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지방시대 과제와 전망ㅣ①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서둘러야
위원회 법안 통과·내년 예산 확보 관건
기회발전특구·교육자유특구 최대 관심
지자체들 "2024년 예산안에 반영돼야"
임기 5개월 장제원 위원장 변수 가능성
윤석열정부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인 '지방시대 구현' 구상이 성패의 갈림길에 섰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됐지만 상임위원회 상정조차 되지 않은 지방시대위원회법이 언제 국회 문턱을 넘을지, 또 지방시대위원회 핵심 과제인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 계획이 순조롭게 추진될지가 관건이다. 지방소멸을 우려하는 지자체들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2일 행정안전부와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의 조속한 국회통과를 위해 새해 초부터 총력전을 펼치기로 했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지난해 말 시·도지사들과 시장·군수·구청장, 시·도의회의장, 시·군·구의회의장 등 지방 4대 협의체가 일제히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을 위해 한목소리를 냈다"며 "지방시대 구현은 여야 이견이 있을 수 없는 국정과제인 만큼 국회가 지방의 요구에 서둘러 화답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기업유치·교육환경개선 기대 = 정부가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을 서두르는 것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가 2단계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을 세우고도 차일피일 시일을 미루다 임기 5년 동안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전례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있다.
윤석열정부가 지방시대위원회를 통해 실현하려는 구체적인 구상은 무엇보다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다. 수도권 기업이 지역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파격적인 지원과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 기회발전특구이고, 또 이를 가능하게 하는 토대로 지역에도 교육 기회가 균등하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 교육자유특구의 기본 배경이다. 또한 이들 특구는 중앙정부가 설계하고 결정하기보다는 지방정부가 스스로 기획하고 실행계획을 수립하면 중앙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 정부 구상이다.
지자체들도 기대가 크다. 호남의 한 광역지자체 관계자는 "지자체가 추진 중인 산업단지 조성 계획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들이 하나같이 기회발전특구 시행을 기대하고 있다"며 "지역 산업 생태계를 회생시키려면 시기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영남의 한 지자체 관계자는 "지역의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살기 좋은 지방을 만들기 위해 그 무엇보다 우선해야 할 선결조건"이라며 "교육자유특구 조성은 한 순간도 지체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하면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를 구체화하는 일부터 우선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정부 목표는 올해 안에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 1차 대상지역 선정까지 마치고, 2024년부터 사업을 본격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올해 상반기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하고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산업자원부와 교육부는 각각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 지정·운영을 위한 법안을 만들고 이행계획도 수립해야 한다. 또 이와 관련한 정부 예산이 확정돼 2024년 예산안에 반영되어야 한다.
우동기 위원장은 "지방시대위원회의 핵심 과제는 기회발전특구와 교육자유특구"라며 "이 계획들이 2023년 구체화되고 내년 예산에까지 반영돼야 윤석열정부 임기 안에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 문턱부터 넘어야 = 또 하나의 관문은 국회다. 국회가 지난해처럼 첨예하게 대립한다면 법안 통과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해 정부가 제출한 지방시대위원회 관련 법안을 상임위 안건으로 상정조차 하지 않을 만큼 무관심했다. 이런 상항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장에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인 장제원 의원이 선임된 것은 변수다.
우선 장 위원장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는 점이 오히려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을 앞당길 원동력이 될 수도 있다. 여야가 행안위원장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1년씩 교대하기로 한 합의에 따라 장 위원장의 임기는 5월 말 끝난다. 장 위원장은 앞으로 5개월 안에 윤석열정부 핵심 국정과제와 직결돼 있는 행안위 법안들을 처리해야 할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이 가운데 정부조직법과 지방시대위원회법이 핵심이다. 장 위원장도 이런 책임감을 의식한 듯 행안위원장 당선인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과제인 지방시대를 구현해 지방이 골고루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위원장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 이견이 많지 않은데도 지방시대위원회 출범이 해를 넘긴 것은 극단적인 여야 대립 때문이다. 새해 들어 이 같은 대립양상이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장 위원장의 역할이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의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위기도 지방시대 구현 계획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과거 균형발전 정책에 반하는 수도권규제완화가 이뤄질 때마다 정부의 논리는 경제위기 극복이었다. 새해 경제상황이 지난해보다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지자체들의 고민이 더 깊어졌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이번에도 경제위기를 이유로 수도권 규제를 풀고 지방을 외면한다면 국가 불균형은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라며 "닥쳐올 경제위기를 지방에서 찾는 지혜를 발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