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을 택배로 위장, 걸리기 어려워"
지난해 외국인 마약사범 2339명
한국 내 외국인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8일 법무부에 따르면 6월 기준 교도소에 수감 중인 외국인 마약사범은 2018년 126명 대비 4배나 증가한 516명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국제 택배를 통한 마약 밀거래 증가와 세계적인 마약사범 증가 추세를 한국 내 외국인 마약사범 증가의 한 원인으로 보고 있다.
대검찰청이 5월 발표한 '2021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으로 적발된 외국인은 2020년 1958명 대비 약 19.5%가 급증한 총 2339명으로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현지 마약조직과 연계해 국제우편·특송화물 등을 통해 마약을 밀수하는 사례가 급증했다는 것이 검찰 분석이었다. 마약사범이 가장 많은 국가들은 대부분 아시아권이었는데 태국 888명, 중국 504명, 베트남 310명, 러시아 147명, 우즈베키스탄 128명, 미국 114명 순으로 동남아 국가가 많았다. 2018년에는 중국이 1위였지만 2019년부터 태국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조규백 변호사(법무법인 열음)는 "마약류에 대한 경각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나라에서 유입되는 근로자들의 급증이 마약사범의 증가로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마약 밀수에 '국제택배' 등 국제 우편이 상당히 많이 활용되고 있다. 곽준호 변호사(법무법인 청)는 "마약을 과자나 화장품 속에 넣어 택배로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위장을 워낙 잘하기 때문에 걸리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말했다.
부산본부세관은 마약류를 밀수한 외국인 노동자 A씨 등 2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해 말부터 5차례에 걸쳐 동남아 국가로부터 환각 파티용으로 쓰이는 합성 대마 1950ml를 과자봉지에 숨겨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지인들의 거주지로 수신지를 설정해 국제우편으로 5차례에 걸쳐 마약류를 반입했다. 최근 국내 체류중이던 태국인 B씨 등 2명은 마약을 영양제인 것처럼 포장해 들여와 적발됐다. 이들은 필로폰과 카페인을 섞어 만든 신종 마약 4000여알을 반입했다.
외국인들은 외국인 전용 노래방에서 마약을 접하는 경우가 많다. 부산지검 반부패·강력수사부(박현규 부장검사)는 마약류 케타민을 밀수입해 유통한 혐의로 불법체류 베트남인 C씨 등을 구속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이들은 해외 발송책과 공모해 지난 7월 독일에서 발송돼 인천공항에 도착한 국제우편화물을 통해 마약류 '케타민'을 초콜릿으로 위장한 채 약 1483g(약 3억7000만원)을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다. 이는 1만5000명이 동시 투약이 가능한 양이다. 지난 7월에도 노래방에서 마약을 복용한 베트남인 일행이 붙잡혔다. 경기시흥경찰서는 7월 24일 시흥시 정왕동 한 노래방에서 엑스터시 등을 투약한 베트남인 10여명을 붙잡았다. 경찰은 "노래방에서 마약 파티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는데 이들은 마약 간이 시약 검사에서 모두 양성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마약사범 급증은 세계적인 추세에 따른 것으로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 의견이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가 최근 새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대마초 합법화와 코로나19 봉쇄령으로 인해 전 세계 대마초 사용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는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전후해 대마초를 합법화한 나라에서 대마초 사용이 급증했고, 대마초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우울증과 자살 위험 역시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 변호사는 "마약사범의 증가는 우리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라며 "동남아시아 등에서 마약사범을 모두 처벌할 수 없어 정부가 관리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마약사범 급증의 가장 큰 문제는 이들이 마약범죄를 넘어 강력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서울구로구 한 도로에서 '묻지마 살인'이 발생했다. 가해자 D씨는 마약에 취한 중국 국적의 남성이었다. 사고 당시 피해자는 인력 사무소 명함을 보며 일자리를 찾던 중이었는데 D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다. 그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피해자에게 다가가 막무가내로 폭행했다. D씨는 살해 후 도주하던 중 인근에서 손수레를 끌고 고물을 모으던 80대 남성도 폭행했다. 그는 체포 후 진행된 마약류 간이시약 검사에서 필로폰 양성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