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제·금융시장 동반 침몰 우려

2022-10-14 11:19:36 게재

부동산 PF 리스크 확대 '도미노 부실' 위험

제2금융권 확산시 시스템리스크 연결 위기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금융시장 곳곳에서 신용위기 경고등이 켜졌다. 국내시장에서는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도미노 부실 위험이 우려된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동반 침몰 우려가 확대되는 상황이다. 시장전문가들은 물가부담과 경기침체 불안이 가중되면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의 가장 위험한 요소로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대출을 꼽았다.

◆비은행권 PF대출 급증 =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은행·보험·여전·저축은행·증권 등 금융권의 부동산 PF 잔액은 지난 6월 말 기준 112조2000억원에 이른다. 2014년 보다 68조1000억원(431%) 대폭 증가했다. 문제는 은행보다 비은행권, 제2금융권의 PF대출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지난 2011∼2013년 PF대출 부실 사태 이후 은행권은 PF 대출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 하지만 저금리 기조하에 저축은행과 캐피탈, 증권사 등 비은행권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PF대출을 대폭 늘려왔다.

그런데 부동산 PF 대출은 부실이 꼬리에 꼬리를 물 수 있어 더 위험하다. 복잡한 부동산 PF 대출 구조에 여러 곳이 얽혀 있어 부실이 발생하면 도미노식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PF 부실화는 단기물 후순위 성격의 브릿지론에서 표면화하고 있다"며 "관련 채무보증과 자산 비중이 높은 증권사, 캐피털, PF대출펀드 중심의 운용사부터 리스크가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강원도 지급 불이행 사태는 PF 대출유동화를 포함한 단기 유동화시장에 큰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강원도가 지급 보증을 약속한 춘천 레고랜드 조성 사업의 부동산 PF 유동화증권이 부도 처리되면서 단기자금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에 증권사들이 만기 도래되는 차환발행 물량을 '울며 겨자 먹기'로 떠안으면서 유동성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석원 SK증권 지식서비스부분장은 "최근 주택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금융권이 내준 부동산 PF의 건전성이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부동산 경기 둔화가 제2금융권에 영향을 미쳤을 때는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신용 부도 위험 지표 상승 =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10월 들어 다수 국가와 기업들의 신용 스프레드 확대 및 부도 위험 지표인 1년물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상승하고 있다. 한국 CDS 프리미엄은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며 지난 11일 62.73bp(1bp=0.01%p)로 연중 최고점을 찍은 후 연일 연고점 부근에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국가신용도의 위험 수준을 보여주는 CDS 프리미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대외신인도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다. 이 지표가 높을수록 채권을 발행한 국가나 기관의 신용위험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주가와 채권, 원화 가치가 동반하락하며 트리플 약세를 지속하는 중이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연3%대에 머물던 3년물 국채 금리는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연 4.5%까지 치솟았고, 원달러환율은 지난 3분기에만 10% 넘게 상승했다. 9월 22일 1400원대로 올라선 환율은 28일 1442.0원까지 고점을 높였고 최근에는 1430원대에서 등락 중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강력한 통화 긴축을 통해 유동성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달러화 수급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내년 하반기에는 신용 리스크가 본격화하는 '퍼펙트 스톰'이 몰려올 수 있다는 경고음도 커졌다. 수출과 내수를 대표하는 반도체와 부동산 경기가 악화 일로라는 점도 가장 큰 위험 요소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금융시장 내 트리플 약세 현상 심화는 국내 신용위기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라며 "그동안 잠잠하던 한국 CDS 프리미엄 및 신용스프레드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에는 인플레이션으로 촉발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부정적인 나선형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시작된 전세계 금리인상과 무역적자, 경제위축, 금융시스템 취약 등의 악순환이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을 안정시켜야 악순환을 멈출 수 있다"며 "내년 초까지 인플레이션이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2023년 전세계 실물경제의 리세션 충격은 확대되고, 금융시장의 부정적 악순환이 지속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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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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