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범죄피해자 실질적 피해회복 돕는 형사공탁특례제도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보면 재벌들이 범죄를 저지르고 나서는 곤궁에 빠진 피해자에게 돈다발을 던져주며 합의를 요구하는 장면이 진부한 클리셰(상투적인 문구나 생각)로 등장한다.
그러나 사실 2022년 12월 9일 형사공탁 특례제도(이하 형사공탁)가 시행되기 전까지는 피해자가 원치 않는다면 합의금을 전달할 수 있는 적법한 절차가 없어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불편을 겪어야만 했다.
공탁법 제5조의 2에 따른 형사공탁의 요지는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 수 없는 경우에도 합의금을 공탁할 수 있는 것"이다. 기존에는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기존에 알고 있는 경우에만 공탁을 할 수 있었다.
따라서 피고인은 불법적인 수단을 동원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알아내고 피해자를 찾아가 합의를 종용하고 협박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이런 문제를 막아 피해자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피고인에게는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모르거나 알 수 없는 경우에도 공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2020년 12월 8일 공탁법을 개정했다.
피해자 개인정보보호 도운 공탁법 개정
시행 이후 실제로 피해회복에 도움을 받는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먼저, 보이스피싱의 경우 피해자는 범죄피해 이후 공공기관의 연락조차 불신해 피해 합의를 위한 연락을 거부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이런 경우 형사공탁을 통해 피해자는 개인정보 노출 없이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게 됐다.
또한 성범죄나 스토킹범죄의 경우, 피해자에게 무리한 방법으로 연락을 취하고 합의를 종용하며 2차 가해를 저지르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이런 경우에도 형사공탁을 이용해 합의를 원하는 피해자는 불필요한 정신적 피해를 받지 않게 됐다.
그럼에도 형사공탁 도입으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냐는 우려가 많아지고 있다. 그 이유는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형사공탁 실시 이후 개정된 양형기준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원치 않는 형사공탁을 절대적 감경이유로 볼 근거도 없기 때문에 양형에 참작할지 여부는 재판장의 재량에 따라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히 공탁 여부만이 아닌 피고인의 진지한 반성, 피해자의 처벌의사 및 공탁에 대한 수용 여부, 피해의 성질 등 다양한 사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고인의 형량을 판단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범죄피해자는 손해를 배상받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소비하며 정신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는다. 형사공탁은 이러한 피해자를 보호하고 손해액의 일부라도 소송이나 배상명령신청 등 별도의 청구없이 지급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해주었다. 그러나 형사공탁은 공탁사실을 전자공탁홈페이지에 공고하도록 되어 있어 피해자가 실질적으로 공탁사실을 알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므로 법원 및 검찰에서는 피해자를 위해 적극적인 연락과 안내를 하고, 피해자는 피해사건의 진행상황을 조회해 공탁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범죄피해자 인권과 피해회복 조력
대한법률구조공단은 법무부 여성가족부 공탁금관리위원회의 출연으로 범죄피해자를 대리해 손해배상 등 민사사건과 피해자 국선변호사건을 수행하며 범죄피해자의 기본적 인권 옹호와 피해 회복을 위해 조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