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학교로 가다' 교육프로그램 전문가 좌담회
"데이터 활용 농업교육 받고 대학진로까지 바꿨다"
고교생 FTA 과제 직접 수행하며 농업에 관심 가져 … 농업에 통계·데이터 수업 융합한 첫 FTA 교육프로그램
내일신문은 자유무역협정(FTA) 교육홍보 지원사업으로 'FTA, 학교로 가다'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FTA 데이터를 활용한 통계 및 계량경제학 기초 실습'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수업에는 수도권 15개 고교, 450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수업 후 85개 과제탐구보고서가 제출됐고, 이 중 1차 학교별 심사와 2차 서류평가, 3차 발표대회를 거쳐 수상 팀을 결정했다.
교육프로그램 마지막 자리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1월 31일 서울 종로구 내일신문 광화문 사옥 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개최했다.
FTA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김승동 서울 선덕고 교사는 "대학교수가 직접 하는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엑셀을 이용해 우리 농업의 현주소를 분석했다는 것에 학생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특히 한 학생은 농업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대학 지원을 농업관련 학과로 변경하겠다는 말까지 했다"고 전했다. 김 교사의 말은 작은 파장을 일으켰다. FTA로 농업분야 피해가 늘어났지만 청년농 육성 등을 통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려있다는 각자의 해법을 내놓았다.
표희수(내일신문 본부장) : 학교별로 모두 85개 주제별 탐구를 진행했다.
과업기간이 촉박해 실제 기획했던 취지와도 어긋났던 점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고교생들이 FTA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입시를 준비하는 고교생들이 FTA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연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때문에 당근책으로 데이터와 통계처리 역량을 가르쳐주는 융복합 수업을 진행했다.
데이터와 통계 처리 기능으로 FTA 주제를 탐구해보라고 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이 시설포도 미래자급률은 어떻게 될지와 같은 질문을 하게 됐고, 이는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승동(서울 선덕고 교사) : 잘 짜여진 프로그램이었다.
사실 아이들은 농업에 관심이 없다. 통계수업을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농업 분야에 관심이 생기도록 유도한 것이다.
통계 측면에서 보면 기껏해야 데이터 평균값 내고 하는 수준이었지만, 프로그램 돌리면서 통계 역량이 강해졌다.
특히 교수가 직접 농업분야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하는 지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교육 진행 중 학생 한명이 농업쪽으로 진로를 바꾸겠다고 해 놀랐다. 그 학생은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싶어했는데, 좀더 세분화해 농업경제를 공부하고 싶다고 했다.
이처럼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해 줄 수 있는 기획을 많이 했으면 한다.
표희수: 농업을 진로교육과 접목하는게 필요할 듯 하다. 학생들에게 데이터와 통계 교육을 통해 농경제나 농업 쪽으로 관심을 많이 가지도록 하는 방안이 고민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지원센터에서 이런 사업을 하고 있는데 프로그램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이현근(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지원센터 총괄지원팀장) : 이 사업은 FTA 체결에 따른 국내 보완대책을 농업인과 국민들을 대상으로 교육과 홍보를 하는 목적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다. 이를 통해 농업인과 정책 소통을 하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 1년 예산은 30억원 정도인데 사업 지원분야는 7가지다. 첫번째 농업인과 농업인단체 대상 교육, 두번째는 우수사례 활용 홍보, 세번째 전문가 대상 세미나 포럼, 네번째 국내대책마련을 위한 현지 조사, 다섯번째는 수출확대를 위해 수출업체 컨설팅, 여섯번째는 FTA 피해 품목 분야 지원, 마지막으로 신성장 사업 및 신규 농업인 지원 사업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FTA이행지원센터를 통해 공모하면 사업신청을 받아 심의위원회에서 선정한다.
