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비상근무 중인데 … '11시 출근' 문자?
2022-08-10 00:00:01 게재
행안부 출근시간 조정
지자체 공무원들 혼선
"답답한 정부" 토로도
행정안전부는 9일 집중호우로 극심한 교통정체가 우려된다며 서울·경기·인천지역 행정·공공기관 출근시간을 오전 11시 이후로 조정하도록 요청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은 비상근무 중에 출근시간을 늦추라는 조치에 혼란스러워 했다. 경기도내 한 기초단체 공무원은 "재난상황에서 비상근무 중에 출근시간을 늦추라는 조치는 처음 겪어본다"며 "현장 상황을 수습하려면 오히려 2시간 더 빨리 출근해야 할 상황인데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인천지역 지자체 공무원들은 비 피해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밤을 지새우거나 폭우로 차량이 침수되고 도로가 끊겨 새벽부터 복구작업에 동원된 상태였다.
때문에 재난상황에서 '출근시간 조정'이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경기도의 한 관계자는 "이미 밤샘근무를 하거나 조기 출근한 직원들이 많은데 출근시간을 늦추라는 조치가 실효성이 있겠냐"며 "늦게 출근하라고 해서 오히려 혼란만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시민들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부천에 사는 한 주민은 "시민들이 나서서 막힌 하수구를 뚫고 침수된 곳 복구하고 있는데 교통정체가 걱정된다고 해도 공무원들은 늦게 출근한다는 게 말이 되냐"며 "공무원들이 더 일찍 현장에 나와 상황을 수습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 소속 방세환 경기 광주시장도 "중앙정부가 오전 11시까지 출근하라고 하니 답답하다"며 "우린 1시간 더 일찍 출근하고 전 직원이 총 동원돼 산사태, 유실된 도로부터 복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방 시장은 이날 오전 7시 상황회의를 열어 활용 가능한 중장비를 모두 동원해 응급 복구에 나설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방 시장을 비롯한 자치단체장들은 대부분 이른 아침부터 피해 현장을 둘러보며 비상상황을 진두지휘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이날 0시부터 오전 5시까지 비산대교와 안양대교 주변 안전을 점검하고 이재민들을 찾아가 위로했고, 하은호 군포시장도 0시쯤부터 새벽 4시까지 산본1동 등 침수피해지역을 돌며 현장을 점검했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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