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북한 무인기 대응 필요조건 '공중무기 지휘통일'
2022년 12월 26일 북한 무인기들이 영공을 침범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의 무인기뿐 아니라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모든 비행물체에 대한 전반적인 대응체계를 재검토해 미비점을 신속하게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다.
이 같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한국군이 간과하고 있는 부분으로 항공기나 미사일 같은 공중무기를 누가 어디서 어떻게 운용해야 할 것인가라는 지휘통제 문제가 있다. 첨단 정찰, 감시 및 요격체계를 구비하고 있는 경우에도 공중무기의 효과적이고도 효율적인 지휘 통제 방안을 강구하지 않으면 무인기를 포함한 적기의 요격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인류전쟁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주요 교훈에 '지휘통일(Unity of Command) 원칙'이 있다. 이 원칙은 지상의 모든 무기를 단일한 지상지휘관이, 해상의 모든 무기를 단일한 해상지휘관이, 공중의 모든 무기를 단일한 공중지휘관이 지휘통제해야 한다는 의미다. 오늘날 지구상 거의 모든 국가가 지휘통일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공중무기 지휘통일 겨냥한 국가들의 노력
미국처럼 지구상 도처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국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국가는 무인기 유인기 미사일 등 거의 모든 공중무기를 공군이 획득해 운용한다.
전세계 도처에서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가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가능성을 고려해 미국의 각 군은 상당한 수준의 공중무기는 물론이고 위성 같은 우주전력을 독자적으로 보유해 운영한다. 미 해군이 상당한 수준의 공중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태평양과 같은 대양에서의 해전이 본질적으로 공중전인데, 광활한 대양에서 미 공군의 지원을 받지 못할 가능성 때문이었다. 미 해병대와 육군이 상당한 수준의 공중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도 동일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비좁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수행하는 경우 한국군의 공중무기를 포함한 미 공군 해군 해병대 육군의 모든 공중무기를 오산의 공군구성군사령관이란 단일의 공중지휘관이 지휘 통제한다. 지휘통일이라는 전쟁원칙 때문이다.
지구상 도처에서 각 군이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가능성이 있는 미군과 달리 한반도에서 단일의 공중지휘관 지휘 아래 공중전을 수행할 것이 분명함에도 한국의 각 군이 공중무기를 독자적으로 획득할 이유는 있는가?
공중무기 지휘통일 왜 중요한가? 다음과 같은 4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경제적인 군 운용 측면에서다. 오늘날의 국방에서 공중무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한 수준이다. 이스라엘의 경우 공중무기 획득 비용이 국방비의 50% 이상이라고 한다. 각 군이 독자적으로 획득하게 하는 경우 불요불급한 공중무기를 획득하게 되는 반면 긴요한 공중무기를 획득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둘째, 우군 살상 방지 측면에서다. 각 군이 독자적으로 공중무기를 운용하게 하는 경우 우군이 발사하는 미사일과 탄알에 우군 항공기가 격추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 셋째, 중복타격 가능성 방지 측면에서다. 각 군이 공중무기를 별도 운용하는 경우 동일한 표적을 공군의 전투기, 육군의 헬기, 해군의 미사일이 중복 타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넷째, 효율적이고도 효과적인 대응 측면에서다. 1차세계대전 당시 영국은 지상 상공은 육군 항공기가 해상 상공은 해군 항공기가 담당하게 했다. 결과적으로 런던이 속수무책으로 독일공군의 공습을 받았다. 그러자 1918년 영국은 해군 항공기와 육군 항공기를 통합해 공군을 창설했다. 여기서 보듯이 공중무기는 지상과 해상을 중심으로 또는 고도를 중심으로 분리 운용하면 안된다.
공중무기 독자 운용한 관행 지양해야
이스라엘 북한을 포함한 지구상 대부분 국가가 공중무기를 공군이 획득해 운용하게 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한국군은 공중무기를 지상, 해상 및 고도별로 육군 해군 공군이 독자적으로 획득해 운용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군의 각 군은 고가의 공중무기를 독자적으로 획득해 운용해온 지금까지의 관행을 지양해야 한다. 청와대와 국회 국방위원회는 이같은 한국군의 근본적이고도 고질적인 문제의 해결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