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인 시가총액 4200조원…1년 만에 2배 가량 증가
국내 시장 거래량 폭증, 하루 25조원 … 상반기 대비 4배↑
‘묻지마 투자’ 정부 대응수단 없어 … ‘시세조종’ 집중 모니터링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코인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글로벌 코인 시가총액은 3조달러를 오르내리고 있다. 한화 4200조원 규모로 지난해말(2143조원) 대비 2배 가량 증가했다.
국내 코인 시장의 거래량도 폭증하고 있으며 시중 자금을 급격히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주식 시장이 연일 폭락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018년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코인거래소 폐쇄를 언급한 후 6년이 지난 지금, 정부가 코인 시장의 ‘묻지마 투자’ 열풍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사실상 거의 없는 상태다.
14일 가상자산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국내 5대 코인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지난 24시간 총 거래대금은 24조9740억원으로 나타났다. 전일 34조원 가량에 달했던 거래량 보다 줄기는 했지만 상반기 14개 거래소의 일평균 거래대금 대비 4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배 가량 늘었다. 상반기 일평균 거래금액은 6조원으로 지난해 하반기(3조6000억원) 대비 67% 증가했다.
국내 1위 코인거래소인 업비트의 지난 24시간 거래규모는 16조4871억원, 2위 업체인 빗썸은 8조702억원으로 1·2위 거래소를 통한 거래 대금만 24조원이 넘는다. 국내 코인 거래대금의 98.3%를 차지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13일 한때 9만3000달러(1억3000만원) 수준으로 상승하는 등 전체적인 코인 거래 상승 추세를 주도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이후 35% 가량 상승했다.
소위 ‘잡코인’으로 불리는 알트코인의 상승률은 더 가파르다. 지난 한 주간 PNUT 코인은 765.31% 올랐으며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좋아한다고 밝힌 도지코인은 89.27% 상승했다. 이밖에도 30~70% 가량 상승한 코인들이 10여개가 넘는다.
국내 시장에서는 그동안 한 번도 코인 투자를 하지 않은 개인들까지 몰려들면서 ‘묻지마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에서는 시장에 개입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는 등 코인 거래가 법적 테두리 내로 들어왔고 국제적으로 시세가 연동돼 움직이는 코인들에 대해 국내에서만 거래 제한을 둘 수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처럼 변동성이 큰 시장 상황을 틈타서 시세조종을 하는 세력들이 대거 불공정거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집중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14일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세가 급등한 코인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링 하면서 당국이 정해놓은 일정 기준을 넘어선 경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소 10여개 이상 코인이 금융당국의 의심을 받고 있다.
금감원은 최근 시세가 급등한 코인들에 대한 상위 거래자들을 확인해서 시세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관여율 등을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식 거래와 달리 코인은 거래소들이 거래 당사자의 신원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개인 간 코인거래 내역도 확인할 수 있는 만큼, 특정 세력의 ‘시세 띄우기’ 파악이 어느 정도 가능하다.
당국과 별개로 거래소들은 자체 이상거래 상시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매매데이터, 종목별 유통량과 거래량, 계정별 입출금 내역 등을 통해 이상거래를 적출하고 혐의 내용을 심리하는 방식이다.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시세조종 세력들은 활동을 자제했고,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지켜보며 몸을 사렸다. 법 시행 이전 만큼 이상거래가 많지 않았다는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법 시행 이후 코인 시세조종 첫 사건을 적발해 최근 검찰로 넘겼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시세조종 세력들이 트럼프 당선 이후 과열된 코인시장을 호재로 여기고 불공정거래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한편 코인 거래량 급증에 따라 코인거래소들은 올해 역대급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거래 대부분이 원화마켓 거래소, 특히 1·2위 업체인 업비트와 빗썸에 집중돼 있어서 수익에 있어서도 독과점이 뚜렷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코인거래소들이 590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이 같은 거래량 추세가 이어질 경우 하반기에는 2~3배 가량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올해 상반기 직원 624명에게 1인당 평균 1억3373만원의 급여를 지급했다. 같은 기간 4대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 급여(6050만원) 보다 2배 이상 되는 액수다. 빗썸의 상반기 1인당 평균 급여도 5700만원으로 시중은행 보다 많았다.
또 이들 거래소는 비트코인 등 자체 보유한 가상자산의 시세가 급격히 오르면서 자산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나무는 6월말 기준 1만4641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비트코인이 9만달러(1억3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만큼 자산 규모는 1조9000억원에 달한다. 빗썸도 비트코인 127개, 이더리움 5386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