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골목으로 서울의 매력 더하기
지하철 6호선 합정역 7번 출구로 나오면 기다란 골목이 펼쳐진다. 카페와 술집으로 북적한 맞은편 출구와는 조금 다른 모양새인데 독립서점 갤러리 이색식당 등이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제과점 태극당과 50년 넘은 족발집들이 늘어선 장충단길에는 최근 개성있는 카페까지 속속 생기면서 유서깊은 명소와 힙(hip)함이 섞여 여러 세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골목이 대세다. 골목이 주는 특별함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성향과 코로나19 장기화로 사람들이 덜 모이는 골목을 찾는 경향이 맞물린 결과다. 이전의 골목이 가로수길, 압구정 로데오처럼 넓은 지역에 식당 카페 옷가게 등 여러 상점이 뒤섞인 곳이었다면, 요즘 뜨는 골목은 만리동길 해방촌처럼 누가 이런 곳에 올까 하던 작은 골목을 특색있게 바꾼 곳들이다.
골목이 왜 중요할까. 골목이 살아야 지역경제가 살기 때문이다. 서울처럼 골목이 지역에 생기를 불어넣는 실핏줄 역할을 할 땐 더욱 그렇다. 식당 한곳만 인기 있어도 사람들이 옆 가게, 그 옆 가게까지 방문하면서 골목 자체가 북적이게 된다. 또 대규모 상권과 달리 골목은 초기 지원, 상인 의지 등 몇가지 요소만 충족하면 활성화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
골목당 최대 30억 투입해 브랜드화 추진
골목의 중요성을 인지한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잠재력 있는 골목을 서울 대표골목으로 만드는 '로컬브랜드육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골목당 최대 3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매력 넘치는 골목을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양재천길(서초구), 합마르뜨(마포구), 장충단길(중구), 선유로운(영등포구), 오류버들(구로구) 5곳을 1기 대상지로 선정했고, 지난 25일에는 2기 대상지로 경춘선숲길(노원구), 용마루길(용산구)을 추가했다. 이 골목들은 3년간 상권 시설과 인프라 구축, 상권 개성을 더할 브랜딩 개발, 골목을 변화시킬 소상공인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분야의 지원을 받게 된다.
골목 살리기 핵심은 '전통의 현대적 재해석'이다. 예부터 있던 골목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으로 숨을 불어 넣어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사람'의 중요성도 더했다. 상인 역량강화에 필요한 체계적 지원은 물론, 청년 창업자 유입에 적합한 환경을 만들어 주고 골목을 찾는 소비자가 콘텐츠를 함께 만드는 분위기를 조성해 골목 체질을 튼튼하게 바꾸는 전략이다. 단순 회귀가 아니다. 사람 중심 재해석이야말로 골목이 지역 명소로 시민의 생활과 마음에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잠재력 있는 골목을 계속 발굴해 '로컬브랜드 상권'으로 육성함으로써 서울의 매력을 한층 더할 생각이다. 또한 애써 만들어낸 골목이 대규모 자본에 잠식되거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본래 취지가 퇴색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사람 중심으로 골목의 의미 재해석
머물고 싶고, 자주 가고 싶어야 골목이 산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주변 골목의 특징과 강점을 찾아 적절하게 브랜딩한다면 서울의 매력을 살릴 새로운 골목으로 재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한다. 골목을 살리는 것이 지역경제 선순환의 가장 좋은 모델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