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국장에 “김정은과 협상” 주장 개버드

2024-11-14 13:00:03 게재

법무장관은 ‘극우 충성파’ 맷 게이츠 … ‘국무장관 루비오’ 외교안보라인 마무리

(왼쪽부터) 차기 국가정보국장에 지명된 털시 개버드 전 민주당 의원, 국무장관에 지명된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 법무장관에 지명된 우파 성향의 플로리다 공화당 하원의원 맷 게이츠. AFP=연합뉴스
‘미국 우선주의’ 노선을 관철할 충성파와 대중국 강경파 중심의 2기 행정부 인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3일(현지시간)에도 법무장관과 국무장관, 국가정보국장 인선 내용을 공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미국의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국장에 민주당을 탈당하고 자신의 선거운동을 도운 털시 개버드 전 하원의원을, 법무장관에는 극우성향의 측근인 맷 게이츠 연방 하원의원(플로리다)을 지명했다. 그는 또 국무장관에는 미국 언론보도로 미리 알려진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공식 지명해 2기 행정부 외교·안보 진용의 인선을 사실상 마무리했다.

◆민주당 출신이 미국 18개 정보기관 총괄 =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개버드 전 하원의원의 DNI국장 지명 사실을 밝히면서 “난 털시가 그녀의 화려한 경력을 규정해온 불굴의 정신을 우리 정보 당국에 불어넣고, 헌법 권리를 수호하며, 힘을 통한 평화를 확보할 것임을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털시는 20년 넘게 우리나라와 모든 미국인의 자유를 위해 싸웠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했던 사람으로서 그녀는 양당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DNI 국장은 DNI 외에도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정보국(DIA) 등 총 18개의 정보기관들을 총괄하며 내각 회의에도 참석하는 직위로, 상원 인준을 거쳐야 한다.

미국령 사모아주 출신으로 민주당 소속 하와이주 연방 하원의원이었던 개버드 전 의원은 이념과 정책, 사회 이슈 등의 이견을 이유로 2022년 탈당해 무소속으로 활동하다 올해 공화당에 입당했다.

지난 8월 트럼프 당선인을 공개 지지한 뒤 선거운동을 도운 그는 지난 9월 10일 트럼프 당선인과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TV 토론을 앞두고 트럼프 캠프의 토론 대비팀에 합류했다.

이라크 전쟁 파병 경험이 있는 군 장교 출신인 그는 북한 핵무기 개발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도 북한과의 협상을 주장한 이력이 있다. 하원의원 시절이던 2018년 1월 자신의 지역구인 하와이에서 탄도미사일 위협 오경보가 내려져 주민들이 한때 공황 상태에 빠지자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정권교체전쟁 역사는 북한과 같은 나라가 핵무기를 지속해서 개발하도록 이끌어왔다”면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협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트럼프-김정은 간 2차례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됐다.

◆'골수 트럼프파' 게이츠 통해 정적 보복 나설까 = 게이츠 의원의 법무장관 지명 사실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사법 시스템의 무기화를 종식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이슈는 거의 없다”면서 게이츠 지명자가 ‘무기화한 정부’를 종식하고, 법무부의 조직적 부패를 근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게이츠의 법무부를 활용해 정적을 겨냥한 보복에 나설지 주목된다.

하원의 대표적인 트럼프 측근 인물로 꼽히는 게이츠 지명자는 공화당 강경우파 의원 모임인 ‘프리덤코커스’의 핵심 인물이다. 작년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연방 하원의장 해임안을 주도했다. 낙태 및 불법이민 반대, 감세 지지, 총기소지 자유 보장, 흑인 시위 비판 등 정치적 입장에서 ‘극우’ 성향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정계에 막 진출했을 시점부터 그를 지지했던 열렬한 ‘친트럼프 정치인’으로, 우크라이나 지원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을 정도로 ‘미국 우선주의’ 신봉자다. 하지만 2008년 음주운전 혐의, 2017년 17세 소녀 상대 성매수 혐의 등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루비오, 동맹 중시→‘비개입주의 외교’로 =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마코는 존경을 많이 받는 지도자이고, 매우 강력한 자유의 목소리”라며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국무장관 지명을 공식 발표했다. 쿠바계 이민자의 아들로 대중국 강경파이자 지한파인 루비오 의원은 본래 동맹을 중시하는 기조였으나, 2016년 이후 친트럼프로 변신하면서 트럼프 당선인과 유사한 ‘비개입주의 외교 노선’을 지향하게 됐다.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으로 보훈부 장관을 제외한 2기 행정부의 외교·안보직 인선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국방장관에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 피트 헤그세스, 국토안보부 장관에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DNI 국장을 지낸 존 랫클리프를 지명됐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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