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회계사 윤리교육, 사회적 요구에 크게 미흡"

2022-12-30 10:23:46 게재

감사품질 중요덕목 불구, 2차 시험 일부 문제 출제에 그쳐

"국제교육기준에 안맞아" … 주요국, 사례중심 토론교육

회계감사를 받는 기업에 적정 의견을 제시하는 대가로 뒷돈을 요구하는 회계사, 외부감사 중 얻은 기업의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회계사, 수백 곳의 아파트 회계감사를 맡아 형식적으로 처리한 회계사 등 공익보호라는 직업윤리를 저버린 회계사들 사건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회계사들의 감사활동이 기업 회계의 투명성 향상과 효율적인 자본시장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회계사 개인의 윤리적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제대로 된 감사품질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회계사의 직업윤리 강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회계학회가 발간한 회계저널 12월호에 실린 논문 '공인회계사 직업윤리 함양을 위한 제언'에서 이문영 덕성여대 회계학과 교수,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전규안 숭실대 회계학과 교수,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현행 윤리교육체계는 국제교육기준에서 요구하는 교육내용, 교육방법, 평가방식 모두에서 크게 미흡하다"며 "직업윤리 교육체계에 대한 과감한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재 공인회계사 선발과 양성 체계를 보면 이 중 직업윤리와 관련된 과정은 회계사 2차 시험 중 회계감사 과목에서 직업윤리 문제를 출제하는 것과 실무수습 중 직업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직업윤리평가시험을 시행하는 것뿐이다. 공인회계사시험 응시요건인 사전학점 이수나 1차 시험에 관련된 내용이 없다.

2차 시험의 직업윤리는 2017년부터 회계감사 과목에서 10~20% 비중으로 출제되고 있지만 사례를 주고 독립성과 같은 주요 개념을 묻는 문제가 대부분이다.

실무수습에서는 연차마다 직업윤리교육을 8시간 이수하도록 하지만 관련 법규와 절차 등에 관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게 전부다.


이 교수 등은 "한국의 시험출제와 동영상 시청으로 진행되는 규칙 중심의 직업윤리교육은 국제교육기준에 맞지 않을뿐더러 사회적으로 공인회계사에게 요구되는 도덕성을 구현하기에 크게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회계사 윤리교육에 대한 국제교육기준의 핵심은 사례중심의 토론식 교육에 있다. 주요국가들과 글로벌 회계법인들은 이 같은 교육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위스콘신 오 클레어 대학교에서 빌 밀러 교수가 강의하는 '윤리회계'의 경우 '이론학습 → (과제) 사례분석 → 토의 및 퀴즈'의 과정을 반복한다. 학생들에게 제시한 과제를 교수와 학생들이 토론하고 관련된 이론을 사례에 대입해 설명하며 이론에 대한 퀴즈로 강의를 마무리한다. 이 교수 등은 "학생이 사례과제를 할 때 이론을 상세히 알아야 물음에 답할 수 있고 퀴즈와 시험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윤리교육을 위해 캐나다 공인회계사회가 운영하는 '캡스톤 프로그램'도 유명하다. 캡스톤프로그램은 소규모로 조를 구성해 윤리적 갈등을 포함한 다양한 이슈가 있는 경영사례를 분석하고 워크숍으로 종합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캐나다 공인회계사회는 캡스톤 프로그램을 위한 전담조직을 두고 해마다 새로운 사례도 1∼2 개씩 개발하고 있다.

호주 대학은 시뮬레이션 게임을 개발해 윤리교육에 적용하고 있다. RMIT 대학이 개발한 온라인 게임 프로그램은 가상회사에 대표이사, 종업원, 고객, 거래처 등이 아바타로 등장해 각자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이고 상세한 경영자료가 제시된다. 교육생은 막 입사한 선임 회계사가 돼 대표이사 요구사항과 주변 압력에 어떻게 대처할지 결정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삼정회계법인이 드라마를 활용한 윤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와 유사한 상황을 설정하고 교육생이 윤리문제를 식별하고 적합한 대처방안을 찾는지를 선택형 문제로 질문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 등은 논문에서 국내 회계사 윤리교육 제도 개선안을 크게 6가지로 제안했다. △양질의 윤리교육 프로그램 개발 △사전학점이수에 회계윤리 필수과목 지정 △실무수습에서 캡스톤 프로그램 도입 △회계윤리시험 위상 강화 △공인회계사 공익활동 도입 △공인회계사시험 윤리출제 확대 지양 등이다. 양질의 윤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윤리교육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필답고사 강화보다는 사례 위주의 토론식 교육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이 교수 등은 "공인회계사 직업윤리는 윤리적 쟁점을 식별하고 윤리적 추론역량을 키울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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