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부동산 규제 해제 요구 봇물

2022-09-21 10:57:01 게재

"하락장 속 규제 의미 없어"

정부 곧 심의 개최 가능성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규제를 심의하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곧 개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당 지역 지방자치단체들의 규제해제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6월 30일 1차로 일부 지자체 부동산 규제를 해제한 바 있다.

21일 전국 지자체 등에 따르면 이미 부산, 울산, 충남 천안·공주·논산, 충북 청주, 세종, 전북 전주, 경남 창원 등이 규제지역 추가 해제를 국토부에 요청했다. 대전 등도 곧 해제를 공식적으로 요구할 방침이다. 수도권도 경기도를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해제 가능성 있는 비수도권 총력전 = 현재 국토부는 투기과열지구 43곳, 조정대상지역 101곳을 관리하고 있다. 투기과열지구는 투기가 성행한다고 판단된 지역으로 현재 서울과 경기·인천 일부, 세종시 등이 지정돼 있다. 조정대상지역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고 판단된 곳으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과 대전과 세종, 부산과 광주 대부분도 해당된다. 비수도권 도 단위의 경우도 중심도시 대부분이 지정돼 있다.

전국 주요 도시가 포함된 조정대상지역은 시세 9억원 주택을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70%에서 50%로, 9억원을 넘으면 30%로 제한된다. 여기에 중도금 대출건수 축소, 청약자격 강화 등이 포함된다.

이번에 해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는 비수도권 지자체는 총력전 양상이다. 충남도는 19일 "도내 천안·공주·논산에 대해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요청했다"며 "이들 지역은 해제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남도 관계자는 "공주와 논산시의 경우 인구 10만명 수준으로 지방소멸 위기지역인데도 세종시와 가깝다는 이유로 여전히 묶여 있다"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와 충북도는 지난달 31일과 이달 8일 각각 국토부에 청주시 해제를 요청하고 16일엔 간담회를 개최했다.

비수도권 지자체 가운데 유일하게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 투기지역까지 3중으로 묶여 있는 세종시는 필사적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취임하자마자 국토부를 찾았다.

울산시는 중구와 남구 규제 해제를 국토부에 공식 건의했다. 부산시는 지난달 30일 14개 자치구 규제를 해제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했다. 경남도 역시 유일한 조정대상지역인 창원 성산구 규제를 풀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대구 역시 마지막 남은 수성구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호남권도 전북 전주시가 해제를 공식 요청했고 광주광역시 역시 해제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수도권에서도 해제 요구가 높다. 경기도 구리시가 지난달 정부에 해제를 요청했고 동두천시 양주시 등은 시의회에서 해제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38주째 집값 떨어지는데…"= 이들 지자체가 일제히 규제 해제를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최근 부동산 시장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부동산 경기는 지난해 정점을 찍은 후 지역마다 시간상 차이는 있지만 하락세가 뚜렷하다. 대전시 관계자는 "38주째 집값이 하락하는 마당에 이를 유지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곧 해제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하락장 속에 계속 규제에 묶일 경우 건설경기 하락이 지역경제 하락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자칫 경착륙이 현실화될 경우 향후 안정적인 주택공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거래가 지자체 재정수입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점도 한몫한다.

이 같은 지자체 요구에도 시장에선 이번 역시 핀셋 해제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자칫 잘못된 신호가 일부지역에 거품만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규제 해제가 오히려 하락장 속에 하락세를 본격화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던 규제해제까지 이뤄졌는데 하락세가 유지될 경우 매도가 쏟아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지난 1차에서 대거 규제가 해제됐던 대구시의 경우 여전히 하락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문서진 세종부동산정책시민연대 공동대표는 "현재 규제 핵심이 대출인데 아무리 대출규모를 높여도 지금처럼 금리가 올라가는 상황에선 대출받기 힘든 게 현실"이라며 "문제가 없는 지역은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번 기회에 지역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정부도 규제나 규칙을 좀 더 세밀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여운 곽재우 방국진 곽태영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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