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 소프트파워의 타산지석 '한류'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자 세계경제성장 기여도 1위 국가임에도 합당한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소프트파워가 부족한 탓이 크다. 최근 CNN은 K-팝 K-드라마의 선풍적 인기로 한국어가 중국어를 넘어 세계학습언어 7위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한류에 힘입어 한국이 세계적 소프트파워 강국으로 부상한 것은 중국에게 타산지석이 되고 있다.
한중은 수교 이후 상호윈윈의 경험을 축적해왔다. 중국의 경제발전에 한국의 경험이 공유되었고 한국은 중국시장 진출로 경제발전의 동력을 키울 수 있었다. 양국 문화교류 또한 서로 다른 체제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소통창구 역할을 했다. 유무상통과 호혜협력의 정신으로 이어져 온 한중협력의 새로운 영역으로 한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류는 한중이 함께 만든 합작품이다. 1990년대 들어 국내 문화시장이 포화하자 한국은 중국의 거대한 문화시장 진출, 즉 '한류'를 통해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중국도 천안문 사태 이후 개방물결 속에 터져나온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과정에서, 질서를 중시하는 유교문화 바탕에다 일상생활 소재를 맛깔나게 녹여낸 '사랑이 뭐길래' '보고 또 보고' 등 한국드라마가 유용했다.
한동안 열풍을 일으키던 한류는 2000년대 이후 경제적으로 부상한 중국이 문화적 자부심을 드러내면서 굴곡을 겪기 시작했다. 2010년대 이후에는 중국내 사회주의 기풍 강화와 사드사태 등 정치적 갈등까지 심화되면서 급속히 위축되었다. 그러나 중국의 한류 배제 움직임은 한국이 중국을 넘어 세계무대로 진출하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역설적이게도 중국의 경계심이 한류를 세계적으로 도약하게 만든 '입에 쓴 좋은 약'(苦口良藥)이 되었다.
경직성과 폐쇄성으로 중국문화 매력 반감
중국이 한류의 성공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한류의 탄생 배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한류의 동력으로 한국의 독특한 역사가 거론된다. 중국에게 서구는 아편전쟁 이후 약탈을 일삼은 침략자이지만 한국에게는 식민지배를 종결시켜 준 해방자였기에 한국은 중국과 달리 서구문화를 반감없이 수용하고 즐길 수 있었다.
한국의 민주화로 인한 정치적 이념적 해빙도 한류발전에 기여했다. 자유로운 창의력과 상상력이 발산될 수 있었기에 세계인의 취향과 한국적 매력을 다채롭게 녹여낸 '기생충' '오징어게임' 등 영상과 샤이, BTS, 블랙핑크 등의 음악이 탄생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중국이 한국보다 앞서 세계문화무대에 우뚝 설 것으로 예상된 시절도 있었다.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탈이념 물결을 반영한 '부용진' '패왕별희' 등 우수한 작품이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영화 '홍등'과 드라마 '황제의 딸'을 보며 중국이 장구한 역사와 다양한 민족문화를 소재로 해 세계적 문화강국으로 부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여겨지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와 달리 2010년대 이후 예술 소재 선택과 창작의 자유가 위축되면서 중국문화의 풍부한 잠재력이 사장되고 있는 느낌이다. 항일전쟁과 6.25전쟁(항미원조)이 애국심 고취 차원에서 방송의 단골소재로 반복되고, '정론'을 우선하는 예술관으로 인해 전세계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보이지 않는다. 서구문화를 체제 약화를 기도하는 문화적 침투 수단으로 간주해 중국 문화예술에 서구 감각을 입히려는 시도마저 자유롭지 못하다.
문화산업의 경직성과 폐쇄성은 중국의 매력을 낮출 뿐 아니라 비호감의 원인까지 되기도 한다. 잠재력이 풍부한 중국문화가 세계인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매력있게 재창조될 때 중국은 진정한 세계중심국가로 부상할 수 있다.
소프트파워 강국 당송시대를 반면교사로
중국은 역사적으로 소프트파워 강국이었던 당송시대를 반면교사 삼을 필요가 있다. 당송은 인쇄술 화약 나침판 등 발명의 시대에 머물지 않고 종교와 예술 등 다양한 외부 문물을 주도적으로 수용한 융합의 시대였다. 세계의 문화를 중국식으로 자유자재로 변용할 수 있었던 자부심과 자신감이 넘치던 문화강국의 시절이었다.
문화는 본질적으로 세계가 함께하는 공유재의 성격이 강하다. 1996년 중국에서 태동한 한류가 한중간 '작용과 반작용' 속에 어느덧 전세계가 즐기는 대중문화로 발전했다. 한중이 '함께' 만들어 온 한류가 이제는 중국의 소프트파워 강국 부상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아시아 문화가 세계문화의 중심으로 발전하는 기폭재가 될 수 있도록 한중이 협력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