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와 GMO 수입 상관관계
끊이지 않는 안전성 논란 GMO(유전자변형농수산물), 기술적 가치 고려해야
자급률 낮은 수입 옥수수·밀·콩 95%가 GMO … FTA 조약에서 미국과 협의해야 완전표시제 도입 가능
내일신문은 자유무역협정(FTA) 교육홍보 지원사업으로 '학교로 간 FTA' 사업을 진행했다.
'FTA 데이터를 활용한 통계 및 계량경제학 기초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수업에는 수도권 15개 고교, 총 45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수업 후 총 85개 과제탐구보고서가 제출됐고, 이 중 1차 학교별 심사와 2차 서류평가, 3차 발표대회를 거쳐 수상 팀을 결정했다.
학생들의 눈을 통해 우리 FTA 현안을 다시 들여다 본다.
유엔인구국(UNPD)은 2022년 11월 15일을 기준으로 전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섰으며 이들 중 7억9500만명이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한 2050년엔 100억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인구수가 늘어 식량 생산을 늘려야 하지만 기후위기까지 도래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GMO는 '유전자를 변형 또는 조작한 유기체', 즉 유전자조작농수산물을 의미한다. 기후변화 해충 질병 등에도 끄떡없는 농산물을 개발해 식량 문제를 해결하고자 탄생시킨 결과물이다. 그러나 다양한 장점에도 GMO 안전성은 100% 단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GMO 재배 과정에서 유해한 독소가 만들어질 수도 있고, 생태 환경을 심각하게 교란시킬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FTA 데이터 교실' 과제 탐구보고서 발표대회에서 3위에 입상한 경기 경민고 학생들의 'FTA를 통한 GMO 수입 추세 분석' 보고서를 기반으로 FTA와 GM농작물 수입량의 상관관계와 안전성 논란이 끊이지 않는 GMO를 연구했다.
◆GMO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 = 현재 우리나라에서 재배되는 농작물은 전통 농사 기법인 '전통 육종'에 의한 결과물이다. 풋고추와 피망을 교배한 '오이고추', 귤과 오렌지를 교배한 '천혜향', 작은 토마토만을 교배해 얻은 '방울토마토'가 그것이다. 전통 육종은 같은 종 끼리만 가능하다. 이와 달리 GMO는 교배가 불가능한 서로 다른 종의 유전자를 넣어 변형시킨 '자연 상태에선 절대로 생겨날 수 없는 생명체'를 가리킨다.
최초의 GMO는 1994년 미국 생명공학 연구개발 회사 칼젠에서 개발한 무르지 않는 토마토 '플레이버 세이버'다. 출시 초기 일반 토마토의 2배 가까운 가격에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플레이버 세이버는 3년 만에 시장에서 사라졌다. 유전자 조작으로 탄탄한 과육은 얻었으나 품종 선택을 잘못해 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GMO 개발에 불이 붙었다.
GMO는 몬산토 신젠타 듀폰 바이엘 등 다국적 대기업을 중심으로 발전돼 왔다. 이들 기업은 미래 식량위기 대처를 내세워 GMO 실험에 박차를 가했다.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GMO는 제초제 즉 농약에 견디는 종류로 약 57%를 차지한다. 살충성 GMO가 15%로 그 뒤를 이으며 나머지는 두가지 기능을 모두 갖춘 GMO다.
GMO를 바라보는 시각은 두가지로 나뉜다. 먼저 미래 식량위기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그것이다. 재배에 필요한 제초제의 비용 절감과 유통기한 연장, 품질 개선도 가능하다. 단백질 함량을 증가시켜 노화와 질병을 예방해주는 황금쌀과 같은 기능성 농작물이나 가뭄이나 폭염 등의 환경에서도 잘 견디는 작물 개발도 가능하다는 것은 학계의 정설이다. 그러나 GMO를 장기간 섭취했을 때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누구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부정적인 측면 또한 존재한다. 예기치 못한 변종 발생, 생물다양성 훼손 같은 잠재 위험도 있다.
