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찾는 생생 일터뷰 | 관세법인 영인 오학영 관세사

FTA로 열리고 분쟁으로 닫히는 세계 국제 무역 틈새 잇는 전문가

2022-12-29 17:26:39 게재

마트에서 수입산 소고기 할인 행사가 계속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의 통큰 ‘반값 할인’의 비결은 관세 인하에 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7월 20일 통관 물량부터 10~18%에 달했던 수입산 소고기 관세를 0%로 한시적 인하했기 때문. 한편 미국과 유럽연합이 탄소배출량과 연계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관세율을 손보기로 하면서 국내 기업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처럼 관세는 밥상 물가부터 한 국가의 주요 산업까지 흔들 만큼 영향력이 크다. 무역전쟁의 주요 무기로 쓰이는 이유다. 이 관세에 대해 전문성을 가지고 활약하는 직업이 관세사다. “단순히 관세를 계산하는 것을 넘어 무역 전문가로 일한다”는 관세사의 일을 관세법인 영인 서울지점 대표 오학영 관세사에게 들어봤다.

    이미지확대 사진 이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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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관세사의 일과 전망을 알려준다면?
  수입·수출 화물은 반드시 국가에 신고해야 합니다. 국가는 화물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관세를 부과하죠. 수출입 신고부터 관세 납부 등 일련의 행위를 통관이라고 하고요. 관세사는 이 통관 업무를 대행해주는 전문가입니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도록 돕고, 까다로운 신고·관세 계산을 대신해주죠. 세관의 조사를 받을 때 피조사자를 대리하기도 하고, 관세법을 잘 해석해 합리적인 금액을 납부하도록 돕고요.   무역 관련 컨설팅도 제공합니다. 외국에서 대중화된 상품도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려면 국내 규격을 충족해야 해요. 식품이나 생활용품 등의 성분 규정이나 전기 제품의 전자파·안전 규격 등 품목마다 제각각인데, 사업자가 하나하나 알아보긴 어려워요. 자유무역협정(FTA)의 확대로 무관세 조건을 맞추기 위한 원산지 증명 등은 더 까다로워지고 있고요. 관세사들이 이를 안내·지원합니다. 아예 고객이 처음 무역을 시작하거나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일 때 국내 규격이나 수입세 규모 등을 포함해 잠재 가치를 함께 따져보기도 하고요. 그렇게 도입한 품목이 국내에서 성과를 내 무역 규모가 늘거나, 수입 품목 확장의 계기가 되면 보람이 크죠. 이런 면에서 관세사는 관세 분야의 전문가이자, 무역 전문가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전망을 보면, 관세사는 주로 기업을 상대하는데 최근 10여 년간 ‘직구’ 규모가 커지면서 특송 통관 관련 세관의 담당 인력이나 창고가 급증했어요. 관세사 입장에서도 꽤 큰 시장이 됐고요. 향후 관세사의 업무 영역이 개인의 온라인 상거래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송 통관 개인이 온라인에서 해외 제품을 직접 구매해 들여오는 것을 말한다.    
Q. 관세사가 된 계기는?
  현실적인 이유죠. 자격증을 따면 좀 더 좋은 근무 환경에서 안정적인 전문직으로 일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하. 다만 가능하면 대학 전공을 살리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국제통상학을 전공했는데, 아시다시피 인문 계열 전공은 공대나 의대처럼 직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지 않아요. 학점을 관리하고 토익 점수를 높이는 게 취업 준비죠. 그렇다 보니 대학에 굳이 와야 했나, 전공 공부가 의미 있나 회의가 들더라고요. 무역과 통상을 배우는 전공에 흥미도 있어서, 가능하면 배운 걸 써먹고 싶었어요. 관련 분야 전문직을 찾아봤고, 그중에서도 공부량이 많은 편인 관세사 자격시험을 알게 돼 준비하게 됐습니다. 군대에서 시작해 대학 재학 중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2년 반 정도 시험을 준비해 합격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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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관세사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은?
  일순위는 무역에 대한 관심과 꾸준한 공부입니다. 관세는 FTA 등 국가 간 조약이나 개별 국가의 정책에 크게 변화하죠. 환율의 변동은 수입·수출품의 거래량에 영향을 주고요. 그래서 국내는 물론 세계 정세, 각국의 관세 정책을 눈여겨봐야 해요. 또 관세는 단순 숫자 계산이 아니라 규제, 혜택, 납부, 감면, 환급 등 무역·관세 관련 법 조항들을 어떻게 해석하는지에 따라 부과금이 차이가 납니다. 적법하고 합리적인 관세를 부과받도록 유연하면서도 논리적인 사고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기계화가 모든 직업의 이슈인데, 관세사 업계는 큰 변화가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성과 관리도 중요해요. 업무가 서류 위주이지만, 물품이 오가는 공항·항만에 직접 가서 물건을 찾고 관련 인물을 만나거나 세관, 고객인 무역 회사에 방문하는 일도 적지 않아요. 고객을 유치하거나 유지하려면 관세 분야의 전문성과 함께 서비스 마인드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발휘해야 합니다. 성향에 맞지 않지만 무역에 관심이 있다면, 관세직 공무원을 염두에 둘 만합니다. 가산점이 부과되다 보니, 관세사 자격증 보유자가 많이 진출해요.    
Q. 관세사가 되는 데 도움이 되는 전공이나 자격증은?
  제 주변의 관세사를 보면 전공이 매우 다양해요. 무역에 관심이 있다면 전공불문 누구나 도전이 가능한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자격증 역시 이 분야의 가장 상위에 속해, 추가로 필요한 것이 없다고 봐요. 다만 ‘사무원’으로 불리는 직원들은 국제무역사, 무역영어 1급, 원산지관리사 등의 자격증을 소지한 비율이 높긴 합니다. 아무래도 무역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업무가 수월하기 때문이죠.    
Q. 청소년들의 진로 설계에 대해 조언해준다면?
  무역 분야에 관심이 있다면, 외국어 능력을 키워두길 권합니다. 관세사뿐 아니라 무역 회사에 입사하거나, 직접 외국 거래처와 수출입 사업을 하려면 해외 바이어와의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거든요. 수출입 모의 거래나 박람회 등에 참여해 견문을 넓히는 것도 좋아요. 관세사 자체에 흥미가 있다면 무역 관련 서적이나 법 조항을 읽어보는 게 도움이 되고요.   무엇보다 ‘진로를 모르겠다’거나 ‘꿈이 없다’고 스트레스를 받진 마세요. 청소년 시기엔 당연한 겁니다. 학교를 벗어나 많은 경험을 하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 폭넓게 공부하다 보면,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할 일이 생기고 꿈도 명확해질 거예요. 지금은 그때를 대비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자신이라는 그릇에 뭘 담으려고 하지 말고, 그릇을 크게 만드는 데 집중하세요. ‘꼰대’ 같을 수 있지만(웃음), 결국 공부에 최선을 다하라는 조언입니다.    
정나래 내일교육 기자 len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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