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탄소중립, 갈림길에 선 대한민국의 선택
우크라이나전쟁 발발 이후 유럽발 에너지 위기가 올겨울 추위는 물론 가격 폭등과 연결되어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극복과 경기부양 목적의 양적완화로 통화량을 급격히 늘린데다 에너지 공급량 부족이 더해 역대급 글로벌 인플레이션이라는 거대한 부메랑이 되었다.
미국이 올해만 네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동시에 인플레이션감축법과 같은 바이 아메리칸 기조 정책을 쏟아냈고 유럽도 '유럽산 우선 구매법'으로 맞서고 있다.
'기후악당' 오명 쓴 한국
경제 분야만이 아니다. 자원무기화로 인한 에너지안보 위기로 각국은 '친환경'을 잠시 유보하고 부족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중단했던 석탄발전소까지 재가동하고 있다. 화석연료를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힘을 받으며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가 양립이 아닌 선택의 문제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지난 11월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기후변화협약의 구체적 이행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기업대표, 시민사회 등 약 3만여명이 참석한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7)가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는 기존 선진국 중심의 논의에서 기후변화로 고통받는 개도국이 보상을 요구하며, '손실과 피해'가 공식 의제로 채택됐다. 기후정의가 기후변화 협상 테이블의 가장 뜨거운 의제로 떠오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11위 온실가스 대량 배출국이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역할과 책임엔 소극적이라 '기후악당'의 오명을 쓰고 있다.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에 탄소중립을 위한 책임과 역할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지난 11월 신정부 출범 후 첫번째 수소경제위원회에서 수소 기술 미래전략이 발표됐다. 생산-유통-활용 전 주기에 걸쳐 국내 굴지의 대기업과 에너지 공기업이 본격적인 수소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발전공기업을 비롯한 많은 기업이 무탄소 발전 생태계 조성을 위한 중장기 추진전략을 수립하고 수소연료전지 발전과 함께 기존 석탄과 LNG 발전설비에 암모니아와 수소를 혼소하는 기술개발에 착수했다. 또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개발을 통한 이산화탄소 포집도 준비하고 있다.
수소경제 '퍼스트 무버'로 가는 길
또한 제주에서는 남아도는 재생에너지를 활용, 에너지기업과 수전해 기술 보유기업이 국내 최대규모 그린수소 생산 실증에 나섰다. 지난 11월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 방한 시 국내 대표기업들이 '팀코리아'(Team KOREA)를 결성해 사우디 국부펀드와 그린수소·암모니아를 국내로 들여오는 협약을 체결하는 등 본격적인 수소경제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란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화석연료 기반 에너지 체계에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과 미중 무역갈등, 경쟁적 보호무역주의 등장은 가뜩이나 어려운 '지구온도 1.5℃ 유지 목표'를 위한 협상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세계 최초 수소법을 통과시킨 우리나라를 전세계가 주목하는 만큼 수소경제 '퍼스트무버'(First Mover)가 되는 것이 국제사회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