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완용 송산포도 팜스토리 대표
"소비자 취향 공략한 신품종, 한송이 8만5천원 비결"
이완용 팜스토리 대표이자 송산포도연합회 청년회장은 30년간 포도 농사를 지었다. 아버지는 농부였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땅에 포도를 심었다. 처음에는 다른 농가와 마찬가지로 캠벨 포도를 재배했다. 캠벨은 좋은 포도이지만 기후조건, 특히 비에 약했다. 강수량이 많은 해에는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FTA로 수입 포도가 들어오면서 앞으로 포도 농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질로 승부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소비자들이 선호할만한 품종을 선택하고 정성을 다해 키웠다. 2012년 우리나라에서 드물던 샤인머스캣을 가져와 키울 때는 주변에서 미쳤다는 소리도 들었다는 이 대표. 이제는 샤인머스캣뿐 아니라 한 송이에 8만5000원을 받는 적포도를 백화점에 납품한다. 3송이에 4만~5만원을 받는 삼색 포도는 베트남 수출길에 올랐다.
■최근 샤인머스캣 가격이 하락하고 품질이 떨어졌다는 불만이 많았다.
고가로 팔리기 시작하니까 최근 3~4년 동안 엄청난 붐이 일었다. 샤인머스캣은 유럽종이라 아시아에서 키우기 쉽지 않다. 그걸 모르고 재배 기술이 없는 상태에서 심었다. 포도나무는 50~100년 사는데 우리나라 샤인머스캣 나무는 심은 지 5년 미만의 유목이 많다. 유목 포도에서 품질이 떨어진 미숙과가 많이 나오니 소비자가 만족하지 못했다. 나무를 심고 최소 6년은 기다려야 한다. 과수 생명은 길다. 내 자식처럼 키워야 한다. 나무 특성을 알고 재배 기술을 잘 습득해 장기적으로 유럽종 포도 한두 가지를 키우면 소득도 올리면서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다.
■샤인머스캣을 잘 키우는 방법은
유럽품종은 대체로 내한성이 좋지 않다. 영하 15도 이하로 내려가면 살 수 없어 노지에서 키우기가 어렵다. 일교차가 커도 안된다. 반드시 토양조건이 맞아야 하고 배수가 잘돼야 한다. 우리나라는 여름 장마 때문에 키우기 쉽지 않지만, 우리나라가 IT 강국이지 않나. 시설을 잘 갖추면 된다. 정부 차원에서 시설을 갖추는 데 지원을 해주고 신품종 포도를 잘 키우는 방법을 교육할 필요가 있다.
■고품질, 높은 가격의 포도를 생산하게 된 비결은 무엇인가.
백화점에 납품한 미화희, 소평홍이라는 품종은 심혈을 기울여 키운 적포도로 샤인머스캣이 한송이에 4만원을 받을 때 8만5000원을 받고 판다. 이 가격에도 구매하는 소비자가 있다. 농사만 잘 지어놓으면 제값 받고 팔 수 있는 것이다. 농부도 예술가처럼 포도 작품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10년 전부터 소비 취향이 바뀔 것으로 예측하고 유럽종이 자리 잡도록 온실을 짓고 토양 개량과 온도도 맞춰주는 등 노력을 기울였다. 300여가지 품종을 재배하면서 가장 우수한 두가지 품종에 집중해 이룬 성과다.
■포도 산업의 미래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농산물은 음식물쓰레기가 된다. 소비자가 원하면 가격이 올라가고 원하지 않으면 내려간다. 캠벨을 60~70년 동안 먹었다. 20년 전 농사지을 때 인건비가 3만원이었지만 지금은 15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캠벨가격은 그때와 비슷하다. 계속 캠벨만 재배했다면 포도농가는 다 망했을지 모른다. 다양한 소비자들의 특성에 맞춰 신품종을 개발하고 최상의 상품을 만들면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조진경 리포터 jinjing87@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