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한 미사일 발사 현장에 리설주가 등장한 의미는

2022-10-11 10:52:02 게재
조영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북한의 주요 사회주의 명절 중 하나인 당 창건일 전날 새벽, 북한은 탄도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함께 리설주 여사의 모습이 포착됐다. 그동안 각종 공식 행사에 리 여사가 김 위원장과 동반 등장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군사적인 활동에 모습을 보이는 일은 드문 일이다.

리설주는 2013년 공군부대 비행 훈련, 2016년 공군 전투비행술 경기대회, 2018년 건군절 기념 열병식, 2022년 4월 조선인민혁명군 창군 90돌 기념 열병식 등에 등장하긴 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본격적인 군사활동에 참여한 적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왜 리설주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현장에 등장한 것일까.

김 위원장 집권 초기 리 여사의 공식석상 등장은 북한뿐만 아니라 외부세계에서도 매우 놀라운 일이었다. 그동안 북한 사회에서 최고지도자의 배우자가 리설주와 같이 공식 행사에 최고지도자와 동행해 등장한 일은 없었기 때문이다.

왜 리설주가 김정은과 함께 등장했는가에 대해 대부분 북한이 스스로를 '정상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여느 국가들이 대내외적 행사에 행정부 수반과 배우자가 함께 참석하는 일들이 하나의 관례처럼 여겨져왔고, 그러한 관례를 북한도 수행한다는 점에서 정상국가화의 일면으로 해석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의 최고지도자의 배우자가 최고지도자와 함께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은 것을 '비정상'으로 규정하지는 않았지만, 리설주의 등장이 정상국가화를 지향하는 어떤 일면이라고 해석하는 순간 그 이전의 상황들은 '비정상'이었다는 것을 함의하게 된 측면이 있다.

신격화 할 수 없는 김정은 위상 반영 의미도

이런 의미 외에도 신적 존재로 위치되었던 김일성 김정일과는 다르게 김정은은 인간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리설주의 등장을 설명할 수 있다. 절대적 권력 외의 존재를 부각시키지 않고, 유일무이한 존재로서 신격화된 자신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배우자도 드러나지 않아야 하는 것이다.

그에 비해 김 위원장의 인간적 면모의 강조는 더 이상 자신을 김일성 김정일과 같이 신격화할 수 없다는 현실적 인식에서 기인한다. 주어진 상황이나 주민들의 변화한 의식 수준을 고려했을 때 과거와 같은 신격화는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또는 과거와 달라진 북한 사회 내의 여성들의 입지 변화를 보여주는 측면도 있으며, 단순하게는 해외에서 공부한 김 위원장의 세대적 차이로도 해석가능하다.

어찌됐든 리설주가 김 위원장과 여러 공식석상에 함께 등장하는 일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여느 국가에서처럼 국가행사에 배우자가 참석하는 정도의 일이면서 최고권력의 통치를 뒷받침하기 위한 배우자로서 '여사'의 활동의 하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미사일발사 현장에 리 여사가 등장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 리설주가 열병식에 처음 참석한 때는 2018년 건군절 기념 열병식이다. 이 때를 기점으로 리설주에게 '여사'라는 호칭이 붙었고, 2022년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돌 기념 열병식에 참석했을 때는 주석단에 오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번 미사일발사에 등장한 것도 어떤 위상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를 추측해볼 여지가 있긴 하다.

이와 관련해 리설주의 정치적 위상의 변화가 있다거나 이번 미사일 발사의 중대성과 무력의 과시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있다. 그런데 리설주의 정치적 위상 변화는 이번 미사일 발사 현장에 참석한 것만으로 설명하기는 힘들다.

그렇다고 무력 과시 의도로 리설주를 등장시켰다는 것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지 않는다. 김 위원장 혼자보다 리설주가 함께 귀를 막고 있는 것이 그 위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사일 발사도 '일상화'되는 것 아닌지

오히려 어쩌면 이러한 무력과시와 관련한 군사적 활동들이 더 많아지거나 일반적 국가 활동이 될 것이라는 점을 함의하는 것은 아닐까.

이번 미사일 현장에 리설주가 참석한 것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 '여사'로서 활동의 하나일 뿐이었다면, 다른 여느 일상적 행사에 리설주 등장이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처럼 이번 미사일 발사도 앞으로 북한에서 '특별한' 일이 아니라 '흔한'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 아닌지라는 우려가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