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원청책임 부정이 파업사태 키웠다"
법률가·학계 "직접 단체교섭 나서야"
임금 접근, 손해배상 소송 취하 난항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이 50일째를 맞았다. 노동법률가단체와 학계는 대우조선이 원청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부정하면서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등 노동법률가들과 민주주의법학연구회 교수들은 2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원에서 '대우조선하청노동자들의 파업투쟁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한 회사와 교섭을 해봤자 소용이 없어 다시 원청업체에 요구하게 되는데, 원청업체는 '법적 책임의 주체가 아니다'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2010년 3월 판례에서 조선소 원청 업체가 하청노동자들과 관계에서 노동법상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조 교수는 "판례에 따르면 원청업체가 단체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범죄에 해당한다"며 "즉각적으로 조사해야 하는 정부가 사태를 방치하는 바람에 노동자들이 의지할 데가 없어져 극단적인 상황이 초래됐다"고 비판했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윤애림 박사는 "국제노동기구(ILO)는 사내하청이라는 불법적·악질적 간접 고용형태와 관련해 지난 10년간 한국 정부에 시정을 권고했다"며 "하지만 정부는 원청의 단체교섭을 촉진하기는커녕 부당노동행위를 조사·감독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유정 민변 변호사도 "대우조선해양은 하청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기 때문에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며"노동자들의 교섭요구에 응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우조선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협력사와 작업량·기간에 대한 계약을 맺고, 업무진행은 협력사가 전적으로 책임진다"며 "원청은 그에 대해 관여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는 게 기본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저녁 늦게까지 진행된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협상에서 임금인상 등은 의견이 많이 좁혀졌으나 손해배상 청구소송 취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대우조선은 이번 협상 당사자도 아닐뿐더러 추후 소송 제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소송을 취하할 경우 '배임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그동안 노사) 합의과정에서 면책합의(사례가) 수없이 많았다"며 "면책합의를 갖고 업무상 배임죄로 기소하거나 수사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에 이어 이틀 연속 대우조선을 찾아 노사 양측의 중재와 설득에 나섰다. 이 장관은 21일 새벽 서울행 열차안 통화에서 "시간이 없다"며 "노사가 자율적으로 평화적으로 현안을 타결한다면 제기된 구조적 문제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