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맞춤 통합지원
"정보 연계·공유 위한 법적 근거 마련해야"
전문가가 본 학생 지원 … '학생맞춤 통합지원법' 제정·전문 지원체계 구축 제안
한국교육개발원·내일신문 공동 기획
학생맞춤 통합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 주도로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김 의원은 "도움이 절실한 학생들이 처한 어려움과 환경을 고려해 맞춤형 통합 지원체계를 만들고 신청에서부터 진단, 지원에 이르는 성장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학생맞춤통합지원법' 제정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오산시)도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조기에 발굴하고 사업 및 전문 인력간 협력으로 학생 개인 맞춤형으로 통합 지원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한 실정"이라고 힘을 실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학생 한명 한명을 역량 있는 미래인재로 키울 수 있도록 학생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며 "주요 쟁점들을 면밀하게 검토해 '학생맞춤통합지원법'이 교육 수요자와 교육현장의 모두가 만족하는 법안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 원장은 "그동안 분절적으로 추진되고 있었던 학생 지원 정책들이 연계되기 위해 관련법과 제도의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대면 비대면으로 개별 진행한 인터뷰를 재구성했다.
■교육복지 지원이 정책별로 제각각이고 산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청소년기 학생이 겪는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어떤 학생들은 경제적 어려움, 기초학력 미달, 가정폭력, 학교폭력, 정서불안 등 복합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현재 학생 대상 지원사업은 심리, 복지, 재정 등 개별 사업별로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따로국밥식으로 지원된다. 사업의 개별화는 학습 및 안전공백을 발생시키고 일시적인 처방에만 그친다는 한계점이 있다. 때문에 이제는 따로국밥을 한 밥상으로 모아 학생의 어려움을 조기발견·통합지원·점검까지 효율적으로 일원화시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 : 현재 저소득층 교육급여 지원, 심리·정서 지원을 위한 Wee프로젝트, 기초학력 미달학생 지원 등 다양한 사업들이 있다. 사업별로 각각 지원하는 체계로는 어떤 학생이 어떤 사업에서 지원받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파악이 안되다보니 일부 학생에게만 과도하게 지원이 집중되거나 사각지대가 발생하기도 하며 학생 역시 사업별로 찾아가서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누군가 알려주지 않으면 지원을 받을 기회가 사라지는데 위기 상황에 놓인 아동일수록 자신의 문제를 진단하고 필요한 곳에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능력이 부족하다.
류방란 한국교육개발원장 : 소관부서가 교육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법무부 등으로 분절돼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교육복지 사업들이 확대 발전하게 됨에 따라 분화해 교육부나 교육청도 교육복지 사업들이 여러 부서에 흩어져 있다. 각 사업은 목적에 따라 학생을 지원하는 범위를 특정하고 있고, 학교 안과 밖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도 사업별로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경향이 있다.
■현장에서는 아동청소년 지원 과정에서 정보접근의 어려움을 호소한다.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 : 개인정보보호 등을 이유로 교육복지사들에게 아동청소년들의 정보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정보가 없다 보니 학생들을 제대로 파악·진단할 수 없고 당연히 제대로 된 복지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학생이 상급학교로 진학할 때 학교 간 정보도 연계되지 않는 실정이다.
안민석 : 아동복지법에서는 아동학대의 조기발견과 신속한 보호조치를 위해 학대 고위험군의 아동 정보를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 타 부처와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법에 따라 관련 정보가 학교에도 넘어오지만 정작 관리의 주체, 방법 등 구체적인 내용이 법적으로 부재한 실정이다. 때문에 학교에서 학대 고위험군 정보를 포함해 학습 상담 복지 등 주요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맞춤형으로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류방란 : 궁극적인 목표는 학생이 신뢰로운 사회적 관계 속에서 기본 학습 역량을 키워가며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빨리 찾아내 이 학생이 처한 상황과 특성에 따라 어떤 도움을 어떻게 줘야 할지를 협의하는 구조를 만들고 강화해야 한다. 현재 여러 부처의 사업이 개별적으로 지원하고 있던 것을 학교를 중심으로 공동의 협의 구조 속에서 개별 학생에게 맞는 방안을 함께 강구해 공동 보조를 취해야 한다.
장상윤 : 모든 학생이 안심하고 학교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교사 혼자서는 할 수 없다. 학교만으로도 힘들다. 아이들이 처해 있는 어려움 중 많은 부분이 경제적 곤란이나 가족해체 등과 같은 가정의 문제에서부터 비롯되기 때문이다. 학교와 교사 뿐만아니라 지역사회의 모든 자원을 연계해서 통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학교 내에서나 학교와 지역이 함께 협력해서 위기학생을 지원하려면 정보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 개인 맞춤형으로 통합 지원하도록 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다.
안민석 : 학생들의 어려움에 대한 진단이 빠르게 이뤄지려면 학교 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다양한 기관의 서비스와 자원을 연계하는 협력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교육부, 지자체 외 다양한 기관의 연계가 가능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고 맞춤형 지원을 해야 한다.
김병욱 : 위기 아동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제대로 지원하기 위해서는 정보 연계·공유가 꼭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학생맞춤통합지원법안'이 논의 중이다. 이 법에는 학생 지원에 필요한 정보를 관련자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담겨있다. 또 학생 지원에 대해 학부모 동의 절차를 명확히 규정하고 부모의 동의를 받을 수 없거나 동의를 받는 것이 부적절한 상황이 위기학생의 경우에는 우선 지원하고 사후에 통보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학교 내 교직원, 상담사, 복지사 사이에 정보공유가 원활히 이뤄지고 학교와 교육지원청 시도교육청 지자체가 유기적 관계를 형성해 위기학생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맞춤통합지원은 어떻게 실행되나
장상윤 : 모든 학교에서 새로운 체계가 구축돼야 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적용하기는 어려워 먼저 선도학교를 운영하려고 한다. 시범사업을 할 교육지원청도 지정해서 운영할 예정이다. 이미 현장에서는 학생에게 맞춤형 지원을 잘 하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사례들을 포함해 성공모델을 개발하고 단계적 확산을 모색하려고 한다. 지원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교육복지안전망도 함께 확대한다.
류방란 : 학생맞춤통합지원정책의 성공 열쇠는 교육 현장에 있는 교직원의 목적 의식과 역량에 달려 있다. 따라서 교사와 전문상담교사, 교육복지 담당 전문 인력에 대한 연수는 물론 교감 교장 연수도 다양화해 학생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지원 체제 구상 논의를 심화시켜야 한다. 학교와 교육청이 보유한 학생지원 기관과 전문가 정보를 등록하고 학교가 이를 쉽게 검색할 수 있는 전국단위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한다면 현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 교육을 통해 학생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학생성장 지표를 개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함으로써 증거기반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