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사망자 사연들
"친구 모습,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아"
"친구 모습,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아"
동창모임, 휴가, 축하 등으로 모여 … "꽃다운 나이 딸, 못 떠나보내"
서울 이태원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고 있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 휴가 나온 막내, 취업에 성공한 딸 등의 소식이 전해졌다.
참사 다음 날인 30일 오후 4시쯤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대학교 부속 장례식장에는 희생자 시신 5구와 함께 A씨 시신도 있었다.
A씨 유가족 앞에 선 고향 친구들은 고개를 떨구고 아무 말이 없었다. 이태원 해밀톤호텔 옆 사고 현장에 같이 있던 일행들이다.
친구들은 광주에서 같이 올라와 하루 지내고 내려가려고 했다. 이태원 구경을 한 뒤 예약해 놓은 숙소로 가기 위해 주점을 나서는 순간 이들은 변을 당했다.
친구들은 "숙소에서 마시려고 술은 많이 마시지 않았고, 밥과 음식을 먹은 뒤 식당을 나서는 순간 압사 현장으로 들어갔다"고 말했다.
사고 지점에서 앞 사람들이 먼저 넘어졌다. 이들은 "처음에는 친구가 보였는데 어느 순간 보이지 않았고, 밀리고 밀리다 넘어졌다"며 "술 때문에 넘어진 사고가 아니고 100% 밀려서 넘어졌다"고 말했다.
친구 중 한 명은 깔린 다리가 마비돼 서 있기도 힘들어했다. 신발도 잃어버렸고 얼굴도 다쳤다. 또 다른 친구는 서 있지 못하고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가족들은 이날 오전 11시 사고 소식을 들었지만 아들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 경찰 연락이 오지 않아 결국 병원과 장례식장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이곳에 A씨가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경찰 확인이 끝난 오후 6시 넘어 A씨 시신은 장례식을 위해 고향으로 향했다.
군에서 휴가를 나왔다 변을 당한 막내아들 B씨의 사연도 있었다. 경기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에 안치된 B씨의 시신은 이날 오전 소식을 듣고 달려온 어머니에 의해 확인됐다.
어머니는 참사 뉴스를 접하고 아들에게 애타게 연락했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B씨는 사고 전날 오후 8시 30분에 군 상관에 유선 보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어머니는 "애가 아무리 술을 마셔도 전화는 꼭 받는 아인데, 전화를 스무 번 해도 받지 않아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첫째 딸로 서울에서 근무하며 최근 정규직 전환 시험에 합격한 희생자 사연도 있었다
C씨는 올해 2월 입사 시험에 합격하고 연이어 정규직 전환을 위한 필기시험에도 통과해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았다.
"초등학교 친구와 이태원에 놀러 간다"는 말에 부모는 "다녀와서 면접 준비하라"며 승낙했지만 이게 딸과 마지막 통화가 될지는 몰랐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딸의 사진을 한참 보던 어머니는 "아이가 너무 예뻐요. 꽃다운 나이잖아요. 아직 할 일도 많고..."라며 말을 흐렸다. "아직 아이 마지막 모습을 못 봤어요. 보면 아이를 떠나보내는 것 같아서 지금도 못 보겠어"라고 눈물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