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와 범죄현상에 대한 단상

2022-12-26 10:47:33 게재
박성훈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정보·통계연구센터장

미국의 범죄학자 펠슨(Marcus Felson) 교수는 어떤 범죄사건도 의미없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의 범죄행위 분석 핵심요소 세가지는 범죄동기가 있는 범죄자, 범죄대상으로 적절하다고 여겨지는 피해자, 실제 범행을 막을 만한 피해자의 보호능력이다. 범죄사건은 나쁜 마음을 품은 잠재적 범죄자가 범행대상으로 삼을 만한 적절한 피해자를 고른 후, 그런 나쁜 동기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환경이 결합할 때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거리두기 완화 이후 범죄발생 다시 늘어

지난 3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신체적 고통, 정신적 불안, 일상적 제약을 경험했을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도 엄청난 비용을 치렀다. 펠슨 교수의 관점에서 보면 코로나19에 따른 일상활동의 변화는 잠재적 범죄자와 잠재적 피해자가 처한 상황도 변화시켜 개별 범죄사건의 양상은 물론 전체 범죄현상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대검찰청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분기별 범죄동향 리포트' 에 따르면 2019년 4분기와 비교해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1분기 전체 범죄 발생건수는 계절적 요인을 고려하더라도 12.9% 감소했다. 유형별로는 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 등 강력범죄가 가장 많이 준 것으로 나타났다. 감소추세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2021년 초반까지 이어지다가 완화되기 시작한 2021년 후반부터 다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학자들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대면접촉에 기반한 범죄유형(폭행 절도 성추행 등)은 감소하는 반면, 비대면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범죄유형(온라인 사기, 온라인 성희롱 등)은 증가한다는 사실에 이견이 없다.

다음으로 피해자 통계를 살펴보자.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의 '전국범죄피해조사 2020'에 따르면 2020년 범죄피해율은 코로나 이전인 2018년에 비해 4.5% 늘었다. 특히 재산범죄피해율보다 폭력범죄피해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력범죄피해율은 코로나 이전부터 증가추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코로나와 무관하다고 볼 수 있지만, 폭행이나 성폭력 피해가 커졌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취약계층일수록 범죄노출 가능성 커져

특히 폭력범죄피해자 중에는 여러번 반복해서 피해를 봤다는 응답이 코로나 이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한 피해자일수록 코로나 팬데믹 이후 범죄에 더 자주 노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과는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때 상대적으로 취약계층에 속한 사람일수록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커진다는 주장에도 부합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는 열악한 공중보건 실태, 경제 양극화의 심화, 개인의 자유에 대한 국가의 개입 정당성, 취약층의 사회적 고립 등 각종 사회문제를 동시에 경험하는 값비싼 비용을 치렀다.

기존의 범죄예방이나 형사정책 방향이 대면 상황을 전제로 범죄동기를 억제하기 위한 범죄자 중심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앞으로는 비대면 상황을 고려한 사회적 관계 회복 및 심리적 회복탄력성 강화 등 피해자 관점의 세심한 전략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최첨단 스마트기술과 빅데이터가 범죄예방 및 형사정책에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의 관심과 협조도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