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중고거래 시장' 느는 '거래 사기'
지난해 8만4107건 검거 … 피해액 3606억100만원
14일 국회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거래 사기 검거 건수는 8만4107건, 피해액은 3606억1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에 비해 건수(12만3168건)는 줄었지만 피해액(897억5400만원)은 4배 가량 폭증한 것이다. 특히, 경찰청이 중고거래사기 집계를 시작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겼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검거 건수는 총 62만8671건이며 피해액은 6504억7400만원이었다. 하루 215건이 검거되고, 2억2277만원의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중고거래로 인한 피해가 해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중고거래 사기 피해액은 2014년 202억15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이 보다 17배나 많았다. 특히 8년간 중고거래사기 피해액 6504억7400만원 중 절반이 넘는 55%가 지난해 발생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도 3만8867건의 중고거래 사기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발생한 사건을 지역별로 보면 경기도가 1만9848건으로 가장 많은 중고거래 사기가 발생했다. 이어 서울(1만1541건), 부산(8562건), 경남(6444건), 인천(5863건) 순이었다.
문제는 사기 수법이 날로 지능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경찰이 렌탈 업체에서 컴퓨터 본체와 부품을 빌려 이를 팔 것처럼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린 뒤 구매를 희망하는 이들로부터 수천만원을 뜯어낸 30대 A를 검거했다.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올해 8월까지 중고거래 사이트에 컴퓨터 본체·부품을 판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피해자들로부터 돈만 받고 물건은 보내주지 않았다. 이런 수법으로 A씨는 피해자 32명으로부터 4500만원 가량을 가로챘다.
이런 수법은 이미 고전이 됐다. 최근에는 피해자가 돈을 보내면 '계좌가 사고 계좌로 묶여 있어 해결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속여 추가 입금을 유도하는 등 보이스피싱과 같은 수법도 등장했다.
경찰에 따르면 경기 동두천시에 사는 70대 B씨는 최근 중고 물품 온라인 장터인 '당근마켓'에서 농기계를 시가의 반값인 100만원에 판다는 게시글을 보고 판매자 C씨에게 100만원을 입금했다. 하지만 C씨는 "결제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러면서 '거래 사이트 수수료을 포함해 100만1000원을 다시 보내면 결제 완료 후 100만원은 돌려주겠다'고 했다. 그 뒤에도 C씨는 '페이' '앱' '결제 이행' 등 용어를 써가면서 거래 체결이 안 됐으니 다시 돈을 보내면 나머지 돈을 돌려주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인터넷 중고품 거래에 익숙하지 않은 B씨는 이를 믿고 또다시 돈을 보냈다. 이후 400만원 넘는 돈을 보내면서 의심을 하기 시작한 B씨가 "사기가 아니냐"고 항의하자 C씨는 연락을 끊었다.
한발 더 나아가 가짜 안전 결제 사이트 링크를 보내 대포통장으로 입금을 유도하는 수법도 등장했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특성상 소비자가 피해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행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상 사이버금융범죄는 은행이 의무적으로 계좌지급정지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고거래 사기나 게임 사기 등 인터넷 사기는 사이버금융범죄에 포함되지 않아 지급정지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
유 의원은 "중고거래피해자는 민사소송을 통해 계좌지급정지를 할 수 있지만, 비용과 시간이 오래 걸리며, 이마저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이름과 계좌번호 등 기본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고 법원을 통해서만 신청할 수 있어 실효성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중고거래 사기 피해자가 민사소송을 통해 계좌지급정지를 청구하려면 소송비용이 피해금액의 10%가량 발생하며, 시간도 3개월가량 걸린다. 가처분 신청을 통해 은행에 가압류를 신청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청구 금액의 5%가량 비용이 들어가며 이르면 3~4일, 보통 7일 정도 걸려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
하지만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면 피해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 의원은 "미국, 영국, 호주와 같은 선진국은 중고거래사기 등 인터넷사기를 사이버금융범죄와 구분하지 않고 빠른 피해금 회수나 지급정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며 "한국도 선진국과 같이 피해자 보호를 위해 계좌 지급정지 제도를 확대 및 개선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