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자체도 전임 단체장 흔적 지우기
경기·대전·전북 등 새 단체장들
청사이전 등 주요사업 원점에서
기초지자체들도 전임 단체장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6.1 지방선거로 단체장 소속 정당이 바뀐 곳은 물론 정당이 같아도 새 단체장의 운영철학 등에 따라 기존 사업을 폐지·축소하기도 한다. 일각에선 코로나19 방역 등 민생현장을 책임져야 할 기초단체들이 윤석열정부의 '문재인정부 때리기'와 같은 정치공세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임 시장 때 건축허가된 물류창고 백지화 = 26일 전국 지자체들에 따르면 이달 1일 민선 8기 단체장들이 취임하면서 전임 단체장이 추진한 주요사업들이 중단 또는 취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기 고양시와 여주시는 전임 단체장이 추진하던 시청사 이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이재준 전 고양시장은 2900억원을 들여 시청사를 인근 부지로 신축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동환 현 시장은 재정부담과 주민 갈등 등을 이유로 시청사 이전사업을 전면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여주시의 경우 이항진 전 시장이 시청사 옆 여주초교를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그 부지를 매입해 현 청사와 묶어 신청사를 건립할 계획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충우 현 시장은 시민의견을 수렴해 후보지를 재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지난 20일 여주교육지원청이 여주초 부지를 매각하지 않고 자체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여주초교 부지는 매입 자체가 불가능해졌다. 여주시는 26일 "복합행정타운 개발이 가능한 후보지를 조사해 올해 안에 최적의 후보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안병용 전 시장이 추진한 도심형 물류창고 신설을 백지화하기로 했고 주광덕 남양주시장은 전임 시장 때 별내동에 건축 허가를 내준 물류창고 사업을 백지화하기로 했다. 모두 인근 주민들의 반대민원이 주된 이유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아예 이재명·은수미 전임 시장을 적폐로 규정했다. 인수위에 설치된 '성남시정 정상화 특위'는 지난 21일 활동을 끝내며 고발(2건) 및 수사의뢰(4건)에 해당하는 위법사항을 발견했고 조직적으로 시정 난맥상을 초래한 14건에 대해 감사권고를 했다고 밝혔다.
◆'보존→개발' 등 정책 뒤집기 = 대전에선 대덕구가 대표적이다. 최충규 대덕구청장은 전임 구청장이 진행했던 지역화폐 '대덕e로움', 어린이용돈수당, 대덕문화관광재단 등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민선 7기 시절 대전시 5개 자치구 가운데 대덕구만 진행했던 사업이다. 어린이용돈수당 등의 도입을 놓고 구의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만큼 이들 제도의 폐지를 놓고도 적지 않은 마찰이 예상된다. 이번 대덕구의회는 전체 8석을 양당이 4석씩 나눠 가졌다.
충남 공주시는 최근 전임 시장 시절 완전 철거결정이 내려졌던 옛 아카데미극장 전면부를 보존하기로 결정했다. 옛 아카데미극장이 공주시 근대사와 함께 해왔다는 게 이유다. 두곳 모두 단체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힘으로 바뀌었다.
전북 남원시는 전임 시장이 추진했던 관광지 민간개발사업에 대한 특정감사에 돌입했다. 춘향테마파크 일대에 383억원을 들여 총연장 2.44km의 모노레일과 70m 높이의 짚와이어를 설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업인데, 전임 이환주 시장의 역점사업이었다. 신임 최경식 시장은 사업비 과다를 지적하면서 사업성 검토와 사업 추진 관련한 행정절차, 협약서 적법성 여부, 사업비 투자 적정성 등 사업 전체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고 있다. 사실상 사업재검토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우범기 전주시장은 민선 6~7기 전주시정의 '보존 위주' 정책을 복합개발 중심으로 바꿀 것을 예고했다. 도심 재개발과 재건축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는 물론 한옥마을을 중심으로 한 슬로시티 정책도 폐기한다는 입장이다. 한옥마을에 케이블카 등을 설치해 복합관광지로 바꾸고 도심에 초고층 타워 건립 등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전임 단체장 시절 추진된 정책 뒤집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잘못 추진한 정책은 재검토가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정책 철회는 사회적 갈등만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