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용 전기요금 인상 이어 저온보관창고 단속에 농민 시름

2023-02-09 10:45:09 게재

단속 근거없어 불만 폭발

배추는 되고 김치는 안돼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소형 농사용 저온보관창고에 대한 전기 단속을 시작하면서 농민들 반발이 폭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등은 6일 전남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서 "한전은 농업용 저온저장고에 대한 농사용 전기 단속을 당장 중단하라"고 밝혔다.

한전 구례지사가 1월 저온저장고 단속에 나선 후 농촌에서는 농사용 전기 사용 단속과 과징금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저온저장고 불시 단속이 이루어진 농촌에서는 위약금 부과 공포가 커졌다. 노병남 영광군농민회장은 "한전 적자는 농사용 전기 때문이 아니다"며 "얼마 되지 않는 농민을 괴롭히는 정책을 철회하라"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0년 유통과정에서 농작물 품질 저하를 방지하고 상품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소형 농작물 저온보관창고 건립 및 개보수 지원사업'을 도입했다. 농가에서 농작물을 일시적으로 보관하거나 급격한 기온변화로 피해가 우려되는 농산물을 보관하도록 한 조치다. 농가들은 보관창고에 농산물과 일부 가공품 등을 보관해 사용하고 있다.

한전은 최근 일부 농가가 저온보관창고에 김치와 장아찌 등 가공식품을 보관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위약금을 부과한 뒤 농사용 전기를 일반용으로 전환하는 조치를 내렸다. 한전 '저온보관시설 단속 현황'에 따르면 2022년 단속 건수는 126건으로 5억9600만원의 위약금을 부과했다. 2021년 단속 건수(34건)와 위약금(9700만원)에 비해 각각 3.7배, 6.1배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해 국회 서삼석 의원은 단속에 구체적인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한전 영업업무처리지침 제7장은 '농작물 및 보관 목적의 단순 가공 농작물만 보관 가능'이라고 돼 있을 뿐 무엇이 원물이고 가공품인지에 대해선 명시하지 않고 있다. '벼와 배추는 가능하고 쌀과 김치는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위약금을 부과하고 있다는 것이 서 의원 지적이다.

대법원에서 농사용 전력 사용에 대한 판례를 내놨다. 대법원은 2022년 7월 '물류센터에서 생산한 군납용 수산물 가공품을 보관하는 데 수협이 농사용 전력을 사용한 것이 한전과의 계약 위반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수산물의 경우 가공품인지 여부가 농사용 전기 사용에 제한이 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서 의원은 "농촌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전량 적정 가격으로 판매되지 않는 현실에서 쌀이나 김치 등 가공품으로라도 저장해 자체 소비 등을 가능하게 해주는 게 현실적인 처사"라고 강조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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