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밀 사업종료 파장
"오너 사업다각화 뒷전 주먹구구 영업"
경영진 바뀌고 사업 내리막길 … 매각않고 사업종료 수상한 결정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0일 유제품기업 푸르밀에 원유를 공급해 온 농가에 대해 지원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김승남 의원(더불어민주당·전남 고흥군 보성군 장흥군 강진군) 의 관련 질의에 "25개 농가가 연간 4만톤을 제공하는 것으로 안다"며 "농민에 대해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답변했다.
유제품기업 푸르밀은 17일 전 직원들에게 내달 30일자로 사업을 종료한다는 사실을 알리고 정리해고를 통지하는 메일을 보냈다. 푸르밀은 4년 이상 적자가 누적돼 사업 종료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번 푸르밀 결정에 대해 매각 등 자구책을 찾는 노력없이 사업을 종료한 경영진에 대해 비난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푸르밀 사업 종료 배경에 오너 일가 '경영 실패'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푸르밀은 1978년 4월 설립된 롯데우유를 모태로, 2007년 고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 넷째 동생인 신준호(81) 회장이 100% 인수해 2009년 푸르밀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7년까지 전문경영인인 남우식 전 대표 체제 하에서 푸르밀은 꾸준히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2018년 신준호 회장 차남인 신동환(52) 대표가 회사를 단독 경영하면서 적자 경영이 시작됐다.
푸르밀은 신동환 대표 취임 직후인 2018년 15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19년 88억, 2020년 113억원 지난해에는 124억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신 대표가 회사 매각 대신 사업 종료로 직원 350여명을 정리 해고한 점도 논란이 됐다.
푸르밀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신준호, 신동환 부자의 비인간적이고 몰상식한 행위에 분노를 느낀다"며 "이에 강력한 투쟁과 (함께) 생사의 기로에선 비장한 마음을 표출하려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회사 측의 이런 통보에 대해 "소비자 성향에 따른 사업다각화 및 신설라인 투자 등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했으나 안일한 주먹구구식 영업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또 노조는 "신 회장이 올해 초 퇴사 당시 퇴직금 30억원을 챙겨갔다"며 "오너 부실경영이 푸르밀 사태 핵심"이라고 밝혔다.
회사를 매각하면 예상 금액 이하로 회사가 팔리더라도 직원은 고용이 유지된다. 하지만 푸르밀은 사업 종료로 직원들을 정리 해고하면서 법인은 청산하지 않고 남겨뒀다.
노조는 경영진이 사업종료를 선택한 것은 수백억에 달하는 법인세를 내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법인을 청산할 경우 면제받은 수백억 법인세를 다시 납부해야 한다"며 "세금을 피하려고 법인을 그대로 둔 채 직원들만 정리 해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업계는 저출산과 더불어 원부자재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건기식과 성인식 등으로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는 반면 푸르밀은 전환전환에 대한 시도가 부족했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푸르밀의 임직원 전원 해고 통보에 대해 절차상 해고가 합당한 지 조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