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화물운송시장의 정상화와 지입제 개혁

2023-02-09 10:58:12 게재
정승주 전 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03년 물류대란 이후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몇년에 한번꼴로 반복됐는데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두차례나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원인은 안전운임제였지만 밑바탕에는 화물운송시장의 고질적인 왜곡 구조가 있다.

화물운송구조 왜곡시키는 '지입제'

화물운송시장의 구조를 왜곡시키는 요인으로 흔히들 약탈적 다단계 운송거래를 지목하지만 빠뜨릴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지입제다. 지입제의 개념과 발생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화물자동차운송시장은 본질적으로 물량 확보를 전제로 화물차 한대만 있으면 운송업무 수행이 가능한 시장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년간 규제제도에 의해 운송사업자가 되려면 복수의 차량(가령, 10대)을 보유해야 했다. 결국 방법은 운송사에 소속(지입)하는 차량이 되는 것뿐이다. 이러한 시장진입 방식이 제도로 굳어진 결과가 지입제다. 지입제 개선이 절박한 것은 차주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전가하고 시장구조를 왜곡시키기 때문이다.

우선 개인차주가 운송사의 사업권을 이용하려면 본인부담으로 구입한 차량을 운송사 명의로 등록해야 하는데, 이때 운송사에 수천만원 수준의 보증금에 더해 매월 수십만원의 지입료를 지불해야 한다. 지입계약 해지과정에서 운송사가 부당행위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반면 운송사는 본연의 임무인 운송물량을 수주할 유인이 없어져 보증금과 지입료 만을 수입으로 하는 지입전문 운송사가 된다. 결국 지입차주는 소속도 아닌 다른 운송사나 화물정보망에서 더욱 어렵게 운송물량을 확보해야 하는 이중구조의 덫에 빠져나올 수 없는 것이다.

그간 정부의 지입제 개선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입전문 운송사가 물량 수주에 나서도록 최소운송 의무제를 도입했고, 자동차 등록원부에 지입차주가 현물출자를 했음을 명시하게 하거나 지입차량의 압류를 금지토록 하는 등의 여러 조치를 시행해왔다. 하지만 지입제로 야기되는 문제들을 보완하는 대증적 수준에 머물렀다.

국회 입법 시장정상화 변곡점 기대

정부는 관련 법안 공청회에서 지입전문 운송사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강력한 방안을 제시했다. 지입차량 각각에 대해 운송의무 기준을 적용하는 차량단위 최소운송 의무제가 그것이다. 소속지입차량의 일부만으로 최소운송 의무기준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지입계약에서 차량 명의를 운송사가 아닌 차주 명의로 명시하도록 했고, 계약해지 후 권리금 반환을 의무화하는 등 분쟁소지를 원천적으로 없애는 조치도 강구했다. 평가하고 환영할 만하다. 물론 제안된 방안으로 운송시장에서 지입제도 자체를 없앨 수는 없다. 일시에 폐지할 경우 여파와 부작용의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화물운송시장의 정상화를 완성하려면 장기적으로는 지입차량을 없애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행 운송사 단위의 허가권을 차량단위 허가권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업종을 개편하고 진입제도를 체계적으로 개선해야 할 이유다.

지입제 개혁의 완성은 여전히 멀다. 정부가 제시한 방안이 국회의 입법과정에서 제대로 논의되어 지입제 개혁의 초석이 되고 나아가 화물운송시장 정상화에 있어 변곡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