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중국의 시각 "10위권 경제대국 한국의 소국외교"
올해 몇차례 중국 인사들과 회의를 통해 윤석열정부에 대한 평가를 들을 수 있었다. 당국의 공식적인 신중한 발언과 달리 중국학자들은 윤석열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에 대해 매우 혹독하게 비판했다.
중국학자들은 윤석열 후보가 2021년 7월 중앙일보 인터뷰를 통해 '중국이 사드를 문제 삼으려면 중국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친미반중을 노골화했다고 본다. 대통령 당선 이후 친미반중 일변도의 냉전시대 소국외교로 퇴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학자들만이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윤 대통령에 대한 비호감 이미지가 광범위하게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해방과 한국전쟁 이후 미국일변도의 편승외교를 했는데, 이는 냉전시기 소국 한국이 선택할 수밖에 없는 노선이었다. 물론 유신쿠데타 이후 박정희 대통령 시기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고 자주노선의 길을 걸었던 짧은 시기도 있었다. 미중 협조노선 속에서 주요 선진국들은 미국과 안보동맹, 중국과 경제협력을 동시에 추구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이러한 실용외교 노선을 걸었다.
일변도외교도 즉흥적 결정 아닌지 궁금해해
최근 미중 전략경쟁이 심화되면서 미국은 출신 정당과 관계없이 동맹국과 협력국들에게 친미반중 노선 선택을 강요한다. 중국측은 미국의 이러한 외교행태에 대해 미국만의 이익독점을 위해 상대국에게 선택할 수 없는 선택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미중 간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가치사슬이 형성된 상황에서, 정치인들의 중국과 디커플링 선언과는 반대로 미중무역이 오히려 늘어났다. 나토회원국 같은 전통적인 미국 우방국은 여전히 국익을 중심으로 중국과 경제협력을 증대시키고 있다.
그런데 윤석열정부는 친미반중 노선으로 급격한 정책전환을 결단했으며 역내 현상타파 세력의 중추가 되고 있다는 게 중국학자들의 시각이다. 한국은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역사상 최강의 한미-한미일 연합군사훈련을 주도했으며, 남북의 두 지도자가 한반도에 강대국을 끌어들여 신냉전을 촉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냉전시기 한국의 미국편향 노선은 맞는 선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틀렸다. 세계 10위 경제대국이 선택한 일변도 외교는 소국외교로의 회귀라는 역진과 퇴행이다. 더욱이 이러한 외교노선이 장기구상과 비전, 그리고 로드맵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중국학자들은 윤석열정부의 이러한 정책들이 즉흥적인 발상에서 태동된 만큼 거꾸로 급격한 정책전환을 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학자들은 다양한 안보위기 징후들을 지적한다. '8월 호우피해와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위기관리센터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인수위 때부터 대통령의 동선과 사진이 영부인 팬카페와 여당 권력투쟁 과정에서 유출되곤 했다. 북한이 11월 초 제7차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현재까지 하지 않았다. 또 국정원 1급 전원과 2~3급 인사 관련 보직해임과 기조실장이 사임하는 등 정보기관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들이 외부에 노출됐다. 해외순방 관련해 조문없는 조문외교, 의전이 없는 면담과 욕설 파문이 있었다… 등등'
중국학자들은 이러한 사고의 원인으로 윤석열정부가 지지율 제고를 위해 정권안보를 선택한 부작용으로 본다. 지금의 일변도외교도 정권안보 차원에서 이루어진 즉흥적 결정이 아닌지 궁금해한다.
한국의 급격한 정책전환 가능성 있다고 봐
실제 정권안보를 위해 국가안보를 희생했던 경험이 있다. 이명박정부 시절 밀실에서 한일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는 등 일본지향적 외교를 하다가, 돌연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천황의 공개적 역사 반성을 요구하는 반일로 급격히 전환한 적이 있다. 또한 박근혜정부 시절 베이징 텐안먼 성루에서 대일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에 참석할 정도로 친중노선을 걷다가 얼마후 사드배치를 하며 반중노선으로 정책전환을 하기도 했다.
지금 윤석열정부의 외교노선이 지도자의 치열한 사고 속에 나온 결단이 아니라면, 급격하게 반일친중 노선으로 전향할 가능성도 열려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당국은 학자들과 달리 전략적 인내 노선을 선택하고 심도있게 분석을 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