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원칙 없이는 요원한 신산업 규제개혁

2022-10-11 11:04:36 게재
이정민 벤처기업협회 사무총장

윤석열정부는 규제시스템 혁신을 주요정책으로 공식화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역동성 회복과 글로벌 신산업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첫 단추로 규제시스템 혁신을 통한 규제개혁을 설정한 것은 매우 환영할 일이다. 국내 규제환경을 방치한 채로 신산업 육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외치는 것은 그야말로 공염불에 가깝기 때문이다.

윤정부 규제개혁 의지 기대 반 우려 반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규제를 경험하고 있는 벤처기업들에게 윤설열정부의 의욕적인 규제개선 의지는 기대 반 우려 반으로 다가온다.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제왕적 대통령제 체제 안에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그리고 최근 문재인정부까지 대통령이 직접 나서 규제혁파를 부르짖었음에도 성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각종 진흥법이라는 명목하에 새로운 규제가 더욱 양산되어 혁신기업들의 성장을 가로막아 왔고 기존 법령체계와 신산업간의 충돌은 산업 곳곳에서 발생되었다. 우리나라에서 근본적 규제개혁이 실패하는 원인에 대해 학계는 정·관·산 연합의 규제 기득권의 저항과 정부주도 행정철학의 문제점, 한국의 사회·문화가 가지고 있는 혁신 수용성의 부재, 혁신을 주도할 시민운동 부재, 그리고 졸속적 입법과정 등을 지목하고 있다.

규제개혁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나 적어도 성공적인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구조적 문제점을 먼저 짚어봐야 한다. 몇십, 몇백건의 개별규제 해결을 정책성과로 치부해서는 이번에도 실패할 확률이 매우 높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절실함 없이는 용두사미가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 신산업 영역에서 국가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규제개혁의 원칙 세가지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우리가 경쟁해야 할 선진국 수준으로 규제개혁 목표를 정하는 일이다. 기준국가를 설정하고 그 나라에서 허용하는 것은 모두 허용하면 된다. 기준국가에서도 수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친 결론일 것이고 좀 더 높은 사회적 편익을 신중히 선택한 결과물이다. 퍼스트 무버는 기대하지도 않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산업화시대에 한국의 성공적 산업전략인 패스트 팔로우 전략을 다시 재현하면 된다.

규제개혁에 우리 공동체 미래 달려있어

둘째, 민간주도의 원칙을 명확히 하자. 어떤 미사여구를 쓰더라도 규제개혁 영역만큼은 민간이 제안하고 정부가 결정하는 구조는 피해야 한다. 행정부는 근본적으로 국가 법령을 근간으로 해 이를 집행하는 조직이다. 규제 덩어리인 현행 법령을 집행하는 조직에게 그에 반하는 결정을 기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정부는 혁신기업을 포함한 민간의 이해 관계자, 그리고 시민단체들의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 그 토론의 결과를 집행하면 될 일이다.

셋째, 정부부처간 조정권한 강화가 필요하다. 산업융합 현상으로 특정 규제 이슈는 몇개 부처를 넘나들고 각기 존재 이유가 다른 부처간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면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부의 규제개혁 의지를 응원하며 이번 만큼은 신산업 영역의 규제라는 괴물이 제거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규제혁파는 정치적 가치문제가 아니며 특정 그룹간의 이해관계 문제로 인식해서는 더욱 안된다. 규제개혁에 우리 모든 공동체의 미래가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