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붕 두 가족' 도청소재지 끝없는 갈등
경북 안동·예천, 행정통합 마찰
충남 홍성·예산, 의병기념관 충돌
2개 기초지자체로 구성된 경북도와 충남도 도청소재지 내부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해법으로 제시된 행정통합이 오히려 갈등만 키우는 등 해법찾기가 쉽지 않다.
20일 경북도와 충남도 등에 따르면 최근 경북도청이 위치한 경북 안동시와 예천군은 행정통합을 놓고, 충남도청이 위치한 충남 홍성군과 예산군은 충남의병기념관 위치와 예산 삽교역 건설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다. 경북도는 2016년 대구시에서 경북 안동·예천으로, 충남도는 2012년 대전시에서 충남 홍성·예산으로 각각 도청을 옮겼다.
경북 안동시와 예천군은 최근 행정통합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2008년 똘똘 뭉쳐 대구에 있던 경북도청을 공동으로 유치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살벌한 분위기마저 돌고 있다. 안동시 풍천면과 예천군 호명면에 걸쳐 있는 경북도청 신도시는 2016년 도청 이전 이후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지역별로 전혀 다른 분위기가 감지된다. 경북도청과 경북도교육청 청사가 있는 안동시는 침체된 반면 주거와 상업시설, 학교 등이 집중된 예천군 호명면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동시 원도심 상권은 붕괴되고 주민들이 신도시로 빠져나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다급해진 안동시는 예천군과의 행정구역 통합을 주장하고 나섰다. 지난해 10월에는 '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지원조례안'을 안동시의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반면 예천군은 안동시의 일방적인 통합 추진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예천군은 18일 안동시에 공문을 발송해 '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추진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예천군은 공문에서 '일부 주민들이 통합 찬성 서명활동을 펼치고 의회가 관련 조례안을 제출한 것은 갈등만 부추기는 행위'이며 '계류 중인 조례안을 통과시키면 반대조례를 제정해 반대활동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북도보다 4년 먼저 충남도청이 옮겨간 충남 홍성군과 예산군도 마찬가지다. 최근 충남 의병기념관 유치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홍성과 예산은 1895년과 1906년 의병을 일으켜 당시 홍주성을 점령하는 등 구한말 의병운동의 전국적 중심지다. 사실상 지역 자존심을 건 대결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충남도 관계자는 "기본구상 용역이 끝나는 4월에 입지를 결정할 계획이지만 워낙 두 지자체간 경쟁이 치열해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의병기념관 유치를 둘러싼 경쟁은 사실 지난 10여년간 이 두 지자체들이 벌인 갈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2021년엔 서해선 예산 삽교역 신설을 놓고 홍성과 예산이 신경전을 펼쳤다. 홍성에 홍성역이 있는 상황에서 예산이 삽교역을 내포신도시 관문역으로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갈등이 시작된 지점은 이곳도 행정통합이었다. 지역에서 홍성과 예산을 통합해 '내포시'로 만들자는 제안을 나왔지만 수년간 갈등 끝에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후엔 내포신도시 개발과 관리 등을 놓고 갈등이 이어졌다.
이들 지자체들의 갈등은 이미 선정 당시부터 예고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개 기초지자체에 걸쳐 신도시를 건설했기 때문이다. 한 울타리 안에 있는데 충남도청은 홍성군, 충남도의회는 예산군에 위치해 있고 한 신도시 안이지만 경북도청은 안동시에, 주거지역은 예천군에 건설됐다. 지역민심을 고려한 정치적 결정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문제는 해결방안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행정통합이 가장 손쉬운 방법이지만 내포신도시 사례처럼 세월만 보내고 감정의 골만 깊게 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홍성과 예산, 충남도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조합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충남혁신도시 지방자치단체조합'은 내포신도시의 공공시설물 등을 통합·관리할 목적으로 3월 출범한다. 내포신도시 내 교통 쓰레기 등 각종 사안으로 사사건건 부딪혔던 두 지자체가 충남도와 함께 제3의 공동기구를 만들어 해결에 나선 것이다.
충남도 관계자는 "조합의 기능상 역할엔 한계가 있지만 두 지자체 사이에 소통과 교류의 장을 만들어 마찰을 최소화하고 앞으로 혁신도시 건설 등을 통해 화합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