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림과 임업은 기후위기 극복할 미래산업
전라남도 순천의 명소인 낙안읍성을 지나 산을 하나 넘으면 외서면 70ha의 편백숲을 가진 백이농원이 있다. 1960년대 할머니가 토지를 구입하고, 1970년대 아버지가 5년 동안 나무를 심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1990년대 어머니가 숲을 가꾸고, 이제 그 아들이 편백잎과 목재를 생산하며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을 실천하는 곳이다. 지난해 3대가 숲을 가꾸는 집안에게만 수여하는 산림명문가로 선정된 서승욱씨 얘기다.
서씨는 70ha 숲 중에서 20ha는 아버지를 기념하며 다음 세대를 위한 유산으로 남겨두기로 하고, 나머지 50ha를 매년 1ha씩 50년을 주기로 목재를 생산한다. 목재를 수확한 자리에는 어린 편백나무를 키운다.
우리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산림은 유일한 탄소흡수원이자, 국민들을 위한 경관휴양자원이며, 뭇 생명들을 위한 서식처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산림자원은 기후위기 시대를 극복할 새로운 소재이고, 임업은 기후위기를 극복할 미래산업이다. 서씨 사례처럼 산림을 체계적으로 경영하면 경관·생태적 가치를 보전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제·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생태·경제·사회적가치 높은 '산림경영'
첫째, 목재와 첨단기술이 만나 강도를 비약적으로 높여 탄소배출 1, 2위를 다투는 철근과 콘크리트를 대체할 건축소재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목재는 철근콘크리트와 비교할 때 탄소배출량이 1/4에 불과하다. 유럽 북미 일본 등에서 20층 이상의 고층 목조건물이 만들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다양한 목조건축이 시도되고 있다.
둘째, 나무와 목질계 바이오매스는 해양환경오염과 쓰레기 문제의 주범인 플라스틱을 대체할 천연소재로 개발되고 있다. 목분을 이용하거나 나노셀룰로오스를 이용한 신기술로 다양한 생활용품과 가전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 애플은 최근 자사에서 생산되는 모든 포장재를 플라스틱에서 종이와 목재제품으로 대체했다. 특히 종이와 목재제품은 반드시 지속가능한 산림경영 인증(PEFC)을 받은 목재만 이용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셋째, 코로나 같은 감염병을 치료할 신약개발의 약 60%가 산림과 같은 자연물질을 기반으로 개발되고 있다. 산양삼을 필두로 우리 산림에는 다양한 항노화 건강기능성 물질을 가진 약용식물과 청정 먹거리를 10만 임가에서 채취·재배하고 있다. 또 바이오 전문가와 의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R&D를 통해 신물질을 개발하는 중이다.
1972년 시작된 국토녹화가 올해 50주년이 된다. 산림청은 50주년을 기념해 우리 산림의 백년대계를 수립하고, 경제임업·환경임업·사회임업을 바탕으로 산림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 한다. 산림녹화 시대를 넘어 지속가능한 산림경영의 시대로 나아가자는 얘기다.
우리 산림의 공익적 가치는 221조원인 반면(2018년 기준), 우리 임업의 총매출은 2조2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0.12%에 불과하다. 온 국토가 녹화되고, 자원은 풍성해졌지만 산림분야는 아직 산업화의 초기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산림산업에 국가적 투자 필요한 시기
1960~1970년대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중공업 육성에 국가적 투자를 했다는 사실을 반면교사로 삼자. 이제 기후위기 극복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탄소흡수원이자 새로운 소재산업인 산림산업에 국가적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