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새로운 철도 역사 출발을 위한 구조개혁
지난해 1월 영동터널 KTX 탈선, 7월에는 대전조차장 SRT 탈선, 11월에는 영등포역 무궁화호 탈선 등 올해 들어 대형 열차 탈선사고가 연이어 발생했다.
물론 정확한 사고원인은 현재 진행중인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조사 이후 밝혀지겠지만 일련의 사고들이 유지보수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안타깝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예전 철도청의 열악한 서비스, 독점 운영체제, 만성적자 등을 해소하기 위해 2005년 새롭게 출범했다. 당초 구조개혁 취지는 철도건설 및 관리를 국가철도공단(철도공단)이 맡고 코레일은 열차 운영에 전념하도록 환경을 조성해 경영개선을 이루자는 철도산업구조개혁이었다.
하지만 철도노조의 강력한 반발로 정부는 정책방향을 선회했다. 철도시설 유지보수 예산은 공단에 배정하지만 코레일에 위탁하도록 법령을 제정했다. 철도발전을 위해 한 걸음 내디뎠지만 코레일이 유지보수와 관제 등에 대해 독점적 지위를 가짐으로써 현재 여러 문제점이 나타났다.
'인재'형 대형 열차 탈선사고 잇달아
첫째, 운영자가 유지보수를 시행하고 있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영리를 추구하는 코레일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유지보수 및 관제까지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 영업과 열차를 줄여 적정 작업시간을 확보해 시설물 안전을 관리해야 하는 유지보수의 가치·목표가 충돌하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유지보수뿐만 아니라 관제도 독점하고 있다. 게다가 철도운영자는 코레일만 있는 게 아니다. SR(주) 서울교통공사 등 다양한 운영자가 존재하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교통관제 업무는 중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둘째, 시설물관리 생애주기 단절이다. 철도공단은 설계 건설 개량을 맡고, 코레일이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어 시설물관리 생애주기가 이원화돼 있다. 상호 의견교류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고 보수소요 최적화 및 비용 효율화 등에도 한계가 있다.
셋째, 인력 위주의 유지보수가 여전히 남아있다. 구조개혁 초기인 2005년 유지보수비 대비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71%였다. 구조개혁이 시행된 지 18년이 지난 지금은 인건비 비중이 평균 75%로 더 높아졌다. 18년 동안 늘어난 노후 시설물과 노선 신설에 따라 증가한 영업거리를 고려해보면 실질 유지보수비는 감소한 셈이다. 유지보수의 양과 질 모두 떨어진 것이다.
또 코레일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유지보수 장비 도입도 인력 감축을 우려한 철도노조의 반대로 미온적이다. 유지보수 이관 문제가 언급될 때마다 코레일이 항상 주장하는 '자구책 마련을 통한 개선' '효율화'가 얼마나 허울뿐인지 알 수 있다.
1899년 경인선 개통으로 우리나라 철도 역사가 시작됐다. 100년 조금 지난 2003년 철도산업구조개혁을 통해 새로운 100년을 준비했지만 불완전한 개혁에 그치며 이른바 백년대계가 18년째 제자리걸음 중이다.
제2차 철도산업구조개혁에 동참해야
코레일은 이제 유지보수와 관제를 더 이상 붙잡지 말아야 한다. 반복되는 사고 장애 고장 등으로 안전을 위협하지 말고 운송 사업에 집중해 보다 나은 서비스 품질과 더 나은 모습으로 국민 앞에 나설 수 있도록 제2차 철도산업구조개혁에 동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