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표시없는 비닐봉지도 '재활용품'
이물질 없앤뒤 비닐류로 분리배출
자원순환사회를 위해서는 '분리배출'이 중요하다. 분리배출 대상 가운데 가장 헷갈리는 게 '비닐류'다. 재활용 표시가 있는 것도 있지만 표시가 없는 것도 많다.
재활용 표시가 없으니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나? 아니다. 재활용품 표시가 없는 비닐도 종량제 봉투가 아니라 재활용품으로 모아서 배출해야 한다. △1회용 비닐봉투 △필름·시트형 비닐 △랩필름 △포장재 면적이 적어 분리배출 표시를 할 수 없는 포장재 등 모두 재활용품으로 배출한다. △뽁뽁이(버블랩)도 비닐류로 배출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깨끗하게' 배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음식물이 묻은 랩필름이나 1회용 식탁보 등은 재활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종량제봉투에 버려야 한다. 비닐류를 포함해 분리배출의 핵심은 '비운다' '헹군다' '분리한다' '섞지 않는다' 4가지다.
먼저 용기(봉투) 안에 있는 내용물을 깨끗이 비운다. 두번째, 이물질이나 음식물 등은 닦거나 헹궈서 배출한다. 세번째 '분리한다'는 라벨 등 재질이 다른 부분은 제거한다는 뜻이다. 네번째, 종류와 재질에 따라 구분해서 배출한다.
문제는 지자체마다 분리배출 방식이 제각각이라는 것이다. 서울시는 비닐류 배출에 대해 '색상 종류에 관계없이 물로 헹구고 이물질 제거 후, 부피를 최소화해서 배출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실제 부피를 최소화하기 위해 라면봉지나 과자봉지를 접어서 '딱지'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안에 있는 내용물을 확인하기가 어렵다. 또 강한 바람을 불어서 비닐류를 선별하는 공정에서 날리지 않아 제대로 분리되지 않는다.
더 복잡한 건 라면 봉지나 즉석조리식품 포장재 등 '복합재질'의 비닐류다. 라면 한봉지를 끓이면 비닐봉지가 3개 나온다. 라면 봉지, 분말수프 봉지, 건더기수프 봉지다.
라면 봉지는 폴리프로필렌(PP)과 알루미늄 복합재질, 분말수프 봉지는 폴리에틸렌(PE)과 알루미늄 복합재질, 건더기수프 봉지는 폴리에틸렌(PE) 단일재질이다.
라면이나 과자 봉지는 여러 재질의 얇은 필름이 겹쳐진 '다층포장재'다. 식품 포장재는 산소 수분 빛 충격 열 등 다양한 외부충격에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재활용이다. 라면·과자 봉지는 재질과 색깔이 다양하고 그림과 글씨가 인쇄돼있다. 투명 페트병처럼 물질재활용은 아직 어렵다. 이런 봉지들은 대부분 연료로 가공돼 에너지로 재활용된다. 분말수프 봉지에 수프가 남아있다면? 세척 후 배출해야 한다. 수프에 염소 성분이 있어 재활용시 염화수소 가스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척하면 물이 오염된다. '매운맛' '중간맛' 라면처럼 수프 양도 구분해서 판매할 필요가 있다.
'에어캡'은 공기를 빼 부피를 줄여 배출한다. 이물질로 오염되었다면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린다. '택배 봉투'는 운송장 스티커를 완전히 제거해야 비닐로 버릴 수 있다. 잘 떼어지지 않는 운송장은 가위로 오려내고 비닐로 배출한다.
'아이스팩'은 보냉재가 물이라면 물은 하수구에 버리고 비닐로 배출하면 된다. 보냉재가 고흡수성 폴리머 플라스틱이라면 일반 쓰레기로 처리해야 한다. '지퍼백'은 분리배출 표시가 없어도 저밀도 폴리에틸렌(PE)이다. 비닐류로 버리기 전에 플라스틱 소재인 지퍼 부분을 잘라서 분리한다. 배달업체에서 사용하는 'PVC랩'은 비닐류가 아니다. 가정용은 대부분 폴리에틸렌이지만 혹 PVC 재질이 아닌지 확인해서 배출한다.
'페트병 라벨'도 여러가지다. 라벨에 적힌 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생수병에 부착된 라벨은 폴리프로필렌(PP) 소재라 비닐류로 분리하지만 절취선을 제거하는 페트병 라벨은 페트(PET) 재질로 비닐류가 아니다.
김상훈 환경부 생활폐기물 과장은 10일 "2018년에 나온 분리배출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해서 별도의 홈페이지를 제작하고 있다"며 "지자체마다 재활용 방식과 기준이 달라 소비자들이 헷갈리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환경+소비자 지속가능제품] 일일이 수작업 …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 '분통'
▶ 종이팩은 왜 늘 '재활용 낙제생'일까