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안전 총책임자(이상민 장관) 수사하라"
소방공무원노조,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고발
용산서 정보계장 극단선택에 경찰도 반발 확산
특별수사본부의 이태원 핼러윈 참사 수사에 대한 경찰과 소방 등 일선 공무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현장에서 대응했던 실무진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윗선'에 대해서도 수사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공무원노동조합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특수본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직무유기와 업무상과실치사상, 직권남용 등으로 고발했다.
고진영 소방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는 자연재해가 아니라 예측 및 통제가 가능했던 인재형 참사"라며 "10.29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대책과 함께 재난안전관리 총책임자인 이상민 장관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소방공무원노조는 특수본이 경찰과 소방에 대한 총 지휘권한을 갖고 있는 이 장관에 대한 수사 없이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구조작업을 지휘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현장 실무자들만 입건하자 '꼬리자르기'라며 반발해왔다.
고발대리인인 최종연 변호사(일과사람)는 "경찰국 신설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을 지휘·감독할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며 "이상민 장관은 예견가능했던 10.29 참사를 예방할 총 지휘책임자로 참사 사상자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상죄의 책임을 져야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특히 지난 11일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우려를 담은 정보보고서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수사를 받던 용산서 정보계장 정 모 경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이후 경찰 내 반발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정 경감은 지난 7일 특수본에 입건돼 9일 대기발령됐고 11일 서울 강북구 수유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지역 한 경찰관은 "경찰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경찰만 잘못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재발 방지를 위해선 안전 책임이 있는 정부와 지자체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고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희생양 만들기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지역 한 경찰관은 경찰 내부망 '폴넷'에 글을 올려 "대통령 경호경비가 우선 순위라서 경찰력을 대통령 경호와 집회 시위에 더 많이 집중했다고, 경찰의 책임도 있지만 이태원 지역축제 안전사고의 1차 책임은 서울시장과 용산구청장이고 이번 참사의 원인은 선제적 예방조치를 못한 국가와 정부의 잘못이라고 왜 우리 수뇌부는 말을 못하느냐"고 경찰 지휘부를 비판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경찰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면 경찰을 책임지는 행안부 장관과 대통령도 책임을 져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고 싶다"며 "왜 책임을 경찰관에게만 묻고 정부에 물어서는 안되는 것인지 답을 들어야 한다"고 했다.
"권한만 누리고 책임지지 않는 윗선에 대한 수사는 전혀 안되고, 정권의 눈치만 보고 현장 경찰만 윽박지르고 있는 특수본을 당장 해체하라"고 요구한 경찰관도 있었다.
이와 관련 특수본은 "'지지부진하다', '하위직만 수사한다' 등을 비롯한 다양한 의견을 겸허히 청취하고 있다"며 "기초수사를 통해 확정된 사실관계를 토대로 빠른 시일 내 수사범위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니 특수본 수사를 믿고 결과를 지켜봐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윤희근 경찰청장은 14일 서면으로 진행한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확산되고 있는 '꼬리 자르기' 논란과 관련해 "이번 사고의 책임을 일선 경찰에게 돌린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진상 규명은 상황보고·전파·지휘 등 일체의 조치를 포괄해 상하급 기관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진행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 말했다.
윤 청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휘부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현재 특수본 수사가 진행중인 만큼, 진상을 분명하게 규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