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23년 중소기업계 신년사의 의미

2023-01-03 11:02:13 게재
김세종 이노비즈정책연구원장

올해도 어김없이 중소기업 유관기관·단체는 신년사를 발표했다. 2023년 중소기업계가 선정한 사자성어는 '금석위개'(金石爲開)를 선정했다. 금석위개는 정성이 쇠와 돌을 뚫는다는 뜻으로 강한 의지로 정성을 다하면 어떤 일이든지 다 해낼 수 있다는 의미다.

필자가 중소기업계의 신년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한국경제가 직면하게 될 경제위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한 중소기업계의 각오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복합위기에 대한 극복 의지로 여기고 싶다. 경제전문가들이 예측하는 경제위기 여파는 아마도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치명타를 입힐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그동안 경험으로 미루어 신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따른 복합위기도 슬기롭게 넘어설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기대가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기를 염원하지만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금융시장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기준금리에다 가수요까지 겹쳐 시중에 자금이 돌지 않는 이른바 '돈맥경화'가 나타나고 있다.

2020년 4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원리금 상환 유예조치를 시행한 이후 6개월 간격으로 3차례 연장했고 2022년 9월에 1년간 연장하기로 함에 따라 2023년 9월 말 종료될 예정이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2023년 9월 말까지 급한 불은 껐다지만 상황이 더욱 악화되어 정상적인 중소기업들마저 자금압박을 받게 되는 금융경색이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납품단가연동제는 중기업계에 긍정요인

새해 변화 중 긍정적인 요인은 2022년 말에 개정안이 통과돼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는 납품단가연동제를 들 수 있다. 2009년 하도급법 개정 당시에도 납품단가연동제 도입을 검토했지만 많은 논의 끝에 당사자 간 조정과 협의를 전제로 한 납품단가조정협의제 도입으로 마무리됐다. 기대를 가졌던 납품단가조정협의제는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교섭력 차이로 수탁기업(중소기업)이 위탁기업(대기업)에 납품단가 조정을 요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유사한 방식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어 큰 충격없이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중소기업계의 오랜 숙원과제인 기업승계 관련 제도 개선이 이루어진 것도 2023년에는 희망적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세제개편을 통해 가업상속공제 한도와 사전증여 한도가 각 600억원까지 확대됐다. 상속세 납부유예와 승계 후 사후관리 요건도 완화되는 등 기업승계 지원 세제가 개편되어 독일이나 일본처럼 장수기업이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그동안 부자 감세 논란으로 제도 개선이 더뎠지만 기업승계에 대한 규제개선이 이루어진 만큼 이제는 중소기업이 성과로 증명해야 할 때다.

어려울 때일수록 긍정의 힘을 믿고 위기를 극복해냈듯이 지난 3년간 코로나19의 혹독한 시련을 견뎌냈으며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04년 카드대란도 극복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중소업계의 분발 기대

개발연대 이후 한국경제는 경제위기 극복의 연속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의 위기상황도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중소기업계 신년사에서 느꼈던 의미와 실천의지가 퇴색되지 않도록 중소기업계의 분발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