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수공예품에 와인+낙엽 어우러진 맛집

2022-11-14 11:26:55 게재

서초구 양재천길 상권 변신중

특색있는 '동네가게'가 활력소

"계절마다 색다른 풍경이 펼쳐지는 양재천 분위기 자체가 좋아요. 야외무대에서는 공연이 끊이질 않죠. 산책길에 들어오시기도 하고 멀리서까지 찾아오시는 분들도 많아요."
서초구가 양재천길 상권 활성화 거점이 될 커뮤니티 공간을 마련했다. 일대 점포에서 추천한 와인 시음을 시작으로 다양한 행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사진 서초구 제공


서울 서초구 양재동 이른바 '양재천길 상권'이 들썩이고 있다. 길었던 코로나19 침체기를 딛고 독특한 맛과 멋을 자랑하는 작은 가게가 하나둘 늘고 있다. 서초구는 상인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에 공공의 지원을 더해 지역 상권을 견인하는 대표 거리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14일 서초구에 따르면 양재천로와 논현로27길 일대 양재천길 상권은 총 9만7653㎡에 달한다. 양재천과 면한 거리부터 지하철 3호선·신분당선 양재역과 닿은 말죽거리 상권에 이르기까지 골목이 모두 포함된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소 대신 와인 맥주 커피를 주종으로 하는 140여개 먹거리 가게가 자리잡고 있다. 주방용품을 함께 판매하는 빵집,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가구점 등 이색 점포도 여럿이다.

서초구는 양재천길 새 상권을 '살롱 인(in) 양재천'이라 이름 붙였다. 고급 객실이나 응접실(살롱)에서 사교모임을 즐기듯 문화예술을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골목상권을 의미한다. '언제 어디서 사진을 찍어도 화보' '클래식과 재즈가 흐르는 고품격 자연친화적 상권'을 목표로 세웠다.

서울시 '로컬브랜드 상권 육성사업'을 통해 마중물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상인회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침체돼 있어 공무원들이 발로 뛰었다. 동주민센터를 통해 현 상인회장과 연결이 됐을 당시만 해도 참여 점포는 두세곳에 불과했다. 김수연 경제진흥팀장은 "공무원들이 점포마다 동의서를 받으러 다녔고 사업설명회를 열어 의견을 모았다"며 "현재 129곳이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년간 서울시에서 3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구 예산을 추가해 상권 전체를 살롱처럼 꾸민다. 양재천 완충녹지는 개방감 있는 정원으로 탈바꿈시킨다. 수변무대에서 연중 펼쳐지는 공연부터 벚꽃축제 천천투어 등 계절마다 이어지는 즐길거리에 볼거리가 더해지는 셈이다.

양재천변에 독창적인 수공예품 판매공간도 추가한다. 김 팀장은 "청년 작가들이 전시·판매를 하면서 일일 체험교실을 운영하도록 할 것"이라며 "양재천 자연환경을 즐기면서 맛집과 예술작품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상권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재천로21길에는 지난달 거점 공간이 문을 열었다. 상인과 주민들이 상권 활성화에 머리를 맞댈 커뮤니티 시설이다. 방문객들에게는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양재천길 상권 내 점포에서 추천하는 와인을 시음하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는 '나만의 주캐(술 취향) 찾기'를 시작으로 다양한 행사가 예정돼있다.

내년부터는 말죽거리 상권과 양재천길 상권을 잇는 아트로드를 조성한다. 말죽거리 상권은 중소벤처기업부 1호 골목형상점가로 식당 주류 생필품 등 양재천길과는 또다른 멋을 자랑한다. 구는 전선 지중화와 간판 개선, 포토존 조성 등 거리환경을 개선하고 방문객들 눈길을 끌 지점을 마련할 예정이다. 상가 주변 청소와 양재천 방역, 안전귀가 지원, 수공예 강좌 운영 등은 부서나 민·관을 넘어 협업하기로 했다.

공예품을 비롯해 문화예술 분야 청년 창업과 연계도 구상 중이다. 전성수 서초구청장은 "말죽거리 상권과 양재천길 상권을 연계해 상승효과를 낼 것"이라며 "양재권역 골목상권을 서초는 물론 서울시 전역의 상권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성공적인 사례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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