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공항 유치 활발한데 특별법 '하세월'

2023-02-08 10:54:09 게재

전남 함평, 9월쯤 유치 찬반 여론조사

특별법, 여야대립 탓 2월 처리 어려워

기피시설로 꼽혔던 '군 공항 유치활동'이 활발한 데 반해 이를 지원하는 군 공항 이전 특별법 제정이 정치적 이해관계로 발목이 잡혀있다. 당초 2월 처리가 유력했지만 여야 갈등과 공항 개항 시기 등을 둘러싼 영남권 지역갈등이 겹치면서 조속한 제정이 불투명해졌다.

◆활발한 유치 활동 = 8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전남 함평에선 이날 광주 군 공항 이전 관련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에 앞서 군 공항 유치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광주시와 국방부는 이날 군 공항 규모와 주민지원사업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주민설명회는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번째다. 함평군은 군 공항 이전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경북 군위 등 전국 사례를 취합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 오는 9월 찬반 여론조사를 실시할 예정이며 12월 안에 유치 여부를 결정한다. 여론조사가 실시될 경우 전남에서 처음이다. 함평군 관계자는 "무조건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면서 "올해 안에 유치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7일에는 전남 영광에서 주민설명회가 열렸다. 영광군 연합청년회가 주최한 설명회는 주민 수백명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설명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았지만 군 공항 이전 방식과 절차. 지원대책 설명 등 모든 절차가 원만히 진행됐다. 과거 군 공항 이전을 무조건 반대했던 모습에 비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게 광주시 등의 설명이다.

유치활동이 활발한 이유는 인구감소로 지역소멸이 현실화돼서다. 기피 시설로 꼽혔던 군 공항이라도 유치해 지역을 유지하려는 절박한 상황이 분위기를 바꿨다.

◆영남권 갈등 변수 = 이처럼 유치활동이 활발한 데 반해 군 공항 이전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특별법 제정'이 자꾸 늦어지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간담회를 갖고 '대구·광주 군 공항 이전 특별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동시에 통과시키기 위한 협력을 약속해 기대를 높였다. 홍준표 대구시장과 강기정 광주시장도 지난해 11월 특별법의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특별법은 기존 방식인 기부 대 양여방식으로 이전을 추진할 때 발생하는 부족한 예산을 정부에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부 대 양여방식은 기존 군 공항 부지를 민간에 매각해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어서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특별법이 제정되면 군 공항 이전사업이 수월해지고 이전지역 지원규모도 훨씬 커진다. 대구시와 광주시 등이 목을 매는 이유다.

하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 검찰 수사와 최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등으로 여야가 날 선 공방을 이어가면서 특별법 2월 제정이 불투명해졌다. 게다가 대구·경북과 부산·울산·경남이 가덕도신공항과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을 두고 10여년째 지루한 싸움을 반복하고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까지 더해지면서 2월 제정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여야 갈등과 가덕도 신공항 개항 시기 등을 둘러싼 대립이 겹치면서 특별법 2월 제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세호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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