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울경 700만은 낙동강 물을 마시고 싶다
'녹조 라떼'. 매년 여름이면 녹즙을 짜낸 듯 뻑뻑한 녹조로 뒤덮힌 낙동강을 두고 부산·울산·경남(부울경) 700만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이다.
지난해 한여름이던 8월 낙동강 취수원 중 한곳인 물금 지점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 추정치는 11mg/L에 이른다. 국내 수질 등급중 최하인 6등급에 해당된다. 공업용으로도 쓰기 힘든 폐수 수준이다. 부울경 주민들은 이 물을 먹고 산다.
최근 부산시가 낙동강 보 건설 이후 수질이 개선됐다고 발표했다. 낙동강 8개 보 건설 전후를 비교해 보니 수량 및 체류시간 증가에 따른 자정작용 효과, 희석과 침전효과로 수질이 개선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주민들은 오히려 불안하다. 낙동강 물을 마시고 사는 부울경 인근의 주민들 중 이런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이 있을까. 세계적 대표 수질항목인 화학적산소요구량(COD)과 총유기탄소(TOC) 등 불리한 수치는 빼고 발표한 탓이다. 이는 불과 한달 전 부산시가 취했던 태도와도 상반된다. 부산시는 지난해 시민 10만명당 암 사망률이 전국 1위라는 통계가 나오자 "낙동강 물을 조사해달라"며 환경부에 건강영향조사를 공식 요청했다.
부산, 시민 10만명당 암 사망률 1위
부산만큼 먹는 물 문제에 민감한 지역은 없다. 다른 지역과 다르게 오염원에서 자유로운 댐 용수를 수돗물 원수로 이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낙동강은 다른 강과 다르게 중상류에 산업단지가 집중되어 있어 오염에 취약하다.
1991년 구미공단 페놀사태 이후 30년이 지났지만 낙동강 주변 산단은 2002년 102곳 대비 2017년 264곳으로 오히려 162곳이 더 증가했다. 낙동강 상수원 수질을 개선하겠다며 낙동강수계법도 제정됐지만 호소의 대표수질 항목인 COD나 생물학적산소요구량(BOD) 모두 낙동강은 다른 4대강의 배에 이른다. TOC도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연초부터 불리한 자료는 쏙 빼고 공개한 이유가 궁금할 따름이다. 지자체는 주민 안전이 최우선이어야 한다. 부산시의 이번 발표는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적절하지 않았다. COD가 지난해부터 수질환경 기준 법정항목에서 제외됐다는 변명은 궁색할 뿐이다.
물환경보전법 제2조에 따르면 보 상류는 호소로 규정되어 있다. 호소는 COD로 평가해야 한다. 감사원도 보 건설 이후 COD가 악화된 것으로 발표했다. 좋아졌다는 BOD 역시다. 부산시 취수원인 물금, 매리지역 BOD가 조금 개선된 것으로 분석됐는데 마치 낙동강 전체 수질이 좋아진 것처럼 왜곡될 수 있다. 그마저도 느려진 유속에 의해 오염원이 침전된 결과임을 알아야 한다.
오히려 부산시가 주민을 위한다면 특정유해화학물질, 환경호로몬, 녹조독성을 수질기준 항목으로 확대하도록 정부에 적극 요구해야 한다. 정부가 나서지 않더라도 선제적으로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 등을 통해 전면적이고 상시적 조사에 나서야 한다.
낙동강변 5개 시도지사 협의체 제안
부산시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한다면 낙동강 수질개선, 녹조독성 해결을 위해 낙동강 8개 보 상시개방에도 앞장서야 한다.
미량유해 화학물질 개선 특별대책을 정부에 공식 요청하고 낙동강공동체를 위해 낙동강변 5개 시도지사 협의체를 제안하는 정책도 기대해본다. 부울경 700만 주민은 낙동강 물을 마시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