타나는 사태까지 발생한 것"이라며 "비단 창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낙동강물을 먹고 마시는 모든 지자체가 똑같이 겪을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8개 보로 막은 후 강바닥에 유기물 쌓여" = 대구환경련은 20일 성명을 내고 "낙동강에 4급수 지표생물들이 들끓게 된 이유는 보로 막혀 강물이 정체되었기 때문"이라며 "흐르지 않는 강은 강물 속의 유기물들을 강바닥에 차곡차곡 퇴적되게 했고 그것이 쌓인 뻘이 썩으면서 그 속에 4급수 지표생물인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다량 서식하게 된 것"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정 국장은 "4대강사업 이전 낙동강이 모래강이었을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낙동강에 설치한 8개 보 수문을 열어 낙동강을 흐르게 하면 썩은 뻘이 모두 사라지고 이들 4급수 지표생물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4대강 보를 지키겠다'고 공약했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18일 업무보고에서 "수질·생태·이수·치수 등 다양한 항목을 종합·과학적으로 분석해 4대강 보 활용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4대강 보는 고정식 보가 아니라 수문을 열 수 있는 가동보 구조다.
가동보는 필요한 경우 수문을 열고 닫을 수 있어야 그 기능이 완성된다. 보 수문을 최저수위까지 개방해도 취양수가 가능하도록 전액 국가예산으로 취양수장 시설개선을 시급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영남지역 주요 도시의 상수원수가 수년째 독성 녹조로 뒤덮이고 그 물로 재배한 농작물에서 녹조 독성이 검출되는 상황인데 이제 더이상 보 개방을 놓고 정치적 논쟁을 벌여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람이 마시는 물과 농작물은 정쟁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 건강권과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