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취 없애고 지하화 … 주민 곁으로
2022-12-26 11:15:55 게재
지자체들 하수처리장 변신 시도
방치된 땅에 복합문예공간 조성
벽화 그리고 수질 전광판도 설치
25일 경기도와 시·군들에 따르면 의정부시는 오는 29일 시청 신관 2층 인재양성교육장에서 공공하수처리시설 집적·현대화 사업에 관한 주민 공론장을 연다. 참석한 시민들이 공공하수처리시설 노후화 실태를 확인한 뒤 현대화사업의 필요성, 재원조달 방안 등을 논의한다. 의정부시는 공론장을 통해 시민들에게 하수처리시설 관련 내용을 시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시민 합의로 공공하수처리시설 운영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의정부시는 현재 장암동 공공하수처리장 1~3시설 가운데 1시설부지 4만4000㎡에 모든 시설을 집적시키는 현대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나머지 2·3시설 부지에는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이번 공론장을 통해 하수처리시설 관련 내용을 시민에게 공개하고 소통해 의정부 민관협력 모델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시도 새로 신축하는 하수처리시설을 완전히 지하화하고 상부는 과천시를 상징하는 문화복지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과천시는 지난 1986년 준공돼 사용연한(30년)을 넘긴 환경사업소(하수처리장 등)를 주암동 일대에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인접한 서울 서초구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혀 난항을 겪었다. 그러자 국토부가 지난달 막계천과 양재천이 합류하는 과천동 555번지 일원에 하수처리시설과 문화복지공간을 함께 짓는 방안을 제안했고, 시가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시는 지상공간 12만㎡에 시를 상징할 대규모 공원과 도서관 체육시설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하수처리장을 기피시설이 아닌 주민에게 혜택을 주는 시설로 인식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신계용 과천시장은 "환경사업소를 어디에 설치해야 시민 피해가 최소화되는가가 아닌 어디에 설치해야 시민 수혜가 최대화되는가를 고려해야 한다"며 "지상 공원을 시민과의 소통을 통해 과천의 랜드마크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성남시는 25년간 방치해온 구미동 옛 하수처리장 부지를 다목적 복합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에 해당부지의 용도를 자연녹지지역에서 제1종일반주거지역(도시관리계획)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또 지난 2018년 연구용역 및 주민의견 수렴을 거쳐 마련한 복합문화예술공간(생활문화센터 창업공간 공유작업실 등) 건립방안을 구체화할 '건축기획' 용역도 발주할 예정이다. 시는 행안부 타당성조사, 경기도 투자심사 등 행정절차를 거쳐 오는 2027년 착공, 2028년 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구미동 하수처리장은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인접한 용인시 수지지역 하수처리를 위해 150억원을 들여 1997년 2월 완공했으나 시험가동 중 주민 집단민원으로 운영이 중단된 뒤로 방치돼 왔다.
인천시도 최근 '남항공공하수처리시설 증설 및 개량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상 상부활용 계획에 남항근리공원 특성을 반영해 시민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 하수처리장에 대한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곳들도 있다. 경남 진주시는 최근 초장동 공공하수처리시설 송풍기동 건물의 내진 보강공사하면서 건물 외벽 2곳에 가로 4m, 세로 7m 규모의 벽화를 그려 넣었다. 그림은 천연기념물 '수달'이 노는 모습과 드라마 '이상한 변호수 우영우'에 등장했던 등푸른 '고래'가 헤엄치는 모습을 표현했다. 경북 영천시는 하수처리장의 방류 수질정보를 알려주는 전광판을 설치했다. 하수처리장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와 관련 최종수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언론기고문을 통해 "님비시설 취급을 받던 하수처리장이 시설 지하화와 악취 제어공법 개발로 경관과 악취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피시설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앞으로 주민들이 선호하는 도서관, 대형마트 등의 시설과 하수처리장을 연계·개발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수처리장 상부를 다양한 용도로 복합개발하기 위해서는 관련 제도 개선과 지역주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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