◆FTA와 GMO 상관관계 = 2021년 우리 주요 곡물자급률은 옥수수 0.8%, 밀 0.7%, 콩 5.9%다. 세곡물의 수입의존도는 80%에 달한다. 그 중 한해 수입하는 GMO는 평균 1000만톤 이상이다. 대부분이 옥수수와 콩으로 95% 가량이 GM작물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GM옥수수의 대부분은 가축 사료용으로 쓰인다. FTA 체결과 무관하게 육류 소비가 늘수록 GM옥수수 수입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김정주 농림축산식품부 대변인의 전언이다. 김 대변인은 이어 "식용일 경우 일정 범위 이상은 국내 반입이 어렵고 식약처, 농식품부 소속 검역본부 등 관련 기관에서 철저한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검사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김 대변인이 밝혔듯 우리나라는 GMO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있다. 행정적으로 복잡한 승인 절차 때문에 현실적으로 재배 또한 불가능한 형편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GMO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사실상 대한민국은 GMO 최대 수입국이다. 우리와 FTA를 체결한 미국 캐나다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은 GM농산물 최대 생산국이며 이들로부터 수입이 허용된 GM농산물은 186종에 이른다. 2021년에는 174만톤의 GMO를 수입했으며 수치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수입된 GMO 중 20%는 식용유 두부 된장 고추장 간장 등 식품 가공에 사용되는 중간원료로 쓰인다. GMO 유전물질(DNA)을 제거해버린 중간원료는 비 GMO로 생산한 전통적인 중간원료와 현실적으로 구분이 불가능하다. GMO에 들어있는 탄수화물·지방·단백질과 같은 성분들이 화학적으로 완벽하게 동등하기 때문이다. 모든 제품의 생산 현장을 감시하지 않는 한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완전표시제'가 실현되기 쉽지 않은 이유다.
완전표시제가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세계최대 GMO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며 대표적인 GMO 옹호국가인 미국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한-미FTA 조약 체결 시 생명공학에 대한 합의 분야에서 표시제도 관련해 미국과의 협의가 필수라는 조항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앞선 기술력으로 수출국 도약해야 = 식량안보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지만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안이 지금으로선 거의 없다. 갑작스런 기후변화인 가뭄 홍수에 대체할 작물을 일반 관행육종으로 만들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은 쌀, 인도네시아는 팜유, 인도는 밀 수출을 금지하는 '식량 보호주의 정책'을 펼쳤다.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자국 중심의 식량 보호정책을 펼친 나라는 23개국에 달한다. 기후위기와 국제 정세에 흔들리지 않고 식량안보를 지키는데 GMO는 현실적 방안 중 하나다.
안동환 서울대 농생명과학대 교수는 "첨단 유전공학 기술을 활용한 GMO의 현실적인 가치는 부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안 교수는 "GMO에 적용된 생명공학기술이 질병 퇴치에 활용될 수도 있고 탄소 발생을 줄이거나 농약 사용량을 절감할 수 있는 등 다양한 장점을 과학적 사실에 입각해 소비자들에게 설명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FTA는 국가 간 무역이다. 현 상황만을 보고 수입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한다. 가까운 시일 내 우리나라가 항암 효과가 탁월한 GM농작물 최대 수출국이 될지도 모를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제작지원 2022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
[탐구보고서 팩트 체크]
GM작물이 야생으로 퍼지면 생태계가 교란된다?
기존 농산작물이나 GM작물은 모두 인간의 관리와 보호 없이는 야생 생존이 힘들다. 작물 재배 시 유전자가 부근의 야생으로 제한적 이동할 수는 있지만 가능성이 낮고 우연히 교배에 성공했다고 해도 그 품종이 우위를 차지할 확률은 크지 않다.
GMO 기술로 식량의 저비용,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지난 30여 년간 농작물 생산량을 비교한 결과 GMO 재배가 활발한 미국과 캐나다의 농작물 생산량은 GMO를 수입하는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국가에 비해 별로 늘지 않았음이 조사됐다. 지금까지 옥수수나 콩 수확이 늘어난 건 GMO 기술보다는 육종과 영농 기법의 현대화 때문이며 GMO가 예측만큼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는 게 과학계 다수 의견이다.
GMO는 식물만 있다?
동물 GMO도 있다. 1989년 미국과 캐나다의 합작 회사인 아쿠아바운티가 만든 슈퍼연어가 그 주인공이다. 연어가 시장에 내놓을 정도의 크기로 자라려면 평균 3년이 걸리지만 슈퍼연어는 1년 반이면 충분하다. 미국과 캐나다에선 이미 식용으로 팔리고 있다.
김한나 리포터 ybbnni@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