표희수 : FTA 체결이 늘어나면서 과거처럼 반대하는 시위가 줄었고, 대세론으로 가는 분위기다. 하지만 농업 분야에서는 부정적인 결과가 예상되고 있다. 앞으로 있을 메가FTA 체결 등으로 인한 영향을 현재 농업인 뿐 아니라 미래 농업인으로 성장할 학생들에게 알리는 일도 필요해 보인다
김양일(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 : 2004년부터 한-칠레 FTA를 시작, 59개국과 21건의 FTA를 체결해 발효됐다.
이중 정부는 9건에 대해 품목별 대책을 수립했다.
농업분야 보완대책은 피해보전직불, 폐업지원과 같은 직접피해지원, 축산 과수 원예 등의 경쟁력 제고, 체질개선과 농업인 역량강화 등이 중요한 지원사업으로 구성된다.
최근에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 2022년 2월에 발효됐다.
포괄적점진적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 등 메가FTA와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등도 준비 중이다. 정부는 2023년 농업분야 융자 계획을 통해 경쟁력을 갖춘 농업기반 구축을 위한 투융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단기적인 피해지원과 관련 투융자사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FTA 교육홍보지원사업도 구체적인 계획안이 나오지 않았지만 메가FTA에 대한 영향 분석과 신규 FTA와 연계한 사업이 중점 추진될 것이다. 그동안 교육분야 지원사업이 적었다. 앞으로 이런 분야 사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표희수: 포도하면 한-칠레 FTA가 떠오른다. 사실 지금은 칠레와 포도 교역은 뒤로 밀렸고, 미국과 페루 포도 수입 영향이 크다. 각국과 맺은 FTA 품목별 대책은 시간이 지나면서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이번 교육에서도 학생들이 포도 생산 관련 데이터를 연구하면서 FTA 영향을 분석했다.
문한필(전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 그동안 FTA 체결할 때마다 건건이 대책을 마련해왔다. 주요 국가와 FTA는 이제 지원대책이 끝나고 있다. 2025년에는 FTA 지원예산이 1년에 5000억원 정도밖에 안남는다. 대형FTA에 따른 대책은 처음에는 홍보를 많이 했다. 농업인을 보호하는 대책을 크게 세웠다. 지금은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2017년에 종료된 한-미 FTA 지원사업들은 성과가 좋았다. 이제는 개별 FTA 지원이 아니라 일반 농업예산으로 하고 있다. FTA이행지원센터에서는 그런 사업들을 계속 추진한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점은 FTA의 근본적 문제를 관세에 있다고 보는 것 같았다. 사실 이밖에도 원산지 문제 등도 크게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개별국가와 1대1로 무역을 하면 간단한 문제다. 한-호주FTA를 보면 호주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만 가지고 통상하던 단순한 문제가 FTA로 인해 호주에서 생산됐다가 일본에서 가공해서 들어오는 품목까지 영향을 받게되는 것이다. 새로운 교역품목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녹두가 남미에서 생산이 안되니까 페루와 FTA에서 녹두에 관세를 낮춰줬는데 한국인이 페루 인근에서 녹두 농사를 지어 국내로 들여오면서 관세 특혜를 보는 사례도 있다.
FTA 이전에는 수입 품목에 대해 국내 통상교섭절차법에 따라 피해규모를 산출해 그에 대응한 예산을 만들고 있다. RCEP도 열대과일 대응해서 9000억원 정도 마련했다.
표희수 : FTA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밀 자급률을 높이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등에 학생들이 관심이 많았다. 그런 내용의 과제를 연구한 학교도 있었고. 농업분야에서는 학생들이 진로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한다. 학교 선생님들도 농업과 FTA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핵심이다. 앞으로 이런 교육 프로그램이 정착돼 선생님들이 관련 교재를 언제든지 찾아보고 과목을 개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금의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는 탄소중립이 화두인데도 교과서에 관련 내용이 안들어가 있다. FTA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에게 가르칠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사그룹에 대해 재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자 한다.
