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일은 습지의 날, 서울시에 바란다
습지의 경계는 늘 모호하다. 그래서 쓸모가 애매하다. 발이 빠져 질척거리는 땅, 쓸모없어 보이는 땅 습지는 매립되거나 파헤쳐져서 쓸모가 분명한 땅이 되거나 차라리 물이 되었다.
습지의 날로 지정된 2월 2일이면 습지의 가치를 되새겨보려 하지만 정부 부처가 번갈아가며 여는 '행사하는 날'이 된 지 오래다. 습지의 기능이 어쩌고 하지만 습지는 늘 애매모호함 그 자체다.
도시습지, 사람과 자연의 공존 척도
서울의 습지 중 꽤 큰 규모였던 강서구 김포공항 습지는 매립되어 골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업자는 코로나 특수로 돈을 잘 벌고 있지만, 습지를 메운 덕에 김포공항의 고질적인 침수문제를 인근 농민들의 몫으로 전가했다. 습지가 품어내던 멸종위기 생물들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한강의 하중도와 둔치는 홍수 때마다 잠기는 습지다. 제방이 부실하던 시절, 불어난 물은 제방을 밀어내고 도시를 덮치곤 했다. 지금은 제방이 제법 튼튼하니 하천의 물이 제방을 넘치는 일은 거의 없다.
다만, 땅속으로 스며들지 못해 한꺼번에 불어난 도시의 물이 제때 한강으로 빠져나오지 못해 사람이 빠져죽고 자동차도 물에 잠기곤 한다.
습지는 사람 아닌 생명들을 품고 길렀다. 뭍과 물을 자유로이 오가는 새와 작은 동물과 보일랑말랑 기어다니는 생명들에게 더없이 안전한 삶터다.
도시의 습지는 사람과 자연이 과연 공존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척도다. 습지가 줄어든다는 것은 저만 잘 살겠다고 메우고 쌓아 누군가 돈 좀 벌어보는 것이고, 습지를 잘 지키고 되살리는 것은 삭막한 도시에서 함께 살아보자고 다양한 생명을 품어 자연이 풍성해지는 것이다.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에 있던 저자도는 파헤쳐져 강 건너 압구정 아파트의 건축 재료가 되었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자연의 복원력으로 사람들 앞에 나타나곤 했다. 그러나 물의 흐름에 따라 잠기고 드러나길 반복할 뿐이었다.
지난 여름 큰물이 진 뒤로 저자도의 생김새가 꽤 도드라졌다. 1968년 폭파돼 사라졌다가 스스로 복원해 도심 속 습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밤섬처럼, 저자도가 잘 지켜질지 주목해서 보고 있다.
되살아난 습지, 저자도 잘 지켜내길
설마 그럴 리 없겠지만, 서울시가 기후위기에 대비한답시고 강물이 지나갈 통로를 넓힌다는 이유로 저자도를 파헤치는 일은 없길 바란다.
서울환경연합은 철새 도래시기 시민들과 함께 중랑천하류 철새보호구역을 조사해왔다. 조사 결과는 안양천 철새보호구역을 조사한 결과를 포함해 '철새보호구역시민조사단 활동 공유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철새보호구역에 철새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것들은 여전히 많지만 서울시는 철새 도래시기만큼은 하천 공사를 않겠다는 약속을 올해는 지킨 듯하다.
중랑천과 한강이 만나는 곳 '두모포에 큰고니 날아오르는 한강'은 서울시가 2014년 발표한 자연성 회복의 비전이다.
되살아난 습지, 저자도를 잘 지켜냈으면 한다. 지구 곳곳에서 생물다양성이 붕괴되는 소식이 들려오는 요즘, 한강 저자도가 한줄기 희망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