문한필 : 포괄적으로 기후변화와 탈탄소가 무역통상환경에서 큰 화두다. 그속에서 FTA를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농산물 생산량은 더 감소할 것이다. 탄소를 저감하는 방식으로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FTA는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다. 생산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시장을 열고 수입의존도를 높여가는 것이 FTA 정책의 한축이다. 어쩔수없이 FTA를 해야 한다면 생존을 위해 농업이 국내에서 차지하는 범위를 고수해야 한다. 특히 농업에 청년이 들어가야 농업농촌이 지속가능해진다. 그런 과정속에서 FTA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국내도 탄소저감 농업으로 가야 한다. 큰 틀에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피해대책보다는 근본적으로 농업의 경쟁력과 비전을 세워야 한다는 방향이 옳다고 본다.
FTA로 인한 대책은 농업에 대한 직접 피해 보전이 대부분이었다. 수출에 대한 지원보다는 국내 피해보상이 중심이다 보니 경쟁력 높이기 등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어떻게 보면 농업은 위축되고 농촌은 소멸 위기다. 수입해서 품목별 피해가 늘었다는 것보다 사람들이 떠나면서 농촌이 소멸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농촌 일자리를 만들고 품목별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FTA 대응 사업으로 확장돼야 한다. FTA 대응 정책에는 청년 농업인의 유입이나 농촌 소멸 문제 대응까지 포함돼야 한다. FTA 대책 기본 틀이 피해보는 품목에 대한 경쟁력 제고, 농업경영인 역량 강화로 돼있는데 그 틀을 조금씩 바꿔야 한다. 한미FTA만 보더라도 벌써 15년 지난 시점이다.
김승동 : 학생들에게 FTA를 말하라고 하면 어떤 대답을 할 수 있겠나. 이번 교육에서 보면 대학교수가 와서 통계를 가르쳐 준다고 해서 학생들이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학생들에게는 상금이나 특전도 중요하지만, 대학교수의 통계 수업에서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특히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반응이 좋았다. 농업 분야를 알리고 관심을 가지게 하기 위해서는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본다. 통계나 데이터는 물론 앞으로는 드론이나 정보통신 역량을 활용한 스마트팜 기술 등을 학생들이 접하게 되면 우리 농업분야로 진출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이 배출될 것이다. 그런 가운데 FTA를 보는 힘이 길러질 것이라고 본다.
이현근 : FTA 교육홍보 사업중 홍보 분야가 절반 이상이다. 국민들 대상으로 기사나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통해 FTA를 홍보한다는 것이 약간 아쉬운 면이 있었다.
이번 FTA교육홍보지원사업은 고교생을 대상으로 한 것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특히 FTA를 통계적인 연구과제로 제공했다는 점이 특이하다. 앞으로 학교 교육에 도입하면 농업계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다. FTA 교육을 통계분석을 중심으로 한 점에서는 제한적인 효과로 보인다.
FTA 협정문에 보면 관세인하 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많다. 원산지와 농업긴급수입제한 조치 등 위생검역 문제 등이 많이 포함하고 있다. 그 하나하나가 다 생각해볼 수 있는 주제가 된다. 그것을 다 포함하는 체험프로그램을 제공하면 깊이있는 수업이 될 것이다. FTA를 들여다 보면 국제법적인 문제, 과학적인 문제가 다 연결돼 있기 때문에 학생등 진로탐색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양일 : 앞서 농업 분야로 진로를 바꾸겠다는 학생 이야기에 조언을 해주고 싶다. 충북 옥천군에 오래된 폐터널을 활용해서 스마트팜을 하는 곳이 있다. 터널 환경이 딸기 재배에 좋다고 하는데 국내 최대 스마트 딸기농업 생산단지라고 한다. 학생들이 청년농에 관심이 있다면 한국농수산대학을 적극 추천한다. 덧붙여 학생들에게 가르칠 FTA 교육 방법을 담은 교재를 만들고 있는데 활용도가 어떨지 궁금하다. 학생들이 들으면 대학갈 때 장점이 있다는 것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 특히 미래산업이나 성장동력에서는 농업분야가 포함되지 않고 있는데, 학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푸드테크 등의 성장동력을 중심으로 한 체험을 고민하면 좋겠다.
제작지원 2022년 FTA 분야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